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 so! 베를린] 코로나에도 빛나는 독일인들의 앙가주망과 공동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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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 so! 베를린] 코로나에도 빛나는 독일인들의 앙가주망과 공동체의식
  •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 승인 2021.01.12 13: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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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주망, 지역사회 봉사에 참여하는 의식...'제대로 된 독일인' 징표
공동체의식, 타인에게 피해주지않으려 '사회기본도덕' 지키는 자세
코로나상황에 예배 행사, 제한적 허용..."사회를 지키자" 한 뜻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오피니언뉴스=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독일에서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 그 규모는 한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이다. 하루 신규확진자가 2만명에서 3만명 사이를 오가고 있으며, 사망자만 1천명을 넘기고 있다. 참으로 참담하고도 불안한 신년이다. 지난해 11월 2일부터 시작된 사회격리는 12월 14일 보다 엄격하게 바뀌었다. 올해 1월 10일 해제될 것이라는 이 격리체제가 1월 말까지 연장되면서 독일사회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메르켈 총리의 신년사, '독일 고유의 힘' 강조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의 2021년 신년사는 처음과 끝이 모두 코로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연설에서 '다양성의 힘(die Kraft der Vielfalt)'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지역사회를 지키고,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규칙을 따르자"고 당부했다. 또한 독일사회에서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놓인 소상공인, 기업인, 문화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사태 극복을 위해 독일인들 '고유의 힘'을 잃지 말자는 얘기를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www.dw.com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www.dw.com

필자는 이 초유의 위기상황에서 메르켈 총리가 말하는 '독일의 고유의 힘'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7년을 독일에서 살면서 독일이 다른 유럽과 구별되는 '고유의 힘'이 있다고 한다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 그들의 '앙가주망(Engagement)'과 '공동체의식(Gemeinsinn)'라고 할 수 있다.(독일인들은 engagement를 독일식 발음은 엥가게먼트로 발음하지 않고 프랑스식인 앙가주망으로 발음한다.)

'개인주의' 독일에 앙가주망이라니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해온 서구사회의 특성인 합리주의와 개인주의가 어느 곳보다도 확고하게 자리잡은 나라중 한 곳이 독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지역사회를 들여다보면 한국사회의 두레와 품앗이 같은 공동자조모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독일인들은 자발적 참여를 통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지키는 사회참여 형태를 '앙가주망'이라고 한다.

필자와 같은 이주민이 독일에 적응하면서 보게 되는 그들의 앙가주망은 매우 고유하고도 끈끈하고 단단하다는 인상이다.

예를 들어 독일에 정착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의 필요한 예체능 교육을 어디에서 시켜야 할까 고민하는 문제에서 이들의 앙가주망을 경험한다. 한국의 사교육 분위기에 익숙한 부모들은 여기 와서도 사립학원이 어디있는지 찾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는 사립학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이 자랑하는 축구도 동네축구회에서 시작한다. 모든 스포츠단체는 지역마다 조직된 지역연합 같은 곳에서 가르친다.

재밌는 것은 거기 코치로 참여하는 어른들은 자녀의 학부형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나 동네청년이라는 사실이다. 학생 한 명당 교습료는 한달에 17유로(한화 2만3천원 가량)다. 이렇게 싸지만 그들의 레슨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코치들이 받는 강사료는 거의 봉사수준이고, 한 동네 오래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코치들이 동네 아저씨이고, 협회 회장님은 동네 터줏대감 할아버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동네를 지킨다. 자신들이 어려서 배운 것처럼 동네아이들을 가르치고 길러낸다. 주말마다 열리는 단체시합에 고단함도 잊은 채 자기 아들을 깨우고 옆집 아이들까지 함께 데리고 다닌다. 이들을 인재로 길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지역사회인 것이다.

자신이 자란 동네에서 받은 그런 혜택을 어른이 되어 다시 어린 새싹들에게 돌려주려 대가없이 참여하는 모습이 바로 독일의 앙가주망이다. 이런 앙가주망에 한 분야를 각자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독일인들의 사회참여의식이며, 책임감 있는 시민의 자부심 섞인 행동인 것이다. 이들은 일상의 대화에서도 상대방에게 자신이 무슨 분야 지도자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그가 제대로 된 독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지킨다" 책임감이 코로나 시기에도 발휘

독일의 지역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공동체의식(Gemeinsinn)이다. 독일의 공동체의식은 남의 사생활에 대해 참견하고 뭐든지 알고 싶어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감을 공동체의식으로 보는 것 같다. 

한국에서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책임의식이 독일에도 있다. 그들 또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회기본도덕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킨다면 공동체의식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받게 된다. 

누군가 종교의 자유가 너무나 중요해서 이웃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라도 예배를 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바로 공동체의식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받을게 틀림없다. 그래서 독일 교회는 코로나 폐쇄기간동안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었다. 다만 이번 2차 코로나 대유행 시기가 크리스마스와 신년이라 기독교 국가인 독일에서 예외적으로 엄격한 1.5m 거리규정과 합창금지를 전제로 예배를 허용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4월10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 내용처럼 코로나와 같은 위험한 전염병 확산 시기에는 '생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가 종교 자유의 권리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독일 사회의 분위기다.   

코로나 19 대유행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촛불. 출처= www.dw.com
코로나 19 대유행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진열해놓은 장면. 출처= www.dw.com

독일 "서로를 위해 인내하는 중"

독일에서는 이처럼 개인의 자유도 존중하지만 사회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협력 의사가 없는 시민들에 대해서는 공동체의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게 된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최대 3만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이 상황에서도 사회질서유지에 협력하고 가능한 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않으려 자제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독일사회에 개인주의가 강할 것 같지만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회질서 유지에 협조적인 태도 역시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지금도 독일인들은 서로를 위해 인내하고 있다.

연초에 코로나사태로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독일은 다시 회복하고 도약할 것이다. 독일이 중시하는 '앙가주망'과 '공동체의식'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지키고 이웃을 보호하는데 너나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코로나 위기에 빠진 유럽에서 독일이 큰 사회 동요없이 코로나 사태를 관리하고 있는 모습의 저변에는 바로 이 앙가주망과 공동체의식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해석한다.

●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은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Ach So!는 '아하!` 라는 뜻의 독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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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2021-01-13 02:16:36
독일교회는 계속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함께 찬양만 부르지 않을 뿐 현장 예배를 드립니다. 그 이후에 밖으로 나와 찬양을 부릅니다. 교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예배는 계속 드려지고 있으니 정확한 정보 전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