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LG전자, ‘스마트폰 폐기’ 이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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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LG전자, ‘스마트폰 폐기’ 이후가 중요하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1.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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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지난 주 재계 최대의 화두는 LG전자가 그간 공들여온 MC사업본부(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 정리를 고심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지라시 정보가 아닌 LG전자의 권봉석 CEO가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히 평가해야 할 시기”라고 직접 공언한 상황이다. 소문으로만 돌던 LG의 스마트폰 사업 매각 및 축소가 공식화되었다.

LG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 삼성전자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보유했다.

가전 사업은 지금도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유독 큰 폭의 영업손실을 해마다 기록했다. 2010년 구본준 부회장이 사내 구호로 ‘1등 합시다’를 강조했지만 MC사업본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모바일 부문이 처음부터 부진을 거듭한 건 아니었다. 2005년 전 세계에서 초콜릿폰이 1500만대가 판매되며 피처폰의 기록적 판매고를 달성한 적도 있었고 소녀시대와 빅뱅이 휴대폰 광고에 등장할 때 LG전자는 세계 Top 5의 모바일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LG전자의 모바일 부문은 견고한 성장을 거듭했다. 

LG전자, 계륵 같은 스마트폰을 폐기학습하다  

LG전자가 피처폰 시장에 머물러 있다가 새로운 기회를 놓쳤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이니 이를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가 국내 소비자의 스마트폰 선호도를 확인한 후 곧바로 모방 추격형 전략에 나선 데 비해 노키아, LG전자는 피처폰 경쟁력에 매몰되어 스스로 승자의 저주에 오랜 시간 갇혀 뒷걸음질한 건 중고생들도 아는 얘기가 되었다.  

실패 원인으로는 인화를 중시하는 조직문화, CEO의 잘못된 방향 설정 등 여러 요인이 손꼽혔다. 사내에서 A급 인재들이 투입되었고 때로는 경쟁사의 연구진을 영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거듭했지만 모바일 부문은 2015년 이래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조준호 사장 등 사내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알려진 CEO들도 적자를 막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그래픽=연합뉴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업의 본질을 재점검하고 각 사업부의 역량을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모바일 사업이 조정될 수 있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있었다.

사내 우수인재와 자원을 집중했음에도 10년 넘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미래 경쟁력을 감안해 해당 사업을 조정하고 방향성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이는 CEO로서 당연히 해야 할 조치이다.

내부의 우려와 달리 주가도 급등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무분별한 확장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LG전자의 전략에 투자자들도 환호한 것이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문을 독립시켜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고 전장, 인공지능(AI)에 새롭게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방향성에 반대할 이는 없다. 

학계에서도 지속가능성,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경쟁사에 의해 초토화되기 전, 자체적으로 이를 검토,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폐기학습을 줄곧 강조했다. 스마트폰 경쟁력이 애플과 중국에 넘어간 상황에서 일부 개혁적 학자들은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사업을 하루 빨리 축소, 매각하는 폐기학습을 단행하고 미래 경쟁력을 재조정하라고 주문할 정도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폐기 이후가 중요하다

승자의 저주 또는 오래된 관행의 틀을 스스로 벗어나는 폐기학습을 LG전자가 단행했다는 측면에서 구광모 회장의 현명한 판단력은 돋보인다. 다만, LG전자가 실제 스마트폰 사업을 폐기하기까지는 몇 가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기업의 역량을 총동원했음에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계가 드러난 모바일 부문 매각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전쟁은 애플과 삼성전자, 중국 기업들이 현재 시장을 나눠가진 상황이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대다수 기업이 AI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과연 LG의 모바일 부문에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다. 일부에선 설비 부분 인수 또는 지적재산권 인수 등을 거론하지만 이를 그룹 차원에서 승인하기도 쉽진 않다. 

LG는 스마트폰 사업폐기를 계기로 기업문화를 보다 혁신적으로 바꿔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또 다른 관건은 사업 방향성보다 조직 경쟁력과 결속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다. 10년 전인 2011년 LG전자 연구원이 당시 ‘LG전자를 떠나며 CEO에게 남긴 글’은 내외부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메시지의 초점은 기술력의 부재보다 토론 문화의 부재, 도전적인 문화가 부족한 연구환경, 혁신을 장려하지 않는 분위기 등 미흡한 조직문화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회사를 사랑했던 연구원이 떠나며 남긴 당부와 요청에 대해 LG전자는 침묵을 유지했고 10년 후 MC사업본부 매각 및 축소를 고민하고 있다.

연구원이 간절히 요청한 도전적인 연구환경, 활발한 토론 문화, 혁신적 분위기가 건설적으로 조성되었는지 구광모 회장이 진솔하게 답변해주길 바란다.

10년 전 메아리는 이제 구광모 회장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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