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26) 중국인은 어떤 차를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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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26) 중국인은 어떤 차를 마실까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1.01.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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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다류 모두 생산하는 '차의 나라' 중국
녹차 소비 줄고 홍차 소비 늘어나는 중
해외여행가서도 '홍차 애호'...수입도 늘어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인간 역사에서 차를 처음 마신 나라답게 중국이 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강하다. 2019년 기준으로 약 280만 톤을 생산하여 전 세계 차 생산량의 48%를 차지했다(그동안 추세를 고려하면 2020년은 50%를 능가할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전 세계 차 생산량이 급증했다. 대부분의 차 생산국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중국은 특히 그 성장 폭이 엄청나다.

세계 차생산 절반 '중국'이 담당

2000년 70만톤 수준에서 2019년 280만톤으로 19년 만에 생산량이 4배 정도 증가했다. 2007년만 하더라도 전 세계 생산량의 30% 수준이었는데 10년 남짓 지나면서 전 세계 차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게 되었다. 반면 수출량은 2019년 기준으로 약 30만 톤으로 지난 10년 동안 거의 같은 수준이다.

생산량이 급증했지만 수출량에는 큰 변동이 없는 것은 증가한 생산량 거의 대부분이 중국 내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2013년 1인당 음용량 순위가 세계 20위 정도에서 최근 10위권으로 올라온 것으로도 확인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급속한 중국 경제성장 영향이다. 하지만 중국인 가운데 정기적으로 차를 마시는 음용자 수가 아직 40%가 채 되지 않아 앞으로도 소비물량은 상당히 더 늘어날 수 있다.

중국의 차 재배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귀주성에 새로 만들어진 차밭. 사진= 구글

중국인 홍차 소비 급증

6대 다류를 모두 다 생산하는 유일한 차 생산국인 중국은 어떤 종류 차를 주로 마실까? 일단 6대 다류 생산비율을 보면 2019년 기준으로 녹차 64%, 홍차 11%, 우롱차 10%, 흑차 14%(보이차 포함), 백차 1.3%, 황차 0.3% 수준이다. 2008년과 비교하면 녹차가 큰 폭으로 줄고(74%에서), 홍차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6%에서). 우롱차, 흑차, 백차, 황차도 조금씩 늘어났다. 비율은 많이 줄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녹차 생산량이 압도적이다.

중국 대표 녹차중 하나인 서호용정. 사진=구글
중국 대표 녹차중 하나인 서호용정. 사진=구글

중국내 소비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녹차 53%, 홍차 9%, 우롱차 12%, 흑차 6%, 보이차 4%, 화차 4%, 기타 10% 다. 크게 보면 생산량 비율과 소비량 비율이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보이차를 흑차에 포함시키면 비슷해지고 녹차가 크게 준 것처럼 보이는 것은 화차와 기타 차가 주로 녹차를 베이스로 만든 재가공차 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분류 방식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 결국 생산량과 소비량의 3분의 2 정도가 녹차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차 하면 주로 보이차를 많이 떠 올리고, 중국 녹차는 잘 볼 수도 없고 언급도 되지 않는다. 이는 수입 녹차에 대한 관세율이 지나치게 높아(513.6%) 녹차 수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홍차 관세율도 40%로 낮은 것은 아니다. 같은 기호음료인 커피와 비교하면 명확하다. 생두가 2%, 로스팅 된 원두가 8%에 불과하다. 국내 녹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런 까닭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홍차 가격이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현지 판매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다. 그러나보니 국내 홍차 음용자가 지난 몇 년 사이 급증했음에도 이들 대부분은 국내 보다는 해외직구나 해외여행 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판매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상황이다. 홍차애호가의 한 사람으로 하루 빨리 차 관세율이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중국 차 현황에서 두드러진 점은 위에서 본 것처럼 홍차 생산량과 소비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차 수출의 약 85%는 녹차가 차지한다. 즉 홍차 수출 물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중국인들 해외여행하면서 '홍차 경험'

중국 경제 성장으로 국민들이 부유해 지면서 해외여행이 많아진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들이 해외에서 접하고 맛을 알게 된 것이 홍차다. 홍차를 처음 생산한 곳이 중국이면서도 역설적으로 해외에서 서양 문화로 홍차를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주로 해외 경험이 있는 중산층과 젊은이들 중심으로 홍차 소비가 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2014년 출간된 필자의 첫 번째 책인 <홍차수업>이 중국어로 번역/출판 되었는지도 모른다.

필자의 첫번째 책 '홍차 수업'과 중국어 번역판
필자의 첫번째 책 '홍차 수업'과 중국어 번역판

유럽 등의 서양문화로 새롭게 홍차를 접하다 보니 이들의 음용 스타일도 우려 마시는 전통방법 보다는 RTD(Ready to drink의 약자로 유리병이나 캔, 페트병에 들어있는 음료), 아이스 티, 밀크 티 등 다양한 형태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 홍차음료에는 중국홍차 보다는 인도, 스리랑카, 케냐 등에서 생산되는 강한 홍차가 더 잘 어울린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최근 들어 중국이 이런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홍차물량이 늘고 있다. 이들 국가들 또한 새로운 수출시장(그것도 중국!)의 등장을 매우 반기고 있다. 중국홍차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 가겠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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