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한 칼럼] 아동학대 어떻게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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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한 칼럼] 아동학대 어떻게 막을 것인가?
  • 김장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교수
  • 승인 2021.01.13 11:29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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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보듯 아동학대 문제 '해결주체' 명확하지 않아
교사, 아동기관, 의사 등 실제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 드물어
전문가 집단과 사회 기구, 수사기관이 '적극 관여하는 체계' 만들어야
정부, 문제 가정으로부터 아동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재정' 투입해야
김장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장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장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교수] 최근 입양된 아이가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은 끝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아이의 이름을 따서 '정인이 사건'이라고 하는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이 없는 취약한 아이에 대한 양부모의 신체적 폭행과 그로 인한 사망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5개월에 걸쳐 3번 신고를 받고도 학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경찰과 학대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학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전문의에 대한 비난도 매우 높다.

국회에서는 이를 계기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입법 아이디어들이 쏟아내고 있다. 신고 의무자를 확대하고 신고의무 위반시 과태료 처분 금액을 높이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수사 단계에서 아동이 치료받은 의무 기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사태 파악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의료법 개정안, 전문가 자문단을 조직해 사건 처리 과정을 돕겠다는 소아청소년의학회 제안, 전담 수사 조직을 만들겠다는 경찰 제안 들이 나온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미래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사회적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나쁜 예감이 지워지질 않는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할까?

경찰은 왜 이 사건을 정확히 파악 못했을까?

5개월에 걸쳐 3차례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그때마다 수사를 진행했다. 아동, 양부모를 조사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동행하에 병원을 방문해 소아과 전문의에게 전문 의견을 청취했다. 아동은 말을 못하고, 양부모는 혐의를 부인했다. 대개는 넘어지거나 떨어졌다고 둘러댔다.

3번째 사건 신고에 관여된 소아과 전문의 상황은 어떠할까? 한 명은 아동학대를 의심한다고 했고, 다른 의사는 확실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픈 소아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일상의 직으로 알았던 의사에게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소견인지 감정을 해 달라고 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양부모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 무게를 기꺼이 감당할 만큼 현재 아동학대 상황이 확실한가? 아마도 모호한 말로 상황을 정리하고, 치료를 잘하자고 한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론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있고, 전문직 윤리에 어긋난 것이라는 비난을 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 관여된 의사는 그렇게 판단했고 거기에 대한 비난은 감내해야 할 입장이다.

정인이가 사망한 채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사망진단서를 발부할 의사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변사 신고를 하고, 경찰은 변사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부검에 의뢰해 아동학대 소견을 게재한 부검의 부검감정서를 받았을 것이다. 경찰의 사법 절차는 부검 의사의 감정 의견에 따라 결정적인 전환을 갖게 된다. 이제는 살인이냐 학대치사냐 라는 죄명의 문제가 남아 있다.

16개월된 여아가 양부모 학대에 숨진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양부모를 살인죄로 추가 기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16개월된 여아가 양부모 학대에 숨진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양부모를 살인죄로 추가 기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시각에 따른 인과관계 판정의 편향성 있다

의학은 환자 치료에 우선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사망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진탕아증후군(Shaken baby syndrome)'이라는 질환명이 있다. 이 병에 대한 일반적인 의사들 시각은 뇌손상증후군의 하나로서 원인은 외부의 힘으로 뇌가 흔들린 것이다. 외국 사건에서 보는데, 베이비 시터가 유아의 몸을 잡고 흔들어서 뇌가 흔들린 것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해 생긴 진단명이다. 아동학대가 아니고 과실치사라는 주장이다. 법의학에서는 이 질환은 일반적으로 아동 학대로 인한 뇌손상으로 보며, 베이비 시터가 아이의 몸을 잡고 흔들어서 뇌가 흔들린 것이 아니라, 머리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었다고 보는 주장이 우세하다.

다른 예도 있다. 영아돌연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은 병력 조사, 사망 상황, 부검으로 사인을 찾을 수 없는 1살 이하의 영아 급사로 정의되고 있다. 임상 의사들은 병력, 사망 상황에 의해 SIDS 진단을 하고, 법의학은 부검을 마친 후 SIDS 진단을 한다. 같은 현상에 대한 시각 차이와 사회적 책임 부여에 따라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의사들은 환자를 질병의 해석에 중점을 두고 바라보게 된다. 범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환자 또는 환자 가족과 치료 관계를 모두 단절하여야 하는 두려움이 있다. 이에 더해 아동학대를 신고한 의사에 대한 신원 정보를 누설해 범죄혐의자인 부모로부터 심한 욕설과 신변 위협을 받은 사건도 있다.

의과대학에서 아동학대를 잘 가르쳐서 배운대로 행동한 의사가 앞으로도 같은 행동을 할지는 의문이다. 사회적으로 권위와 책임감 있는 단체 또는 직군이 범죄 판단에 관여해 개인 의사들이 느끼는 사회적 부담감을 차단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공공 분야에 대한 책임의식 부재도 문제

아동학대의 경우 이를 현장에서 발견하고 신고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은 교사, 아동보호기관, 의사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실제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낮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를 조사한 결과를 밝힌 논문에 의하면, 전체 의심 사례에서 실제로는 20건 중에서 한두 사례 정도만 신고할 정도인데,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신고할 만큼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동학대에 대한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어서', '신고가 오히려 가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 등을 들었다.

아동학대에 관한 교사들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도 원인이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신체 소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감정을 전문의에게 맡겨야 했다. 하지만 전문의도 교사와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곤혹을 치를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할 수 있고, 확신이 부족하다면 당면한 상황을 모호한 언어로 마무리하고 치료에 중점을 두고자 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대 가해자는 대개 콩쥐 팥쥐 이야기에 나오는 매정한 계모일 것으로 상상하지만, 입양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친부모에 의한 범죄가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아동 학대의 가장 큰 유형이 유기와 같은 단순 방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보이지 않는 아동학대가 얼마나 많을지 추정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정부 책임이 있다

필자는 법의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변사 사건에 대한 부검을 하고 결과를 경찰에 알려 주며, 범죄에 대해서 수사를 하도록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유죄 입증을 위해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며 법정 증언을 한다. 부실한 우리나라 법의학 체계지만 사망에 있어서는 나름 작동체계가 있는데, 사망에 이르기 전 단계인 아동학대 부분에는 전혀 유효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가 없고 체계적 접근법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정인이 사건 이전에 아동 학대로 인한 사망 사고가 많았고 모두 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신체, 정서, 성 학대와 방임 등 아동 학대의 원인과 유형은 다양하지만 이념적으로는 원래 아이가 살던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원가정주의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내 경제적 곤란이 가장 큰 아동 방임의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면, 적절한 재정을 투입해 아동전문보호기관을 충분히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문제 가정으로부터 아동을 분리해 국가가 보호하는 것이 수월하게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또한 학대 신고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루는 '공유지 비극 현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전문가 집단과 사회 기구, 수사 기관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사회 각 구성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이 문제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정부는 이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단단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 김장한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서울아산병원 교수(박사)는 서울 의대와 법대 및 동 의대, 법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법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부 전공은 법의학과 사회의학이다. 대한법의학회 부회장, 대한의료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의학과 관련한 역사, 예술, 윤리, 법, 제도, 정책 주변 이야기를 두루 다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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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21-01-17 19:04:56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신토부리부리 2021-01-16 16:59:15
기사 잘 읽었습니다

486 2021-01-16 15:58:28
확실히 조심스럽고.. 주저하게 되고.. 이해는 가지만.. ㅠ 아동학대로 결국 사망사건까지 일어나게 되었는데...(그정도로 아동학대가 심각했다는것인데..) 의사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정했다는건.. 정말 용서할수가 없네요 ㅠ 아이를 살릴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결말이 이렇다니.. 정인이 뿐만이 아니라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아이들 잊혀지는 아이들은 많습니다.. 아이들이 더 이상 학대로 사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뿐이네요 ㅠㅠㅠㅜ

wewee04 2021-01-16 15:07:23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대를 당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을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인이 사건은 정말 안타까운 사건으로 이번을 계기로 아동학대 분야에 대해 좀 더 나은 법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와 더불어 입양 절차에 대한 심사 기준도 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dldbs 2021-01-16 10:31:32
생각날때마다 화나고 속상해서 어찌할줄을 모르겠네요.......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