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삼성에 도움되지 않는 과도한 위기론
상태바
[권상집의 인사이트] 삼성에 도움되지 않는 과도한 위기론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1.21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었다. 그 동안 재벌총수에게 내려졌던 불문율인 징역 3년 이하, 집행유예 5년 공식도 깨진 셈이다.

구속 하루 만에 사면 및 석방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그의 구속은 정재계를 벗어나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국내 사회에 삼성그룹의 총수가 미치는 영향력은 지금도 상당한 셈이다. 

삼성그룹은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지난해 출범시켰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경영권 승계 논란 해결, 무노조 경영 타파, 투명경영 및 윤리경영 실천 등 삼성 입장에서 금기시되었던 화두를 꺼내며 총수로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고민 끝에 징역 2년 6개월을 그에게 최종 선고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이후 가장 뜨거운 반응은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이 아닌 국내 언론의 입장이었다. '그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며 총수의 구속과 삼성의 성장은 무관하다는 진보 언론의 평가부터 '삼성의 미래전략이 사실상 스톱되었다'며 삼성의 위기 더 나아가 한국경제의 위기를 경고한 보수 언론의 평가까지 언론의 시선은 양 극단으로 갈렸다. 

삼성의 위기를 부채질하는 과도한 위기론

대다수 언론은 일단 삼성과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한 평가를 쏟아냈다. ‘한국 경제 먹구름’이라는 기사부터 삼성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 섞인 기고도 등장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날 삼성전자의 주가가 3% 가까이 폭락했다는 언론의 기사도 이어졌다. 또한, 경제 전문가라 일컫는 이들 역시 삼성의 위기가 강화될 것이라며 이에 동의하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진보 언론은 그의 구속과 그룹 경영은 별 상관이 없다는 얘기를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꼭 상관이 없진 않다. 학문적 관점에서도 최고경영진 이론(Top Management Team Theory)에 의하면 경영자 또는 경영진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기업성과, 조직문화, 경영혁신 등 조직 전반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최고경영자다.

특히 오너 중심의 경영이 일상화된 국내 대다수 기업의 입장에서 최고경영자의 구속은 시스템을 아무리 잘 갖춘 기업이라고 해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와 달리 국내 기업의 경우 전문경영인이 중장기적 전략 수립과 미래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책임지기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삼성만의 고민이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성과, 조직문화, 분위기,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최고경영자에게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구성원의 결속력, 시스템에 의한 조직관리 등이 갖춰진 기업은 CEO가 부재한 가운데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삼성도 그간 총수의 부재 상황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오면서 시스템 경영을 강화해 나갔다.

언론이 정말 삼성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삼성에 대한 위기론을 강화하기보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 전략적 방향을 어떻게 수립하고 신수종 사업에는 어떤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이들에게 삼성의 위기가 커져 결국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측일 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놓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도한 위기론은 삼성그룹의 성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삼성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 제시해야 

국내 언론은 총수의 구속 때마다 기업의 성장을 우려하고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미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젊은 오너들이 기업을 이끌며 조직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전자를 이끌었던 권오현 전 부회장도 한 두 명에게 의존하는 기업은 일류 기업이 될 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총수의 구속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당일 3% 폭락했다고 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개미 투자자 및 기관 투자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윤리적 판단을 떠나 삼성전자가 그간 보여준 탄탄한 역량을 믿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펀더멘탈(기본 역량)이 강하기에 주가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최종 판결 이후 언론에서는 끝나지 않은 삼성 사냥, 반기업 정서를 부채질하는 정치논리의 판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위기를 부채질하는 보도가 삼성 사냥을 오히려 가속화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보도는 그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성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 애플의 혁신이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 기사가 국내외 언론에서 제기되었지만 팀쿡은 지난 10년간 기업 경쟁력을 훨씬 더 탄탄하게 발전시키며 애플의 시가총액을 2조 2000억 달러까지 성장시켰다. 팀쿡은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의 우려와 달리 애플의 조직 역량은 여전히 탄탄하다.”며 언론의 불신을 비꼬기도 했다. 

201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집단 천재성(Collective Genius)’을 강조하며 특정 인물 또는 극소수의 천재에게 의존하는 기업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물이 아니라 조직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미래 CEO의 역할이라는 점을 해당 논문은 강조하고 있다. 1인에게 의존하는 기업은 혁신기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국내 언론은 아직도 삼성을 혁신기업으로 바라보지 않는구나’ 하는 의문마저 든다. 진정 혁신기업으로 삼성을 생각한다면 과한 위기는 접어두고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담론을 제시하기 바란다.

불난 집 입장에선 옆에서 부채질하는 것이 가장 얄미운 법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