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 역전'...한일 갈등 그 원인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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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 역전'...한일 갈등 그 원인과 해법
  • 문주용 기자
  • 승인 2021.01.28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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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의 원인, 한일정치인들의 역사관 문제 아냐
한일간 국력의 극적 변화, 일본 사회 우경화를 초래→갈등 심화
일본 코로나 대응 실패, 디지털·IT혁명 뒤처진 후진성 탓
한일관계 변화 반영않는 '갈등 봉합'은 오래못가...일본이 한국 인정해야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저는 이 책을 읽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최근에 제가 왜 회사 간부들과의 불편한 관계에 빠졌는지 원인을 찾았고 해결의 힌트도 얻었습니다. 틈틈이 읽었죠. 이 책은 일본인들에게도, 재일한국인들에게도 참 귀한 교훈이네요. 교만하고 이기주의적인 태도가 습관이 되면 개인도 조직도 망해간다는 교훈이죠.

그리고 열등감으로 인한 여러가지 공격과 저항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며 오히려 그들이 존경할만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익명의 독자 감상평이다. 일본에 대한 책 감상평치곤 꽤 구체적이다. 기업에서 팀장으로 있다가 임원으로 발탁된  이 독자는, 고참 임원들과 불편해진 이유가 사업파트너인 일본을 보는 시각차였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책 한권을 보고는 "아, 이래서 고참 임원들이 그랬구나"라며 유레카를 외쳤다고. 일본에 대한 '완고함'의 이유를 발견했다는 것.

신간 '일본인들이 증언하는 한일역전'(저자 이명찬, 출판사 서울셀렉션)이 한일관계 관련 서적분야에서, 기업경영관련서적 분야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실 한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일본이 왜 저렇게 옹졸한가. 코로나 감염사태 대응에 왜 저렇게 허둥지둥하는가. 저렇게 많은 감염자를 왜 통제하지 못하는가.

이런 경제적인 질문도 할 수 있다.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에 우리는 그냥 헤쳐나가는데, 일본은 이겼다고 왜 말을 못하지. 우리는 코로나 위기에도 1.0% 역성장하는데 그쳤는데, 일본은 경제는 왜 이렇게 힘이 없지.  

이런 의문이 커지고 있는 중에 출간된 이 책은 "한일간 힘의 관계가 역전되고 있다"고 선언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뽕'섞인 주장만은 아니다. 한국쪽 관련 인사가 아닌, 일본인 전문가들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한일간 '갑과 을' 관계가 뒤집히는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일 관계, 특히 일본 국내정치 분석에 정통한 이명찬 박사(현 동북아재연구재단 명예연구위원)가 10년 넘게 경험한 일본 유학시절, 2019년에 경험한 일본 방문학자 시절 느낌들을 바탕으로 현재 한일관계와 일본 실상을 알수 있도록 녹여냈다.

추천사를 쓴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 전공교수는 "풍부하고 정확한 통계와 자료로 채워진 이 책은 무서울 정도로 일본인의 일그러진 민낯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도발적인 주장이지만 그 근거들을 풍부하게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지켰다.   

저자는 책 머리말에서 "아직도 '일본이 우월하다'는 믿음에 취해있는 일부 맹목적인 친일파 한국인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이명찬 지음/ 서울셀렉션 출판사
이명찬 지음/ 서울셀렉션 출판사

이 책은 한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을 역사수정주의자인 일본 아베 총리의 그릇된 역사인식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찾지 않는다. 무엇보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부추기는 한일 양국간 국력의 '극적인 변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과거 몇 세기에 걸쳐 대다수 분야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최근 한국이 앞서 나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러한 역전 현상이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혐한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힘이 줄어든 일본과 국력 신장으로 자부심이 넘치는 한국, 양국간 힘의 균형이 크게 변한 것이 국가 정체성 문제로 바뀌어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책 '한일 역전'은 일본의 후진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일본의 코로나 대응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이 박사는 아베 정권이 코로나 대응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일본은 첫 감염자의 초기 대응에 실패했는데 이는 PCR검사를 적극하지 못한 탓"이라며 "신자유주의에 따라 정부 조직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보건소를 극단적으로 축소해 코로나 대응능력을 떨어뜨린 것과 731 부대의 DNA를 물려받은 '전문가회의' 구성원들의 지나친 '임상경시 연구지상주의'와 '정보 은폐 체질'에 원인이 있다"며 시스템 실패를 꼽았다. 

책은 3부에서 경제분야에서 한일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확인하고 있다.

일본은 각종 지표에서 이미 선진국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 됐다며, 수출규제, 방역실패 등 아베의 잇딴 실책이 일본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한다.  

한일역전을 웅변하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양국 GDP의 극적인 역전을 꼽는다. 2017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지난 2017년부터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물가 등을 감안하면 한국 국민의 생활수준이 일본 국민보다 더 높아졌다는 것.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현재의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는 명목 GDP도 한국이 곧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한일 역전 현상에서 생긴 한일 갈등의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데, 그 시각도 독특하다.

책은 "일본의 장노년층에 만연한 한국을 여전히 내려다보며, 과거 식민지 국민 취급하는 듯한 혐한 인식에 변함이 없거나, 일부 한국인들이 간직한 '일본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에 변화가 없다면, 지금의 한일 역사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인식은 급격히 변해가는 한일간 국력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한일 역사문제를 협상할 때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관철해온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굽히고, 적당히 타협하는 것은 결코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한 행위가 될 수 없다"면서 "변화하는 한일관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문제의 '봉합'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시 말해 일본의 '극우 민족주의자와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일본은 언제나 옳고 우월하다는 믿음'을 깨트리고 '한일역전'의 인식으로 바로잡는 작업을 차분히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전후 미국에, 2000년대 들어 중국에 대해 그랬듯이, 일본이 한국의 국력이 자신들을 앞섰음을 인정하도록 차분히 설득시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 앞머리에서 독자가 "교만하고 이기주의적인 태도가 습관이 되면 개인도 조직도 망해간다는 (게 이 책의) 교훈"이라고 한 감상평은 저자가 책에서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책의 의도와는 상관없지만, 우리 기업들도 '일본기업화'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경계해야할지 가늠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다.

일본 기업이 혁신을 잃으면서 일본 경제도 선진국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맹신처럼 갖고 있는 일본 기업의 '성공신화'는 이미 역사속 전설로 묻혔고, 새로운 '한국기업의 성공신화'가 탄생하고 있다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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