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 빅테크 주가 고꾸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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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 빅테크 주가 고꾸라지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1.2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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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스북 등 역대급 실적에도 시간 외 거래서 주가 하락
테슬라는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했지만, 이익은 기대치 못미쳐
투자자, 향후 성장성에 베팅...성장성에 주가 흐름 좌우
애플과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들이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했지만,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애플과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들이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했지만,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이번 주 미 증시 투자자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빅테크들의 실적발표였다.

이미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이번 주 후반 예정된 빅테크들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은 일찌감치 시장 내에 부풀려 있었다. 

빅테크들이 내놓은 실적은 비교적 놀라운 수준이었다. 애플은 분기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테슬라 역시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페이스북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놨다. 

그런데 이들 종목의 주가는 모두 시간외 거래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오랜 증시 격언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빅테크 실적 어땠나..대부분 '역대급'

빅테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MS다. MS는 지난 26일 지난해 10~12월(2021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431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7% 늘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03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시장 예상치(1.64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27일 장 마감 후 애플 역시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내놨다. 애플은 지난해 10~12월(2021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1114억4000만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시장 예상치(1032억8000만달러)도 훌쩍 넘어섰다.

주당순이익은 1.68달러로 시장 예상치(1.41달러)를 상회했다. 

테슬라는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7억2100만달러, 매출은 315억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주당 순이익은 80센트로, 시장 전망치(1.03달러)에 미치지 못했으며, 영업이익률은 5.4%로 직전분기(9.2%)에 비해 낮아졌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81억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33% 급증했다. 이익은 전년대비 44% 늘어난 128억달러를 기록했다.

페이스북의 주 매출원인 광고수익이 이 기간 272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1% 늘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월 활동 이용자 수도 28억명을 기록, 전년대비 12% 증가했다.

실적 발표와 함께 시간외 거래서 주가 뚝

빅테크는 일제히 놀라운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자 차익매물도 같이 쏟아진 것이다.

27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시간외 거래에서 한 때 3% 이상 빠졌다. 테슬라는 시간외 거래에서 5% 이상 하락했으며, 페이스북은 4% 안팎 하락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정규 장에서 0.25% 오른 채 마감했다. 

빅테크 주가가 실적 발표와 함께 하락한 것은 실적 기대감에 연초 이후 주가가 이미 오를대로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애플은 연초 이후에만 7% 올랐으며, 테슬라는 22% 급등했다. MS도 연초 이후 5% 가까이 상승했다. 규제 이슈에 부딪힌 페이스북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미 IT 전문지 테크크런치는 "많은 투자자들이 최근 몇달간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친 빅테크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상기시켜준다"면서 "대표적으로 애플은 지난해 10월 직전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에만 주가가 23%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더욱 높아지고, 차익실현 욕구는 더욱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실적발표에서 미래 전략과 관련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는 점도 주가 하락세를 이끈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애플의 경우 놀라울만한 실적을 보여줬지만, 다음에 대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 애플은 시장에서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에 수많은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 경제지 포천은 "쿡 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들의 많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며 "애플의 다음 전략을 엿보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더 많이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역시 같은 이유로 해석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언급도 내놨다. 

데이비드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애플의 새로운 프라이버시 정책으로 촉발된 시장 변화, 규제적 우려 등을 이유로 중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향후 이용자들에게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고 앱을 선택할 권한을 주겠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페이스북은 이 경우 자사의 광고 매출이 반토막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무역위원회와 46개주 검찰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는 등 규제적 도전에 직면해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좋았지만, 이같은 부담 요인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만큼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 전환을 달성했지만 주가 상승세가 월등했던 만큼 기대치 역시 다른 빅테크에 비해 더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적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봐도 수익이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망감은 더욱 크게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발표된 실적을 보면 테슬라는 여전히 전기차 판매로 인한 지속적인 이윤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주당 순이익은 80센트로, 월가 예상치(1.01달러)에 미치지 못했으며, 영업이익률은 5.4%로, 1년 전(4.9%)에 비해서는 높았지만, 직전분기(9.2%)와 비교하면 오히려 떨어졌다. 

이는 테슬라의 주력 매출 부문이 판매가격이 높은 S와 X에서 비교적 저렴한 모델인 3와 Y로 옮겨가면서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MS의 경우 주력 사업인 애져 클라우드 사업이 호조를 보인 점과 게임 매출이 증가한 것이 긍정적이었다. 이는 향후에도 MS의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 파티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라며 "이는 기술기업의 또다른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애플 주가 추이.
애플 주가 추이.

월가 "결국 향후 성장성이 관건"

월가 전문가들은 빅테크 주가가 실적 발표와 함께 하락세를 보인 것이 어느 정도 거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존 히긴스 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는 최근 나스닥의 급등으로 적어도 거품의 후반 단계는 아니더라도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비록 이 지수가 상승하는 것이 기술기업들의 수익 증대로 일정부분 정당화된다 하더라도 거품 초기임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나스닥닷컴은 "애플과 테슬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4개 회사를 보면 공통된 주제를 알 수 있다"며 "시장은 무엇보다도 미래 성장성에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주가 수준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일부 빅테크는 매우 높은 수준의 주가도 수익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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