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억명 시대..아직도 험난한 백신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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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억명 시대..아직도 험난한 백신 보급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1.26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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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첫 확진자 발생 후 13개월만에 1억명 돌파
MSD, 백신 개발 중단 선언...사노피는 개발 지연 발표
백신 관련한 생산·유통 문제점 잇따라 발생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억명을 돌파한 가운데 백신의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억명을 돌파한 가운데 백신의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억명을 넘어섰다는 월드오미터의 통계 자료가 나왔다. 지난 2019년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불과 13개월만이다.

지난해 11월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긍정적인 임상 시험 결과를 내놓으면서 백신이 전세계인들을 코로나19의 긴 터널 바깥으로 꺼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이다. 

이미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지역과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백신 배포가 이뤄지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은 실망스러운 임상결과로 인해 백신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등 백신과 관련한 각종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MSD 백신개발 중단..사노피는 개발 지연

글로벌 제약사인 MSD는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MSD는 두 가지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었으나, 최근 임상실험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면서 백신 개발을 백지화시킨 것. 

닉 카트소니스 MSD 리서치랩 감염병·임상연구 담당 선임 부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중간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MSD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미국 규제기관이 승인한 최초의 에볼라 백신을 만들었으며,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백신을 최초로 출시하기도 했다.

MSD 연구진들은 홍역 백신을 전달 매커니즘으로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약한 형태로 전달하는 백신을 연구중이었으며, 이미 홍역 백신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있다는 점에서 기존 백신에 비해 더 저렴하고 쉽게 백신을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도 지난해 MSD에 최소 18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하지만 MSD가 백신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 각국은 백신 공급과 관련한 우려감을 안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고, 백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와중에 MSD의 개발 중단소식이 전해졌다"고 언급했다. 

앞서 사노피 역시 백신 출시가 2021년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기존 계획을 지연시킨 바 있다.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와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임상 결과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개선해 올해 말까지 백신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백신을 배포하고 있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생산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다. 

화이자는 지난 14일 벨기에에 위치한 공장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3~4주 동안 유럽 지역에 약속한 백신 물량을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유럽지역에 대한 백신 공급이 지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요 언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1분기 EU에 공급될 물량의 60%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잇단 백신공급 차질에 '발등에 불'

백신 개발이 중단되고, 생산과 관련한 공급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하자 유럽지역에서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U는 모더나 백신 1억6000만회분, 화이자 백신 3억회분 등을 포함해 총 6개 제약사와 20억회 분량의 백신을 계약했지만, 백신 접종은 여전히 부진한 속도이기 때문이다.

찰스 미셸 유럽의회 의장은 유럽 라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여름까지 성인 인구의 70% 백신 접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향후 몇 주간 백신 조달에 어려움이 있고, 이는 과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EU 회원국들은 백신의 초기 공급물량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영국 등 EU 비회원국으로의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하며, 계약 의무를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영국 역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생산 공장이 벨기에 등 유럽 지역에 위치한 상황에서 EU가 백신 수출을 실제로 금지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공급과 관련한 문제는 비단 유럽지역에서의 일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기존 계약대로 백신을 공급한다는 방침이지만, 백신 접종 속도는 여전히 느린 상황이다. 

B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20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12월말까지 백신을 투여받은 것은 약 300만명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접종 속도가 다소 빨라지면서 1월20일 기준 1650만개의 백신이 접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론 클레인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24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렇다 할 백신 배포 계획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며 "모든 국민이 보듯 접종 방법은 혼란스럽고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이내에 1억회분 백신 접종을 공언한 바 있다. 

쉽지 않은 백신 운송....개발도상국 접종 지연 가능성도 

백신의 운송 및 배포와 관련된 문제들은 이미 이전부터 제기된 부분이다.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반 과정에서 드라이아이스와 전용 컨테이너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백신을 폐기하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백신 운송이 쉽지 않은 것은 신흥국에서는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신흥국에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백신의 광범위한 배포로 집단 면역을 이뤄 코로나19의 터널을 벗어나는 것이 더욱 먼 얘기가 된다는 점이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선진국들의 경제회복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우리가 모든 국가에서 백신 접종을 더 오래 기다릴수록 바이러스가 더 빨리 퍼질 가능성이 있고, 더 많은 변이 바이러스가 출연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오늘날 백신이 더이상 효력이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는 서로 상호 연결된 부분이 많은 만큼, 선진국들이 신속한 백신 접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개발도상국의 백신이 지연될 경우 경제는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메릴랜드 대학의 세브넴 칼렐리오즈칸 교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수출과 수입을 통해 모두 연결돼있다"며 "개발도상국의 백신이 지연되면 선진국이 필요로 하는 중간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의 모든 인구가 백신을 접종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극단적인 시나리오 아래에서는 전세계 약 9조200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선진국들이 4월말까지 취약계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치고, 개발도상국들이 내년 초 같은 시점에 도달하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경우에도 4조4000억달러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결국 광범위한 백신 접종을 위해서는 여러 제조사의 백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FT에 따르면, 현재 임상 후기를 진행하고 있는 백신은 12개 이상이며, 전체 개발중인 백신은 64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신이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백신만으로는 코로나19를 끝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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