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미투자자 결집시킨 '게임스톱'...실적은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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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개미투자자 결집시킨 '게임스톱'...실적은 '반토막'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1.29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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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계·법조계에서도 연일 '게임스톱' 화제
상원·하원 게임스톱 청문회 개최 결정
400달러대 치솟은 게임스톱, 최근 수익성 악화
28일 장 중 주가는 483달러, 월가 목표주가는 '33달러'
게임업체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미 월가는 물론 워싱턴D.C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임업체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미 월가는 물론 워싱턴D.C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월가의 늑대들에게 전해달라. 샌프란시스코의 비둘기가 당신의 점심을 빼앗아먹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개인 투자자가 한 말을 전했다. 정말로 월가의 늑대들은 샌프란시스코 비둘기들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게임스톱'을 통해 새로운 부를 축적했고, 게임스톱 주식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들은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됐다. 공매도에 나선 멜빈캐피털은 다른 2곳의 헤지펀드로부터 총 27억5000만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조달받기도 했다.

월가의 늑대들이 비둘기들에게 한 끼 점심을 빼앗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꼬리까지 뜯기고 있는 셈이다. 

게임스톱, 미 정치계·법조계에서도 연일 이슈

게임스톱은 비디오 게임 체인점다. 미국 대형 커뮤니티인 레딧의 주식토론방에서 게임스톱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했고, 개미들은 매수 인증샷을 남기며 거대한 세력을 결집했다.

주가가 갑자기 치솟기 시작하자 헤지펀드가 공매도에 나섰고,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더욱 똘똘 뭉쳤다.

결과는 개미의 승리였다. 개미들이 월가 엘리트 집단을 상대로 주가를 대대적으로 끌어올리며 이번 주 내내 월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올 들어 S&P500 지수가 2.5% 오르는 동안 게임스톱 주가는 7배 이상 치솟았다. 열기가 과하다 못해 펄펄 끓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로빈후드를 비롯한 온라인 주식 플랫폼은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에 대해 신규 거래를 제한하고 나섰다. TD아메리트레이드 및 인터렉티브브로커스, 찰스슈왑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이에 게임스톱은 28일 정규장에서 40% 이상 급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일부는 뉴욕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식 플랫폼이 거래를 제한한 탓에 수익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워싱턴D.C에서도 게임스톱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강경 진보 성향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개인 투자자의 주식 매수를 막고 헤지펀드는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한 로빈후드의 결정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비난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전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3주간 치열한 논쟁을 벌여온 두 의원이 모처럼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월가의 저승사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가세했다. 워런 의원은 성명을 통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을 비난하고 나섰다. 게임스톱의 광적인 열기를 그저 바라만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건전한 주식시장을 위해서는 경찰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SEC여야 한다"며 "SEC가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와 상원 은행위원회는 게임스톱 사태에 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미 하원의 맥신 워터스 금융위원장은 "우리는 최근 비윤리적 행위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헤지펀드들에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그것이 헤지펀드들과 그 금융 파트너들에 의해 어떻게 조작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터스 의원에 따르면, 청문회는 공매도와 온라인 주식 플랫폼, 자본시장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시스템 등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곳곳에서 반발이 커지자 로빈후드 등은 일단 현지시간 29일에는 거래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스톱 주식은 시간외 거래에서 60% 이상 폭등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SEC가 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EC 관계자는 "옵션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규제 당국은 누가 주식을 사고 팔았는지, 누가 레딧에 어떤 글을 올렸는지, 법 위반에 해당하는 글이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증권 전문 변호사들을 인용해 "소액 거래를 한 수백명을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몇몇 핵심 개인들이 거래를 부추긴 것이 인정된다면 그 경우는 검토 후 처벌도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8~28일(현지시간) 레딧에 언급됐던 대표 종목들의 주가 변화. 사진=블룸버그, 야후파이낸스, 워싱턴포스트
지난 1월 8~28일(현지시간) 레딧에 언급됐던 대표 종목들의 주가 변화. 사진=블룸버그, 야후파이낸스, 워싱턴포스트

게임스톱 펀더멘털은? "갈수록 수익 악화"

월가는 물론 워싱턴D.C, 법조계에서도 게임스톱이 화제가 되면서 이 회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광적인 열기로 급등을 거듭한다 하더라도 열기가 식고 나면 결국에는 이 회사의 펀더멘털로 관심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장 중 483달러까지 치솟았던 게임스톱의 지난해 평균 주가는 7달러 수준이었고, 지난해 4월 최저점은 2.57달러였다. 월가에서 제시하는 가장 낙관적인 목표주가는 33달러 수준이다. 

10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커티스 내글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반등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게임스톱은 지난 2011년 약 95억달러의 수익을 냈지만, 현 회계연도의 예상 수익은 53억달러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는 것. 

특히 지난해 1~9월의 실적발표를 보더라도 이 기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감소하는 등 최근 사업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마지막 분기의 매출 역시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게임스톱은 지난 수십년간 미국 전역의 몰에 입점하며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로 인해 수익성이 좋지 않은 매장들을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2018년 14개국 7000여개 매장을 보유했던 게임스톱은 현재 10개국 5000여개 매장을 보유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의 쇼핑몰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더욱 타격이 컸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일부 낙관적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8월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츄이의 공동창업자인 라이언 코언이 게임스톱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 13일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회사가 개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게임을 다운로드받는 고객들이 많아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게임을 구매하기 전 체험을 해보고 싶어하는 고객들도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웨드부시증권의 마이클 패터 애널리스트는 "게임스톱은 여전히 업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다운받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및 유럽지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배송물이 분실되거나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일부 낙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투기적인 매수세에 의해 반등한 주식은 결국 붕괴될 것이라는 경고를 지속하고 있다. 

WSJ은 "업계 베테랑들은 이들 기업들이 주가가 급등하기 이전부터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점에 주목한다"며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을 따라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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