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빅쇼트」…19C말 서양의 공격 재현되나
상태바
위안화 「빅쇼트」…19C말 서양의 공격 재현되나
  • 김인영
  • 승인 2016.02.02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기자본vs중국 당국, 환율전쟁 돌입…소로스와 그의 군단들, 베이징 공습

 

헐리웃 영화 「빅쇼트(Big Short)」가 국내에서 상영되고 있다.

“여러분, 돈 법시다! 돈 벌 준비 됐죠?”라면서 채권 장사를 시작한 은행의 사기꾼들. 그들은 결국 미국 경제를 말아먹는다.

여기서 금융가의 사기행각을 정확하게 꿰뚫고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을 것에 베팅한 4명의 괴짜 천재들. 이들은 20조의 판돈으로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를 걸고 도박을 벌인다. 그들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판단, 자산담보부증권(CDO)에 숏(short)을 걸었다. 하락장에 베팅한 것이다. 처음엔 엄청 터졌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모기지 연체율이 높아가는데도 사기꾼 뱅커들의 장난에 부동산담보부채권(MBS)의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경제의 기초여건은 사기꾼들을 몰락시키고, 진실을 들여다본 사람에게 이득을 줬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무너지는 가운데 돈을 벌어야 하는 또다른 고민에 휩싸인다.

▲ /영화 포스터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그리고 브래드 피트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의 스토리는 무대를 바꿔 중국 위안화에서 지금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뉴욕 월가의 헤지펀드들이 중국 위안화를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형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약세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다”며 “월가와 중국 당국자 간 새로운 환율 전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당국이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월가 헤지펀드들의 투자방식은 영화 「빅쇼트」와 같은 방식이다. 하락장에 베팅하는 ‘쇼팅(shorting)’이라는 기법을 쓴다는 점에서 같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8년 전에 모기지담보부 증권이 하락할 것을 믿고 숏포지션(short position)을 걸었지만, 지금 헤지펀드들은 중국 위안화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고 숏을 걸고 있는 것이다. 숏포지션의 거래기법을 국내에선 공매도라고 알려져 있다.

 

영화 「빅쇼트」와 현재 헤지펀드의 위안화 공격의 차이점을 몇가지 들어보자.

 

①투기 대상: 미국 경제 vs 중국 경제

영화에서는 미국 경제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 위안화 공격에 나선 헤지펀드는 중국 경제를 걸고 빅쇼트 게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서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에서 출발한다. 은행들은 주택모기지를 채권화하고, 이를 모아 등급을 올리고, 턱없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줬다. 주택붐이 일어나고, 집값이 뛰었다. 경제는 10년 장기 호황을 유지했다. 거품이 꺼질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모기지 체납이 시작되고 부동산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도 뱅커들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사기를 쳤다. 그 허점을 눈치챈 영리한 영화의 주인공들이 미국 경제를 상대로 ‘빅쇼트’를 벌인 것이다.

지금 월가 헤지펀드들은 중국 경제와 빅쇼트 게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연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대등한 국가(G2)로 부상한줄 착각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경제굴기(崛起)를 주창하며 인민들의 부를 늘려주겠다며 주식투자를 적극 장려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1년여만에 2,000포인트에서 5,000포인트로 두배 이상 폭등했다. 중국인민들은 모두 부자가 된줄 착각했다. 하지만 중국이 때려 지은 부동산과 공장이 과잉공급되면서 차입으로 기업을 하고 집을 지은 사업자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헤지펀드는 이 점을 본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인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주식, 원자재, 채권에 대한 투자 대부분을 팔아 그 돈으로 위안화와 홍콩달러에 숏포지션을 걸었다. 이 펀드의 투자판단은 중국의 뱅킹시스템이었다. 현재 은행의 연체율은 2%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이 수치가 급증할 것이며, 결국은 중국 정부가 은행 부실을 털기 위해 수조 위안을 퍼부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위안화가 절하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②위안화 베팅엔 대형 헤지펀드들 참여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은 이름없난 작은 펀드들이지만, 지금 중국을 공격하는 펀드는 미국 굴지의 펀드들이다.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카일 바쓰, 미국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에게서 배운 스탠리 드러큰밀러,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드러큰밀러의 후견인이었던 자흐 수라이버 등등…미국 헤지펀드의 대가들이 줄줄이 중국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아팔루사 매니지먼트, 스코깅 캐피털 매니지먼트, 칼라일 그룹의 이머징 소버린 그룹(ESG)도 참가했다고 한다. 조지 소로스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경제는 경착륙을 피할수 없고, 아시아 통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지만, 그의 소로스펀드측은 위안화 숏포지션 투자여부에 대해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조지 소로스는 1992년 10억 달러를 걸어 영국 파운드 절화에 베팅해 그만큼의 투자 수익을 벌었다. 이번에 소로스와 그의 후배들이 위안화 절하에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연합뉴스

 

일부 헤지펀드들은 위안화 절하에 베팅해 많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인트스테이트 캐피털의 경우 지난해 8월 위안화 절하 이후 위안하에 숏포지션을 걸어 지난해엔 15%의 수익을 얻었고, 올들어 1월 중순까지 5% 수익을 냈다. 칼라일 그룹 ESG의 숏차이나 펀드는 지난 1월중 위안화 투자에서 20%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중국이 힘없이 무너진다면 위안화 절하에 베팅을 건 헤지펀드들은 수십% 아니 수백%의 수익률을 내게 된다. 헤이먼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포트폴리오의 85%가량을 현재 앞으로 3년간 위안화와 홍콩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거래에 투자했는데, 영화 「빅쇼트」의 배경인 2008년 미국 주택시장 약세 베팅 이후 최대 규모다. 이 펀드의 창립자 카일 바스는 "앞으로 3년간 위안화 가치가 최대 4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中 당국·언론, 헤지펀드에 연일 공세

한편 중국 당국과 언론들은 조지 소로스는 물론 미국 헤지펀드의 공격에 대해 연일 공격을 퍼붓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최근 상공인들과 좌담회에서 "근래들어 국제적으로 중국 경제를 '공매도'하려는 소리가 나온다. 일부는 심지어 중국 경제의 둔화가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한다. 대체 어느 곳의 논리인가"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성장은 여전히 합리적 구간에 머물러 있다"면서 소로스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은 채 최근 소로스의 경착륙론을 반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아시아 통화 하락에 돈을 걸었다고 밝힌 소로스의 영향력으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아시아 각국 화폐가 심각한 투기성 공격에 직면했지만 이런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소로스의 나이가 이미 86세의 고령으로, 앞뒤 분간을 못하는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경착륙이란 대개 중대한 경제위기를 의미하며 굳이 계량화한다면 성장률이 1년 사이에 1-2%포인트 떨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중국 경제는 지난해 6.9% 성장해 전년대비 0.5%포인트 둔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란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즉 물건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판다는 의미다. 공매도 투자자는 유가증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낸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원유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30달러에 선물을 빌려 매도한다. 기름값이 27 달러로 떨어지면 선물을 사서 돌려준다. 이 투자자는 30달러에 팔고 27달러에 샀으니, 10% 남짓 차익을 챙기게 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가가 33달러로 오르게 되면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 공짜는 없다. 정교한 판단력과 시장을 주도할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파는 것을 숏세일(short sale), 사는 것을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라고 한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