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보다 중국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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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보다 중국 선호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1.2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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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2020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중국이 미국 제치고 1위"
코로나19 빠른 회복으로 놀라운 경제성장 이뤄낸 것이 투자자들 이끈 듯
중국에 대한 투자 흐름 지속될 지 여부는 "의견 엇갈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20년 외국인 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20년 외국인 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을 받았던 지난 2020년,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비교적 신속하게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경제 회복 속도가 여타 국가에 비해 월등히 빨랐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中, 미국 제치고 2020년 FDI 1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인용해 2020년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1630억달러로 미국(1340억달러)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FDI란 외국 기업들이 공장을 새로 짓거나, 해당 국가 내에서 기존 사업을 확장시키거나 혹은 해당 국가의 기업을 인수하는 등 해당 국가에 투자자금을 유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FDI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해왔으나,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뒤집어놓은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로 중국이 비교적 빨리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위기가 현재까지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데다, 이로 인해 경기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으면서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FDI는 전년대비 4% 상승한 반면 미국은 49% 급감했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줄어든 것이 비단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특히 심각했고, 이에 따른 경기위축에 시름을 앓은 영국과 이탈리아는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못했다. 유럽 지역 내에서 모범 방역국으로 이름을 높였던 독일의 경우에도 지난해 FDI가 전년대비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의 FDI는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WSJ은 "2020년 FDI 자료는 미국이 오랫동안 지배해온 세계 경제의 중심이 중국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세계 무역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든 것이 코로나19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놀라운 중국의 경제 회복력..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 잇단 中 투자

WSJ에 따르면,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중국의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중국에 대한 사업 확장 계획을 보류하거나, 중국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실제로 지난해 초 몇 달간 중국으로의 FDI 역시 급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그들의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실제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해 3월에 이어 7월에도 공식 석상에서 "우리는 대외무역과 외국인 투자의 감소를 막기 위해 목표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중국 경제 역시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여준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사상 최악인 -6.8%까지 떨어졌으나 2분기와 3분기 각각 3.2%, 4.9%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6.5%로 확실한 브이(V)자형 반등을 이뤄냈다. 이에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3% 증가했으며,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전망도 밝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나란히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7.9%로 전망한 바 있다. 

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코로나19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기회복이 탄력을 받자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을 중요한 성장 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 

글로벌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우한시에서 열린 투자회의에 참여해 향후 5년간 우한 지역에 30억위안(약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하는 스타벅스는 중국 장쑤성 쿤산시에 커피 혁신산업단지를 짓기 위해 1억5000만달러(약 1650억원)를 투자하는 등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섰으며, 월트 디즈니는 상하이 디즈니랜드파크에서 새로운 테마 파크를 건설하고 있다.

허니웰과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4월 중국 최소 5개 도시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연간 FDI 규모. 자료=UNCTAD, WSJ
미국과 중국의 연간 FDI 규모. 자료=UNCTAD, WSJ

中 투자 지속 여부는 의견 엇갈려

중요한 점은 이같은 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지 여부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과 중국의 점점 더 냉랭해지는 관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기업들은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에 그들의 자원을 계속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를 시작한 점도 중국 투자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게 된 요인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미중 관계가 덜 격앙될 수 있다는 것.

WSJ은 "새로운 미·중 관계가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매력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조셉 조이스 웰즐리대 국제관계경제학 교수는 "미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급감한 것은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기업들이 향후 투자를 재고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코로나19는 많은 기업들로 하여금 그들의 글로벌 공급망과 해외시장, 그리고 기술 등 모든 정책과 기본적인 가정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같은 움직임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중 관계를 분석해온 로듐 그룹의 공동 창립자인 대니얼 로젠은 "지난해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이같은 흐름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개방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개방된 시장 체제를 유지하는 한 미국 내 FDI가 감소할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되고 경기가 회복되면 FDI 역시 자연스레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 세계적으로는 FDI가 크게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제임스 잔 UNCTAD 투자 담당 이사는 "투자자들은 자본을 집행하는데 있어 더욱 신중해질 것 같다"며 "2022년까지는 진정한 반등이 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며, FDI의 진정한 회복으로 가는 길은 험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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