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으니 귀한 몸된 'LG 스마트폰사업'...구글이 인수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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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으니 귀한 몸된 'LG 스마트폰사업'...구글이 인수한다면 ?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1.2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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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매각, 축소 등 모든 가능성 검토 단계"
전문가 "매각이 기업가치 측면에서 최상 시나리오"
구글 인수시 북미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3위
스마트폰-미래차 잇는 OS 생태계 강화수단
사업축소 이후에 매각추진 관측도
권봉석 LG전자 대표가 지난 20일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MC사업본부(스마트폰사업 담당부서)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LG전자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 매각시 인수 후보 기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매각이 가시화할 경우 인수 후보군으로 첨단 IT업체부터 동남아 스마트폰제조업체, 심지어 유럽의 자동차업체도 거론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가운데서도 구글 등 해외 IT기반 기업이 유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LG전자는 22일현재 “매각과 제조자개발생산(ODM) 비중 확대, 사업 축소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검토 단계이고 결정된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5년간 5조원 규모의 적자를 누적한 MC사업본부가 ODM을 확대하는 수준으로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전자업계가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LG전자의 MC사업본부에 대해 “기업가치 측면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사업부 매각”이라며 “(매각시) 대규모 적자요소 해소와 더불어 영입권과 특허 가치에 대한 현금 유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일 권봉석 LG전자 대표가 MC사업본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LG전자 주가는 이틀새 25% 이상 급등했다. 전 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20일에는 12.84%, 21일에는 10.87% 오르며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LG전자는 21일 거래일기준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6조원 늘어난 30조3567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초로 시총 30조원을 돌파했다. 22일 오전 10시 30분 현재도 LG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소폭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 구조조정 검토에 대해 주식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반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발빠르게 구글, 중국과 베트남 스마트폰 제조사부터 폭스바겐 그룹까지 다양한 인수 대상 기업을 거론하고 있다. 

업계에선 LG전자의 MC사업본부 매각시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구글을 꼽는다. 구글은 지난 2012년 LG전자와 넥서스4, 5, 5X 등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협력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캣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74.2%,애플의 iOS가 25.2%다. 스마트폰 OS의 절대 강자인 구글은 하드웨어까지 직접 제조하려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구글, LG스마트폰 인수시 단숨에 북미시장 3위 등극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선 구글이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우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픽셀5'와 '픽셀4a 5G' 등 신제품을 공개하며 꾸준히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초 구글이 출시한 스마트폰 '픽셀4'의 6개월간 판매량이 전작보다 150만대 적은 200만대에 그쳤다.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 5. 사진=연합뉴스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 5. 사진=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7%였던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3%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SA는 LG전자가 지난해 3분기 북미지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33.2%)와 애플(31.5%)에 이어 14%로 3위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LG가 ‘V60 씽큐’ ‘LG 벨벳’ 등 5G폰을 미국 시장에 출시한 상황에서 점유율이 미미한 구글이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북미 시장 3위로 올라선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의미 있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경우 구글은 애플처럼 OS와 하드웨어를 최적화 시켜 성능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성능이 떨어져도 OS를 최적화시키면 부족한 성능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성능의 하드웨어라면 OS를 최적화 시킬 수 있는 제조사의 제품이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스마트폰을 만들고 판매하며 이용자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하드웨어 수준을 높이고 OS 최적화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자사 OS를 사용하는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경쟁해야 하는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스마트폰 OS 시장에는 안드로이드 아니면 애플뿐인 상황에서 애플은 폐쇄적 생태계를 운영한다"며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도 안드로이드 진영을 빠져나갈 수 있는 제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와의 시너지도 기대 

웨이모 5세대 자율주행 개념도. 사진=웨이모

두 번째는 미래차 사업과의 시너지다. 업계에서는 초기 자율주행차 상용화 단계에서 스마트폰이 자동차를 제어하는 핵심 연결 기기가 될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구글은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차를 계발 중에 있다.

웨이모는 이미 지난 2018년 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경우 택시 호출, 자율주행 제어, 요금 결제 등 서비스 이용에 스마트폰과 웨이모를 연동해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자동차용 OS인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구글 제품이다. 스마트폰-자율주행차를 잇는 폭 넓은 OS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도 구글은 애플과 경쟁이 진행 중이다. 애플은 지난 2014년 ‘타이탄’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차 개발을 시작했다. 최근 타이탄 프로젝트 파트너로 기아차를 선정해 2024년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애플 역시 자동차용 OS '카플레이'를 출시한 상황에서 기아차 등과 협력으로 하드웨어를 제작한다면 스마트폰-테블릿-워치-자율주행차를 잇는 대규모 OS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OS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LG전자 MC사업부 인수를 통해 맞서는 그림을 그리는 선택이 가능하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 모습. 사진=구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 모습. 사진=구글

내려놓으니 갈 곳많은 스마트폰사업부...선택지는 여러개 

폭스바겐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전장부품과 스마트폰의 시너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당기간 기술력을 축적한 LG스마트폰 사업부가 경쟁력 확보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밖에 중국과 베트남의 스마트폰 제조사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경우 LG전자의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본부를 매각하더라도 핵심연구인력을 남겨 관련 기술력을 가전제품과 전장부품 사용에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한 연매출 4조원에 3000여명이 넘는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 MC사업본부의 규모를 봤을 때 당분간 규모를 축소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인수 대상자를 찾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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