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형' 마운드에 오르다...MZ세대 사로잡을 놀이문화 만들까
상태바
'용진이형' 마운드에 오르다...MZ세대 사로잡을 놀이문화 만들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1.26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필드 투자·국제테마파크 조성…엔터테인먼트 중요성 강조
정용진 부회장의 대중친화적 이미지, 강점으로 작용
신세계 "야구장,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변화시킬 것"
​26일 신세계그룹은 SK텔레콤과 SK와이번스 인수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구단 운영권을 물려받았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26일 신세계그룹은 SK텔레콤과 SK와이번스 인수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구단 운영권을 물려받았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프로야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수년간 유통과 놀이의 결합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야구단 인수에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 부회장은 재벌 중 유일하게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발히 운영하며 대중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동력 삼아 프로야구 관중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MZ세대를 끌어당겨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등 신흥 유통 강자들과의 대결에서 이마트 만의 온·오프라인 융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 “3월 중 정식 출범…구단 네이밍 곧 공개”

26일 신세계그룹은 SK텔레콤과 SK와이번스 인수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구단 운영권을 물려받았다. 

본계약 체결은 오는 2월 23일이다. 쌍방울에서 SK그룹으로 한 차례 구단주가 바뀐 SK와이번스 야구단은 이제 신세계 이마트 소속이 된다.

인수 가격은 1352억 8000만원이다. 이마트는 SKT가 보유하고 있는 SK와이번스 지분 100%인 보통주식 100만주를 1000억원에, 야구단이 사용 중인 야구연습장 등 SKT 소유 토지 및 건물을 352억 8000만원에 인수한다.  

업계에서는 유통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 공룡’이라 불리는 신세계가 프로야구 800만 관중을 업고 야구팬과 신세계그룹 고객의 경계 없는 소통과 경험의 공유를 이뤄낼 거라는 시각이다.

신세계 측은 “두터운 야구팬 층이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한다고 봤다”며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프로야구의 질적, 양적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조만간 구단 출범과 관련된 실무 협의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 개막하는 2021 KBO 정규시즌 개막 준비에 박차를 다하기로 했다. 

현재 창단 준비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했으며, 구단 네이밍과 엠블럼, 캐릭터 등도 곧 확정하고 3월 중 정식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화정 국제 테마파크 조감도. 사진제공=경기도
화정 국제 테마파크 조감도. 사진제공=경기도

정용진의 빅픽처…유통과 엔터테엔먼트의 만남

이번 SK와이번스 인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 부회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쇼핑의 무게 추가 온라인으로 이동한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중심의 체험형 공간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해 왔다. 

정 부회장의 융합과 시너지 대한 의지는 평소 이야기들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이마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식품, 의류, 가전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주말에 우리의 잠재적 고객을 흡인하는 야구장과 놀이공원도 신세계그룹의 경쟁자”라고 당부한 바 있다. ‘즐길 거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는 대목이다. 

체험 중심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말 신세계프라퍼티는 2024년 완공 예정을 목표로 스타필드수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795억원을 출자시켰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스타필드청라에 30억원 출자하는 등 스타필드청라, 창원, 동서울화성 등에 추가 출점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프라퍼티에 2022년까지 총 1조4694억원을 투자한다.

스타필드에는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테마 파크가 형성돼 있다. 8.5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미니 번지 점프 ‘스포츠 몬스터’,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설계한 어린이 전용 영화관,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펫파크’, 인공 암벽을 설치한 실내 클라이밍, 야구 피칭 존 등 다양하다.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은 2031년 개장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에 국제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놀이기구, 워터파크, 공룡 탐험, 장난감 나라 4가지 테마로 공원을 짓고, 최첨단 IT기술이 접목시켜 세계적 수준의 복합 리조트형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4조5700억원을 투자했다. 규모는 315만㎡로 일본 유니버셜 스튜디오(54만㎡)보다 6배 넓다. 객실 1000개 호텔, 쇼핑몰, K팝 공연장, 골프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정 부회장이 추구하는 유통 청사진의 최종 형태로, 다양한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고객의 소비보단 시간 자체를 점유해야 한다는 목표를 드러낸 셈이다.  

SBS '맛남의 광장'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통화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SBS '맛남의 광장'
SBS '맛남의 광장'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통화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SBS '맛남의 광장' 화면 캡처

2030 사로잡는 정용진의 ‘셀럽’ 이미지

정용진 부회장은 흔히 재벌계의 ‘셀럽(셀러브리티)’이다. 화법도 거침없고, TV등 방송 전파를 타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전화 한 통에 농가 지원 사격에 나서는 방송 모습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 지난 10월 스타필드 안성에 방문해 노브랜드 매장을 들리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찍은 사진이 논란이 되자,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사진 찍으시는 분이 벗으라는데 #어쩌라고 하튼 현장 와보지도 않고”라고 작성해 사건을 일단락 시키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고 있는 덕분에, 정 부회장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인기가 높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최근 사진에 달린 댓글을 보면 ‘용진이 형 문학구장에 노브랜드랑 스타벅스 만들어 주세요’, ‘택진이 형에 이어 용진이 형까지 야구진출 가즈아(가자)’ 등 유쾌한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팔로워 수는 52만 명에 달한다.

정 부회장의 이러한 이미지는 SK와이번스 인수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확률이 높다. SK와이번스 관중의 62%는 2030세대로, 쿠팡·네이버·카카오 등 신(新) 이커머스 강자들에게 뺏긴 MZ세대들의 눈을 이마트로 돌릴 수 있어서다. 

신세계는 “야구를 즐기는 팬들이 모바일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게임·커뮤니티 활동을 한다”면서 “프로야구는 온·오프라인 통합이 가장 잘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 분야”라고 말했다

다만 이마트는 과거 MZ세대를 공략하고자 한국판 ‘돈키호테’ 삐에로 쇼핑, 부츠 등 브랜드 신사업을 펼쳤지만, 수익성이 낮아 시작 3년도 안 돼 모두 접었다. 

때문에 단순히 유통과 스포츠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 이상으로, MZ세대들을 사로잡고 야구 팬들이 자연스럽게 신세계 고객이 될 만한 유인책을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스포츠업계 한 관계자는 “야구장은 트렌드를 리드하는 20대와 강력한 소비층을 형성하는 30대가 밀집돼 있다”면서 “구단에서 새로운 접근의 마케팅 요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야구장을 쇼핑, 먹거리, 볼거리 등 다양한 즐길거리의 집합체인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키고, 야구 뿐 아니라 신세계그룹이 선보여 온 다채로운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2월 20일 문을 연 삐에로 쇼핑 명동점은 지난 2019년 12월 31일 문을 닫았다. 사진제공=이마트
지난 2018년 12월 20일 문을 연 삐에로 쇼핑 명동점은 지난 2019년 12월 31일 문을 닫았다. 사진제공=이마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