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0분-11분'도 역시 섹시하게 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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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분-11분'도 역시 섹시하게 쓰려면
  • 지예
  • 승인 2016.01.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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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누군가의 고민 사연을 접한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싱글로 지내다가 드디어 모든 것이 완벽한 이상형을 만났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에게 딱 하나, 안타까운(?) 것이 있었으니 아무리 다양한 시도를 해보아도 속궁합이 전혀 나아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사연을 듣는 모두들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그녀느 그와 어떻게 하면 속궁합이 나아질 지 아니면 더 정들기 전에 헤어지는 게 나을 지 고민했다.

방송을 통해 들은 그녀의 이야기는 안타까웠다. 남녀 사이에 잘 맞아야하는 수많은 요인 중에 속궁합이 우선순위를 차지할 때가 많지 않은가. 그도 그럴 것이 속궁합이 잘 맞는다면 서로가 큰 선물이 된 것만 같다는 느낌, 혹은 다행이라는 느낌 역시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오래 잘 만나는 연인 중에는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커플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속궁합이 잘 맞으면 오래 만나는 커플이 되는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이제는 섹스와 사랑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음, 더 정확히 그런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지!) 그렇다면 오래가는 연인들은 무엇이 잘 맞아서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것일까? 난 그것이 바로, 유머코드라고 생각한다.

▲ 영화 <500일의 썸머> 중에서

섹스는 사랑의 표현이다. 하지만 연인이 하루종일 섹스만 하는 것은 아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11분>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보통 연인의 섹스 시간은 평균적으로 11분이라고 한다. 1년만 하더라도 52만 5600분이다. 아무리 사귄 지 얼마 안되어 눈만 마주치면 침대로 달려들 것 같은 연인이더라도 1년의 시간 중 과연 몇 백분이나 섹스에 쓸까? 더 많은 시간을 섹스하지 않는 데에 쓴다. 특히나 오래된 연인은 더욱 그러할 경우가 많다. 이것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다. 연인이 오래되면 이젠 상대방이 편안해지게 된다. 소중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방이 내 사람으로 인식되어지면 다시 '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일에 집중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루에 한번 섹스를 하더라도 1440분, 즉 24시간 중에 11분을 뺀 나머지 시간들을 섹시하지 않게 지내야 되는 것이란 말인가? 그 외의 시간 역시 사랑스럽게 보내야하지 않을까. 난 유머코드가 맞는 것이 아주 섹시한 교감이라도 생각한다.

 

전에도 난 유머러스한 남자에 대하여 예찬하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유머러스한 성격은 자신감이 있으며 센스 넘치는 사람임을 알려준다. 특히 센스있는 유머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머리가 좋아야한다. 두뇌 활동이 전체적으로 활발한 사람만이 센스있는 유머를 구사한다는 연구결과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머는 개인의 취향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대방을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그는 공간을 채워버리는 마술을 부린다. 그런 이와 함께 있으면 Anytime, Anywhere 즐거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와 떨어져있을 경우 더욱 그러해진다.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 다른 상대방과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밖에 없고 그를 그리워하게 된다. (특히 그 상대방이 이성일 경우에!) 그리고 그 사람은 나의 생각을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며 교감하고 싶어질 수 밖에 없다. 성격이 잘 맞아, 대화가 잘 통해 라는 건 어쩌면 유머코드가 잘 맞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녀 사이가 친구도 아닌데 어떻게 유머코드만 맞출 수 있냐고? 그건 그렇다. 하지만 유머코드가 잘 맞으면 섹스도 좋아질 확률이 있다. 우린 대부분 이성을 대할 때 '방어'를 하기 마련이다. 상대방에 대하여 잘 모르니 당연하다. 헌데 상대방과의 유머 코드가 맞아 까르르 웃어버리면?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방어가 풀리고야 만다. 저도 모르게 '웃기다'라는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여성의 만족을 보는 것이 즉, 남성 본인의 만족이니까. 그는 어떤 식으로든 여성을 더욱 자극시키기 원할 것이다. 그게 유머일지라도! (유머는 가장 친절한 방법이니까).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여자는 그에게 자극받는 것에 익숙해지게 된다. 이러한 그녀는 이미 수차례 그에게 방어가 풀어진 모습을 보였기에 침대에서도 조금 더 그녀가 느낀바를 표현할 수 있게 될지도. 이런 커플은 '진지'하려고 진지잡순 다른 커플들 보다야 훨씬 다양한 장난(?)을 칠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은 까르르 웃으며 아이처럼 야한 놀이를 할 수 있다. 원래 원초적일수록 뭐든 더 자극적인 법!

 

농담이 가끔 엄숙함 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어려운 매듭을 푼다. - F.Q.호라티우스

(섹스만 남녀간의 싸움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 영화 <500일의 썸머> 중에서

 

나의 유머에 상대방이 웃어준다면, 또 상대방의 유머가 나에게 굉장히 재밌다면 그 사람과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뿐인가. 잔뜩 힘준 내가 아닌 살짝 망가진 모습 역시 보여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두 사람은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가 함께인 시간을 즐겁게 꾸며나간다, 서로의 빛나고 잘 엮어지는 유머코드로, anytime, anywhere! 두 사람은 결국 유머코드를 넘어, 일상의 코드를 맞춰가게 된다. 그러니 오래 만날 수 있으며, 헤어지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비교적 훌륭한 두뇌를 선물하였다. 왜 그랬을까? 그 중에서 인간을 가장 사랑해서 였는 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훌륭한 두뇌를 사랑하는 데에도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굴리는 잔머리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이 아름다워지도록 쓰여지는 두뇌!

 

영국의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체스터필드는, '유머를 사용하려거든 기쁨을 주기 위해 사용하고, 상처를 주기 위해서는 사용하지 마라.'라고 했다.

유머는 마치 다이나마이트와 같다. 때로는 아주 아름다우며, 때로는 아주 위협적이다. 어떻게 쓸지는 당신의 몫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사용한 유머는 두고두고 추억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계속 향기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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