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빌푸의 먹방이 우리나라의 국격을 올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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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빌푸의 먹방이 우리나라의 국격을 올려줄까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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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출연 방송, 우월감 혹은 열등감 사이
때로는 국뽕이 시작되는 지점, 그 어딘가에서 헤매는 우리
이젠 '가치 있는 우리의 것'을 만들고 있음을 믿어 보자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표현입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려합니다. 제작자나 당사자의 뜻과 다른 '오진' 같은 비평일 수도 있어 양해를 구하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핀란드 사람 ‘빌푸’는 자기 나라에서는 간호사를 지망하는 보통 사람이지만 한국에서는 그 지위가 사뭇 다르다. ‘한국 사위’라는 별명을 얻은 것에서 보듯이 ‘빌푸’는 2021년 현재 가장 유명한 핀란드 사람일 것이다. 모두 그가 출연한 MBC every1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 덕분이다.

빌푸와 그의 핀란드 친구들은 지난 2017년 ‘어서와’를 통해 한국 여행을 왔다. 당시 순박한 모습과 종류를 가리지 않는 먹방을 선보인 이들은 한국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한 번 더 초청을 받았고, 이들 중에서도 빌푸의 인기가 특히 많았다. 방송을 인연으로 한국 여인과 결혼까지 한 빌푸는 최근 한국에 머물며 여러 방송에 출연 중이다.

빌푸가 한국 시청자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인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까지 잘 먹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모양이었다. 방송에서 빌푸가 한국 음식에 보내는 찬사를 보고 듣노라면 마치 그 음식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음식으로 느끼게도 한다.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빌푸’. 사진=MBC every1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빌푸’. 사진=MBC every1

윤스테이, 외국인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의 세계관 확장

외국인이 한국 문화와 문물을 좋아한다는 데 반기지 않을 한국인이 어디 있을까. 덩달아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프로그램도 인기다. MBC every1의 ‘대한외국인’은 외국인이 출연하여 한국 연예인과 한국어 퀴즈 대결을 벌인다. 방송에 나오는 문제들은 한국 문화나 문물을 잘 모르면 풀기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된다.

‘어서와’와 ‘대한외국인’이 한국 문화와 문물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나온다면 tvN의 ‘윤스테이’는 접근 방법을 조금은 달리한다.

‘윤스테이’는 한국의 유명 배우들이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콘셉트로 한다. 실제 게스트하우스처럼 ‘윤스테이’에서는 손님을 위해 식사와 잠자리를 준비하는 유명 배우들의 모습을 큰 축으로, 게스트하우스 서비스에 대한 외국인 투숙객들의 반응을 또 다른 축으로 보여준다.

배우들은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전문가에게 미리 요리 강습을 받고는 최고의 메뉴와 재료로 음식을 준비한다. 숙박 시설은 평소 한국인도 접하기 어려운 오래되고 멋진 한옥을 섭외했다. 외국인 투숙객들은 도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고택을 보며 감탄한다. 낯선 좌식 구조와 온돌 구조에 신기해한다. 마루 아래 섬돌에 놓인 고무신조차 외국인들에게는 멋지게 보일 뿐이다.

게다가 자기들을 접대하는 직원이 사실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에 출연한 ‘최우식’ 배우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워한다. ‘윤여정’ 배우의 오래전 필모그래피까지 알고 있는 손님도 나온다. 하지만 배우들로 이뤄진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은 초보자이기에 어설픈 구석이 많아 매사에 전전긍긍한다. 그런 지점이 방송의 재미 요소로 등장한다.

눈에 띄는 점은 지금까지 외국인이 출연하는 방송이 그들을 관찰대상으로만 삼았다면 ‘윤스테이’는 오히려 한국인 출연진을 주요 관찰대상으로 삼으면서 그들의 반응을 촉발하는 자극제로 외국인들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세계관 확장이 시청자들의 관심 끌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tvN ‘윤스테이’ 포스터. 사진=tvN
tvN ‘윤스테이’ 포스터. 사진=tvN

우월감 혹은 열등감, 외국인의 한국 문화 평가를 바라보는 마음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프로그램에는 외국인 출연진들을 관찰하거나 함께 부대끼는 한국인 패널 혹은 출연진들이 나온다. ‘어서와’는 편집된 영상에 대한 패널들의 반응을, ‘대한외국인’은 퀴즈 대결을, ‘윤스테이’는 직접 현장에서 외국인들과 부닥치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낸다.

여기서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 패널과 출연진의 외국인에 대한 반응에서 한국 문화나 문물에 대한 어떤 자긍심 혹은 우월감이 보인다는 것이다. 제작진의 자막 편집도 그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이러한 자긍심 고취나 한국 문물에 대한 우월감 인식이 외국인들이 나오는 방송의 인기 요인이다.

사실 이들 방송의 주요 취지는 한국 문물을 접하는 외국인의 반응을 통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시청자가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일 테다. 하지만 이러한 방송에 출연한 외국인들의 반응만으로 우리 문화와 문물에 대해 모든 외국인도 그렇게 느낀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물론 출연한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물을 알아가며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는 게 한국인으로서는 기분 좋은 경험이다. 반면 출연한 외국인의 평가가 그러하다고 해서 모든 외국인의 평가도 그럴 것이라고 일반화하는 오류에 빠지는 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화가 지나치다 보면 한국 문화와 문물이 우월하다고 굳게 믿어버리는 결과가 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러한 우월감이 때로는 열등감을 감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방송에서 만약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문물을 좋아한다면 패널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지만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너무나 기뻐하고 감사해 한다. 물론 기분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편 숨겨진 열등감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씁쓸한 느낌도 든다.

국뽕, 자긍심 지나치면 나타나는 부작용

자기네 문화나 문물의 우월함은 스스로 주장한다고 해서 저절로 올라가는 가치가 아니다. 중국 영화를 보면 특히 그렇다.

중국의 특수부대가 아프리카에서 미국 용병이 학살하려는 중국인과 현지 난민을 구조한다는 ‘전랑2’, 중국의 경호업체가 세계 분쟁의 원인이 된 미 항공모함을 구한다는 ‘뱅가드’, 코로나19에 맞선 중국 방역의 자화자찬을 그린 ‘최미역행’ 등이 중국과 중국인, 그리고 중국다운 게 세계적이고 우월하다고 그린 중국 영화다.

이 영화들은 해외에서 인정을 못 받았으나 중국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 중국 인구가 많은 관계로 관객 수로는 전 세계적으로도 순위가 높게 집계됐다. 이 점을 갖고 중국에서는 이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며 자부심을 느낀다. 중국의 국격까지 올라갔다고 해석한다.

중국의 이런 해석을 두고 전 세계 영화계는 세계화 기준에 못 미치는 중국의 열등감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한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그저 ‘국뽕’일 뿐이라며 비웃는다. 그런데 비웃고 말 일일까. 우리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우월감이 우리에게도 있다면 어쩌면 그 지점에서 국뽕이 시작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도 잘 알아야 한다.

빌푸의 반응에 대해, 대한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지식에 대해, 윤스테이에 머문 외국인들의 평가에 대해 너무 크게 해석하거나 일반화하지 않으면 어떨까. 아무리 그들이 좋게 평가한다 해서 우리나라의 국격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니까. 대신 외부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가치 있는 우리의 것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이제는 믿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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