엑슨모빌-셰브론 합병 논의...스탠더드오일 후손들 뭉치나
상태바
엑슨모빌-셰브론 합병 논의...스탠더드오일 후손들 뭉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01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직격탄에 석유업계 합병 등 다양한 방안 논의중
WSJ "엑슨모빌-셰브론도 지난해 합병 논의"...현재 논의 멈췄으나 다시 재개될 듯
바이든 행정부의 독점규제 강화로 인해 성사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지난해 엑슨모빌과 셰브론이 합병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지난해 엑슨모빌과 셰브론이 합병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과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해 합병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유업체들의 재정이 열악해지자 비용 절감 및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합병을 검토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합병시 사우디아람코 이어 두 번째 거대 석유기업

3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 위스 셰브론 CEO와 대런 우드 엑슨모빌 CEO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합병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합병에 대한 논의는 초기 수준이었고, 현재는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했다. 

셰브론과 엑슨모빌은 모두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에서 파생된 기업들이다. 스탠더드오일은 지난 1911년 미국 독점금지법인 셔먼법 위반으로 해체됐다. 

WSJ은 "합병이 성사될 경우 존 록펠러의 가장 큰 두 후손이 재결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은 1900억달러에 달하며, 셰브론 역시 1640억달러의 시가총액을 보유중이다. 두 회사가 합병을 하면 시가총액은 3500억달러를 넘어서며, 하루 원유 및 가스 생산량 역시 700만배럴에 달하게 된다. 이는 사우디아람코에 이
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된다. 

코로나19로 석유업계 직격탄...합병 등 다양한 재편 이루져

두 회사가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녹록지 않은 환경 탓이다. 

코로나19는 미 석유기업들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유가가 한 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전례없는 상황에 직면한데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등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자 석유업황은 고꾸라졌다. 

7년 전 미국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였던 엑슨모빌은 현재 테슬라의 시가총액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8월에는 92년만에 다우지수에서 퇴출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한 해 엑슨모빌 주가는 약 30% 하락했으며, 셰브론 역시 20% 주가 하락을 보였다. 

오는 2일 실적발표를 앞둔 엑슨모빌은 사상 처음으로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지난 3분기까지 2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중이다. 

지난달 29일 실적을 발표한 셰브론도 지난해 55억달러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시장분석업체인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지난해 9월 기준 약 69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셰브론의 부채 역시 35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다보니 석유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셰브론은 50억달러를 투자해 노블에너지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인 코노코필립스가 셰일오일 업체 콘초 리소시스를 약 100억달러에 인수, 석유업계에서 크고 작은 재편이 이뤄진 바 있다. 

마이크 위스 셰브론 CEO는 지난달 29일 실적을 발표한 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간 합병은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며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언급, 향후 합병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10월 양사의 합병 효과를 분석했던 폴 샌키 애널리스트는 "합병시 관리유지비 150억달러와 연간 자본지출 100억달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석유업계에 적대적인 바이든 행정부..합병시기 놓쳤다 평가도

하지만 업계에서는 합병을 성사시킬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反)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기후변화를 강조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산업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은 시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업계에서는 석유기업에 대해 더 우호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합병이 성사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