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급등락은 공매도 세력 탓
상태바
글로벌시장 급등락은 공매도 세력 탓
  • 김인영
  • 승인 2016.01.24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유가 9%, 닛케이 6% 급등…숏커버링 효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이 9% 폭등, 도쿄 닛케이 지수 5.88% 폭등….

지난주말인 22일 전세계 금융시장에 모처럼 급등장세가 펼쳐졌다. 새해들어 바닥 모른채 꺾어지던 증권시장과 상품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돈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했다.

착각은 착각일 뿐이다. 글로벌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투기세력이 끼어들어 급등락 장세를 조성했다. 이날 닛케이지수와 국제유가를 급등시킨 것은 바로 공매도 세력이다. 하락장(bearish market)에 베팅을 걸고 하락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서 되돌려 주는 방식의 투자기법이다.

22일(뉴욕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66달러(9%) 오른 배럴당 32.19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71달러(9.26%) 오른 배럴당 31.96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날 국제유가 폭등을 유발한 이유는 미국 동부와 유럽 일부 지역에 폭설과 한파가 예보된 가운데 난방유에 대한 수요 증가 전망이다. 워싱턴DC를 중심으로 한 미국 북동부 지역에는 이번 주말 최고 시속 100㎞에 육박하는 강풍과 60㎝ 이상의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눈폭풍이 예보됐다.

공매도들은 기상 악화를 좋은 핑계거리로 활용했다. 올들어 국제유가는 무려 17%나 급락했다. 지난 3개월동안 원유선물시장에 거래량이 두배 이상 늘었다. 선물시장에 거래되는 원유 물량이 2억 배럴에 달했다고 한다. 공매도 세력이 엄청나게 ‘숏(short sale)’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회를 노렸다. 언제 파는지가 중요하다. 이란에 대한 원유금수조치가 풀렸을때도 그들은 숏을 걸었다. 숏을 오래동안 유지하기 어렵다. 단기로 돈을 빌려 선물을 샀기 때문이다. 마침 미국에 눈폭풍(snow storm)이 불어닥치고, 유럽에도 한파가 몰아치자, 현실에 눈을 뜬 척 하며 포지션을 숏리커버링으로 전환해 선물을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장 분석가들은 유가 상승의 동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현재의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될만한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복귀하는 2월 중순에는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따라서 숏세일-숏리커버링을 통해 돈을 번 공매도 세력들이 또다시 유가 하락에 베팅하고, 유가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 세력에게 일본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 급등을 유발한 핑계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ECB)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이었다.

드라기 총재는 전날 ECB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3월에 통화정책 재고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가세해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참석해 최근의 주가 하락 및 엔화 가치 상승에 관해 물가 목표 2%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주저 없이 조정하겠다"며 추가적인 양적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매도 세력에겐 숏커버링의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22일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 지수는 전날보다 941.27포인트(5.88%) 폭등한 16,958.5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2% 상승 개장한 닛케이지수는 장 막판으로 갈수록 상승폭을 확대했다. 공매도 세력이 숏커버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말레이시아의 링깃화등 신흥국 통화도 이날 급등세를 보였는데, 그 배경엔 공매도세력의 작전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007시리즈 21번째 카지노로얄은 공매도의 단면을 보여준다.

▲ 007시리즈 '카지노 로얄'

악당 로쉬프르는 테러리스트로부터 자산을 위탁받아 투자수익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는 신을 믿느냐는 테러리스트 두목의 말에 “투자 수익만 믿는다”고 대답한다. 르쉬프르는 자금을 받아 스카이플릿 항공사의 주식 100만주를 공매도한다. 주변에선 이 회사의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증권사 평가를 언급하며 말리지만, 르쉬프르는 일을 진행한다.

르쉬프르는 스카이플릿에 주가가 떨어지도록 의도적으로 악재를 만들려고 시도한다. 그는 부하를 시켜 스카이플릿이 신형 항공기를 공개하는 행사장에서 비행기 폭파 사고를 내도록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가 나타나 사고를 방지하고 스카이플릿 주가는 떨어지지 않는다. 르쉬프르는 1억5천만 달러의 거액을 잃게 된다. 르쉬프르는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도박판에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허구이지만, 비행기를 폭파해 악재를 만드는 스토리가 공매도 세계의 악명을 드러낸다.

공매도
약세장에서 주식등 유가증권 하락을 더 부추긴다. 유가증권을 되사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폭등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공매도 세력이 대량으로 시장에 참여할 경우 시장의 급등락 현상이 벌어지면서 하락장세가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주말의 시장 급등에 착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즉 물건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판다는 의미다. 공매도 투자자는 유가증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낸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원유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30달러에 선물을 빌려 매도한다. 기름값이 27 달러로 떨어지면 선물을 사서 돌려준다. 이 투자자는 30달러에 팔고 27달러에 샀으니, 10% 남짓 차익을 챙기게 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유가가 33달러로 오르게 되면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 공짜는 없다. 정교한 판단력과 시장을 주도할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파는 것을 숏세일(short sale), 사는 것을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라고 한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