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경이로운 소문’이 세상에 경고하는 세 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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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경이로운 소문’이 세상에 경고하는 세 가지 교훈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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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교체로 맥빠지게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
그래도 세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는데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표현입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려합니다. 제작자나 당사자의 뜻과 다른 '오진' 같은 비평일 수도 있어 양해를 구하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지난 주말 종영했다. 같은 제목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경이로운 소문’은 주연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과 감정선의 여러 경계를 오가는 열연으로 화제가 되었다. 또한, 악귀 역할을 맡은 조역 배우들의 얼굴과 이름도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는 등 화제성이 매우 높은 드라마였다.

평가도 좋았다. 장르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해 온 OCN의 노고에 보답하듯 ‘경이로운 소문’은 1회에 시청률 2.7%(닐슨코리아)로 시작해 최종회에는 시청률 11.0%(닐슨코리아)로 마쳤다. 이는 OC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이었다.

화제성을 보나 시청률을 보나, ‘경이로운 소문’은 방송 측면에서 여러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드라마였다. 또한, 방송 외적으로도 여러 의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드라마였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양복 PPL. 사진=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양복 PPL. 사진=OCN

드라마가 보여준 교훈들

첫 번째 교훈으로, ‘정치와 기업, 정치인과 기업인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치면 세상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나’를 잘 보여주었다. ‘경이로운 소문’에는 어떤 가상의 도시가 나온다. 그곳에는 도시 성장을 이끄는 지지율 높은 시장이 있고, 지역 개발 사업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한 회사와 대표, 그리고 그의 수하들도 있다.

인기 많은 시장은 생활환경 개발과 도시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도시 곳곳을 파헤치며 재개발한다. 공교롭게도 모든 개발사업을 그 회사가 도맡는다. 알고 보니 시장과 회사 관계자들은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영혼의 동반자였다. 재개발 과정에서 온갖 불법과 범죄를 저지르는 건 물론이다.

‘경이로운 소문’은 오로지 이익 추구를 위해 힘을 가진 권력과 돈을 가진 권력이 만나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돈과 권력을 위해 뭉친 그들은 온갖 비리와 범죄로 더욱 엮이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공권력을 하수인으로 쓰기까지 한다. ‘경이로운 소문’은 허구의 세상, 드라마라는 특성상 이 세상에서는 없어야 할 설정들을 마구 보여주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현실 세상에서도 권력과 돈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뭉치면 어떻게까지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여러 번 목격해 왔다. 드라마는 비록 허구의 세계를 그리지만, 현실 세계와 무관하지 않음을 ‘경이로운 세계’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두 번째 교훈으로, ‘연대의 힘과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의 악을 이길 수도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경이로운 소문’에는 빨간 운동복을 입은 ‘카운터’, 즉 악귀 사냥꾼이 나온다. 이들은 일반인보다 강한 힘과 능력을 갖췄지만, 이들이 사냥해야 하는 악귀들보다 강하지는 않다. 악귀들이 악행을 더하고 살인을 더 할수록 그들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카운터들은 서로 힘을 합치는 연대의 힘으로 악귀를 이길 수 있다고 믿으며 실천한다. ‘경이로운 소문’은 카운터들의 연대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힘없는 시민들도 혼자의 힘보다 연대의 힘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실천을 한다. 힘없는 그들이 함께 힘을 합치는 이유는 그들이 악의 힘에 맞서려는 마음과 의지, 즉 선한 영향력 때문이다.

연대의 힘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마음이 다른 이들의 마음에 물들어 연대의 힘이 더욱 커지고, 연대의 힘이 세질수록 선한 영향력은 더욱 넓게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악한 영향력도 전파력이 있긴 하지만 선한 영향력과 연대의 힘이 그들을 이겨낼 수 있다고 ‘경이로운 소문’은 묵묵히 보여주었다.

세 번째 교훈으로, ‘풍랑이 이는데 선장을 바꾸거나 혹은 전투가 한창인데 지휘관을 교체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경이로운 소문’이 순항하던 지난 연말, 돌연 드라마 방영을 한주 건너뛰었다. 그리고 연초가 되자 드라마 작가를 교체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뭔가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한창 재미있고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드라마가 언제부터인가 멈칫하는 느낌을 주었었다. 원작 웹툰 설정과 다른 점은 드라마라는 특성상 그럴 수 있다고 봤는데, 왠지 균형감까지 무너지는 느낌까지 받았었다. 그런 가운데 작가 교체 소식을 들으니 드라마를 더욱 분석적으로 감상하게 이끌었다.

주요 캐릭터 설정에서 미세한 변화가 눈에 띄었다. 드라마가 진행되며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는 드라마 세계관이 흔들려서 생긴 오류로 보였다. 시청자와 미디어는 맥빠지고 답답한 후반부 전개와 뜬금없이 쏟아지는 PPL을 비판했다.

드라마가 거의 끝나갈 시점에 왜 작가가 교체되었을까. 여러 미디어는 작품 방향을 두고 작가와 제작진 사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을 것으로 해석했다. 작가에게 스토리를 포함한 작품의 세계관과 캐릭터의 완성도가 중요하다면, 제작진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드라마가 흘러가는 방향성이 있었을 것이다. 완성도와 대중성, 혹은 경제성 사이에서 타협하는 어떤 지점.

아무튼, 이미 막을 내린 드라마의 잘잘못을 가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다만 작가라는 드라마의 선장 혹은 전투의 지휘관을 교체한 결과가 웹툰 ‘경이로운 소문’과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팬으로서 단지 아쉬울 뿐이다. 마지막 회를 본 후의 느낌은 딱 ‘용두사미’ 그 자체였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양복 PPL. 사진=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양복 PPL. 사진=OCN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일까

드라마는 세상을 담는다. 사람들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속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이야기를 창조하고, 드라마 감독 등 제작진들 그리고 배우들은 작가가 만든 대본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순수하게 창작한 이야기도 있지만 때로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다.

세상은 드라마를 닮아간다.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세상에서 벌어진다. 아니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다만 어디가 먼저인지 몰라 헷갈릴 뿐이다. 그만큼 세상과 드라마의 경계가 없어진 요즘이다.

드라마든 세상이든 서로 영향받는 시절이 되었다. 어쩌면 드라마가 현실 세상을 반영하는 거울 같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경이로운 소문’이 지금 세상을 향해 “정신 차려” 하고 경고하는 거로 여기면 엉뚱한 상상일까.

권력과 돈이 뭉치면 어떤 나라가 될 것이고, 잘못된 리더를 뽑으면 어떤 혼란을 줄 것이라는 그런 경고. 하지만 선한 영향력과 연대의 힘이 좋은 나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팁까지 주니 괜스레 위안은 된다. 그렇다고 마음을 확 놓아버리면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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