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뭉쳐야 산다?...현대차와 애플, 그리고 CJ와 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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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뭉쳐야 산다?...현대차와 애플, 그리고 CJ와 NC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1.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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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혹독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 산업 현장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 플랫폼 장악과 이종산업 간의 결합 등 불확실성이 기업 간의 경쟁 강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콘텐츠 산업도 콘텐츠만의 경쟁이 아니고 자동차 산업도 자동차만의 경쟁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화제의 뉴스가 연초부터 발생했다. 현대자동차와 애플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것이다. 협력 성사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애플이 현대차에 손을 내밀었다는 소식은 현대차의 주가를 급등시켰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CJ ENM과 게임업계의 절대강자 NC소프트가 손을 잡고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협력을 선언했다. 

콘텐츠 업계와 자동차 업계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두 뉴스는 콘텐츠와 첨단 기술이 손을 잡는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콘텐츠 제작과 소프트웨어 파워 측면에서 CJ ENM은 국내에서, 애플은 전 세계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기술 측면을 보자면 NC소프트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CJ의 손길에 환호한 NC

CJ ENM과 NC소프트의 콘텐츠 및 디지털 플랫폼 협력 선언은 CJ와 NC 모두 득이 될 수 있는 윈윈 전략으로 보인다. 양해각서(MOU)체결을 통해 두 기업은 연내 합작법인 설립을 예고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플랫폼 장악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콘텐츠를 보유한 CJ ENM과 IT기술을 보유한 NC소프트의 협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콘텐츠 분야의 핵심 플랫폼은 현재 유튜브가 독보적이다. 유튜브를 통해 BTS의 파급효과를 실감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곧바로 방시혁 의장의 주도 하에 독자적인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2019년 출시했다. 해당 플랫폼은 출시 1년 5개월만에 1300만이 넘는 팬덤을 집결시켰다. 이와 동시에 BTS가 사라진 네이버의 플랫폼 V Live는 치명타를 입었다.

CJ ENM의 고민은 보유한 플랫폼이 '올드'하다는데 있다. 영화관과 TV 플랫폼은 유튜브에 밀린지 오래이며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서도 CJ는 유독 취약한 면모를 보여왔다.

결국 CJ는 IT기술을 보유한 NC소프트에 손을 내밀었다. 게임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NC는 당연히 이번 제안을 흔쾌히 잡을 수 밖에 없다. 

CJ ENM과 엔씨소프트의 협력은 양사에 '윈윈(win-win)'전략이 될 수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NC소프트는 이미 자사 내부에서 ‘소프트’라는 이름을 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IT기술과 AI기술을 보유했지만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과 이해도가 부족한 NC는 콘텐츠 및 플랫폼 구축을 위해 CJ ENM과 협력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보다 본격적인 확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NC는 이 과정에서 콘텐츠 역량을 제대로 축적할 것이다.

CJ도 NC와의 관계에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지난해 BTS의 온라인 비대면 공연을 통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이틀간 무려 298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에서의 공연 및 기획력이 부족한 CJ ENM은 NC와의 관계를 통해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CJ와 NC의 동맹은 콘텐츠 업계의 플랫폼 장악을 위한 서막의 시작을 알렸다. 

애플의 손길에 고민에 빠진 현대차 

CJ와 NC의 협력이 국내에서 화제였다면 글로벌 비즈니스 업계의 최대 화제는 애플이 현대차에 손을 내밀었다는 뉴스다.

애플이 어떤 기업인가? 신제품 개발 및 혁신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기업이다. 애플이 수많은 기업 중에서 굳이 현대차를 선택한 이유부터 여러 가지 물음표가 따라 붙었고 현대차도 애플의 제의에 일단 확답을 피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완성차 분야에서 세계 5위를 유지하고 있고 전기차 분야에서도 세계 4위에 올라 있다. 하드웨어 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현대차와 혁신기업의 대명사 애플의 협력에 전문가들의 전망이 양 극단으로 갈린 이유는 애플이 보유한 전기차 경쟁력은 아직까지는 소프트웨어 역량 하나라는 데 있다. 

애플은 2014년부터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현대차 이전에도 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애플의 신비주의 고수, 하청업체 전락 우려, 애플이 해당 업계를 파괴하면서 업계를 완전 지배하는 전례 등을 우려, 다수의 기업은 애플의 제의를 거절했다. 유난히 강한 애플의 자존심으로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애플이 현대차를 선택한 입장에 대해서 현대차도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동차 디자인 및 내부 소프트웨어 제작, 부품 조달부터 업계 생태계 구축까지 모든 상황을 애플이 총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아이폰 제조사로 대만의 폭스콘을 선택했던 초기 대만은 환호를 질렀지만 폭스콘의 이익률은 4%도 되지 않는다.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일러스트=연합뉴스

현대차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인 건 그런 면에서 적절한 태도다. 애플의 제의에 국내 증권업계는 초기에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지만 애플은 7년째 애플카 프로젝트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애플이 자동차 분야에서 창의적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애플과의 협력은 보다 철저히 검증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

미래차 경쟁은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 우버 등 업의 경계를 초월한 모든 혁신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산업을 초토화시켰지만 자동차 산업은 훨씬 많은 기술과 네트워크, 생산 경험 등이 집약되기에 애플과의 협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속도 경쟁이 중요하다는 애플의 유혹에 넘어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자동차 분야에 관해서는 현대차도 애플 못지 않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현대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애플이 내민 손길이 대등한 협력적 관계라면 현대차는 미래 혁신을 주도하겠지만 단순 하청이라면 굴욕을 면치 못할 수 있다. 애플과 현대차도 전기차 장악을 위한 동맹의 서막을 열었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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