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코로나 속출' 도쿄에서 마라톤대회 강행...자제요청에도 '구름 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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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코로나 속출' 도쿄에서 마라톤대회 강행...자제요청에도 '구름 관중'
  • 라미 일본 통신원
  • 승인 2021.01.05 17:3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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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긴급사태 요청에도 마라톤 대회 강행
요미우리신문 주최, 인기 대학마라톤 대회에 구름 관중
관전 자제를 요청하는 방송 자막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일본 네티즌, 비상식적으로 많은 관중에 대한 비판 넘쳐
라미 일본 통신원.
라미 일본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라미 일본 통신원] 일본 도쿄에서 지난 2~3일 이틀간 열린 대학 마라톤 대회에 많은 관중들이 모여 주최측은 물론 방역당국의 코로나에 대한 안일한 대처에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양일간 열린 이날 마라톤 행사에는 주최측의 자제요청에도 구름관중이 거리로 나와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마라톤대회가 열린 지난 2일은 도쿄를 비롯한 인근 세 지역의 도지사들이 일본 정부에 ‘긴급사태선언’을 해 달라고 요청한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지자체장들은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서 긴급사태선언을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줬지만, 작년 12월 31일, 도쿄에서만 신규 감염자가 과거 최대인 1337명이 나오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런 가운데 새해 정례 행사로 큰 인기가 있는 대학교 릴레이 마라톤 대회인 ‘하코네 에키덴(箱根駅伝)’이 열렸다. 그런데 신형 코로나 상황에서 마라톤이 열리는 구간에 구름 인파가 몰려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일본 언론의 경우 예년보다 전체 관중 수는 많이 줄었다며 코로나 방역에 만전을 기한 듯한 논조의 보도와 그 반대로 구름 관중이 몰린 것을 비판하는 보도가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 재팬에서 뒤섞여 게재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 3일, 도로 주변에 운집한 인파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후지TV의 오전 정보 방송 ‘토쿠다네’. 사진=후지TV 캡처.
도쿄 시내를 관통하는 대학역전경주대회가 지난 3일 열렸다. 이날 도로 주변에 운집한 인파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후지TV의 오전 정보 방송 ‘토쿠다네’. 사진=후지TV 캡처.

이 같이 엇갈린 보도는 이 마라톤 대회 주최측이 요미우리신문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관계사들의 경우 일제히 방역지침을 준수한 듯한 보도를 내놓은 반면 반대편의 언론들은 사진을 근거로 방역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매년 1월 2일과 3일, ‘도쿄 하코네 구간 왕복 대학 역전 경주(東京箱根間往復大学駅伝競走)’, 통칭 ‘하코네 에키덴(箱根駅伝)’이 열리고 올해는 남자 대학 21개 팀이 출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012년에 ‘하코네 에키덴’의 상표까지 출원해 매년 주최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니혼TV 계열에서 독점 중계하고 있다. 매년 구름 관중이 몰리며 중계방송의 시청률도 높다. 올해는 32% 시청률을 기록, 연말연시기간동안 일본 방송 전체 시청률 4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경기 구간에서의 응원을 자제해 줄 것을 주최 측이 요청했으나 결국 통제가 가능한 출발 지점 등을 제외한 다른 많은 구간에 관중이 구름처럼 몰렸고, 이 장면은 방송 카메라로 고스란히 전국에 방영됐다. 

이에 방송사는 ‘경기 구간에서 관전은 자제해 주세요’라는 빨간 자막을 내보냈고, 이 ‘빨간 자막’이라는 단어는 지난 3일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의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반면 몰려든 관중에 대한 보도 논조는 언론사에 따라 차이가 보였다. 먼저 작년보다 전체 관중  수는 줄었다는 내용을 강조한 언론사로는 경기 주최 측인 ‘요미우리신문’과 ‘스포츠호치’, ‘월간육상경기’를 비롯해 ‘데일리스포츠’, ‘지지통신’, ‘일간스포츠’ 등이 있었다.

이들 언론사는 코로나로 경기 구간의 광경이 예년과 달랐고 이는 관중이 작년보다 85% 감소했기 때문임을 강조하는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스포츠호치’와 ‘데일리스포츠’의 경우 ‘요코하마역 앞과 니혼바시에는 놀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는 ‘간토학생육상경기연맹(간토학연)’ 부회장의 발언을 인용해서 보도했고, ‘월간육상경기’는 ‘관전 자제 요청을 여러분께서 받아들여 주신 결과’라는 주최 측의 발언을 인용해 관중이 예년보다 줄었음을 강조했다. 

이와는 반대로 관람객이 운집한 점을 강조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언론사로는 ‘도쿄스포츠’, ‘허프포스트’, ‘마이니치신문’, ‘스포니치’ 등이 있었다. 이들 언론사는 주로 인터넷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넘쳤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피력한 언론사로는 ‘하코네 에키덴에 관중 몰려, 방송의 빨간 자막이 인기 검색어로, 인터넷은 찬반 엇갈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주니치스포츠’가 있었다.

지난 3일 오전에 방송한 정보 방송의 경우, 모든 방송사에서 경기 상황에 대해 자세히 다뤘지만, TV아사히와 주최 측인 니혼TV의 경우 관객이 몰린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면에 후지TV와 TBS에서는 작년보다 관중 수는 줄었지만, 구름 관중이 모인 것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을 인용하여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TBS의 오전 정보 방송인 ‘히루오비’의 메인 MC는 선수가 도쿄로 돌아올 때, 도쿄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역시 보러 나와 버렸네...’라고 생각했다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엇갈린 언론의 보도와 달리 야후재팬 등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네티즌들의 의견은 느슨한 방역대책에 대한 호된 질책으로 일관됐다.  

일본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긴급사태선언을 하려는 때에 경기 구간에 그렇게 많이 모일 것이라면 경기는 중지해야 한다. 올해 정도는 TV 시청하며 응원할 수 없나? (좋아요 약 4만6000개, 싫어요 약 6600개)’, ‘손뼉만 치면 문제가 없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정말로 한심스럽다. 일본인의 자각 없음을 관중들이 보여주고 말았다. (좋아요 약 4만6000개, 싫어요 약 3400개)’

‘경기 구간에서의 관전은 피해달라는 자막이 TV 화면에서 나왔는데, TV를 보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자막 보여 줘도 소용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보고 있으니 고령자가 많네. 위기의식이 너무 없어. (좋아요: 약 2만4000개, 싫어요: 약 1000개)’, ‘일부 규칙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책임이에요. 모두 나와 있으니 나도 나왔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그런 부모라면 아이도 사고방식이 같을 거예요. (좋아요 약 2만3000개, 싫어요: 약 1000개)’ 등 논조가 엇갈린 일본 언론과 달리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3일, 중계방송 중에 ‘주최 측으로부터의 부탁,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경기 구간에서의 응원을 자제해 주세요.’라는 자막을 내보낸 니혼TV. 사진=니혼TV 캡처.
지난 3일, 중계방송 중에 ‘주최 측으로부터의 부탁,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경기 구간에서의 응원을 자제해 주세요.’라는 자막을 내보낸 니혼TV. 사진=니혼TV 캡처.

주최측이 밝힌대로 코로나로 인해 관중 수가 85%나 감소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점이다. 문제는 주최 측 중 하나인 ‘간토학연’이 작년 9월에 2020년도 주최 대회는 모두 무관중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번 경기도 무관중으로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칸토학연’의 홈페이지에서 돌연 ‘무관중’이라는 단어가 삭제되고 ‘응원 자제를 요청합니다.’로 바뀐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또 관람객 수가 작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해도 약 18만 명이라는 관중이 일정 장소에 밀집해 경기를 관전했다는 사실은 신형 코로나의 방역 수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지난 2일 도쿄와 인근 지역의 도지사들이 일본 정부에 ‘긴급사태선언’을 요청했고 일본 정부도 숙고하겠다는 답변을 한 가운데 치러진 경기라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4일 오전 기자 회견을 열고 도쿄도를 비롯한 인근 3개 현에  긴급사태선언을 검토하겠지만, 시행한다고 해도 한정적,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도 다시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림픽 개최 준비라는 명목으로 프로야구 경기에 최대 관중의 80%에서 100%까지 순차적으로 입장을 허용하는 사실상 신형 코로나 대책의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하코네 에키덴’ 역시 애당초 무관중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컸지만, 갑자기 관전 자제를 요청하는 것으로 바뀐 것도 일본 정부의 올림픽 개최 욕심이 불러온 과욕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무토 토시로 도쿄 올림픽 위원회 사무총장이 ‘하코네 에키덴’에 관해서 ‘관중이 대폭 줄었지만, 영상을 보면, 조금 밀집된 것 같은 장소도 있었다. 그러나 심각하지는 않았기에 이번 경기 운영 방식을 참고하고 싶다’라며 올해 3월 25일에 시작되는 성화 봉송을 위한 코로나 방역 대책에 활용하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 라미 일본 통신원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 현재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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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연 2021-01-07 16:47:35
이 나라는 어쩜 이리도 말과 현실이 다른지.....

J S . Lee 2021-01-06 12:13:32
일본의 영화 포스터 문구가 생각나네
세계여~ 이것이 일본이다 고레와 니뽄~*

꿀벌 2021-01-06 10:54:52
참, 해도 너무하다.
무개념도 이런 무개념은 없을 듯.
참 안타깝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이현 2021-01-06 01:42:10
하아...
코로나 배양실험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