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공정위, '배민' M&A에 초강수를 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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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공정위, '배민' M&A에 초강수를 둔 까닭은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12.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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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배달앱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국가대표 앱이다.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중견기업이지만 배달앱에서는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독점기업이다.

2011년 3월 설립되어 빠른 시일 내에 고속성장을 거두어 국내 벤처기업가에게는 꿈의 기업 중 하나로 불린다. ‘우아한형제들’에 젊은이들이 열광한 건 참신한 아이디어로 혁신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민은 1년 전 공공의 적이 되었다. 2019년 12월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 배민을 매각한다는 ‘우아한형제들’의 발표는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라는 성과를 칭송한 이들도 있었지만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간 폐해를 지적한 이들이 더 많았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당시 인수합병에 대해 "글로벌 대형 IT플랫폼의 도전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배민의 경영철학 실현이 인수합병의 주된 이유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배달앱이 레드오션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요기요와의 합병을 통해 품질 향상에 주력하면 장기적으로 고객과 음식점주 등 더 많은 이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이었다. 

공정위는 왜 초강수를 선택했는가 

배민과 요기요의 인수합병이 요란하게 경제지면을 장식했던 2019년 12월로부터 불과 1년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 DH의 ‘배민’ 인수합병에 급제동을 걸었다.

배민을 인수하려면 6개월 내에 요기요를 팔라는 것이 공정위의 지시사항이었다. ‘요기요 매각이 완료되기 전에 배민에 관한 인수합병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강도 높은 명령까지 동반된 초강수였다. 

공정위가 기업 간 인수합병에 급브레이크를 건 점은 꽤 이례적이다. 보통 공정위의 규제나 지시에 대해 기업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시장의 자유로운 거래를 규제한다는 반응부터 혁신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조치를 남발한다는 기업들의 비판을 공정위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정위의 결정에 해당 기업과 소비자의 반발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 명분은 서비스 품질 개선과 고용창출, 그리고 소비자 만족 극대화에 있다. 참고로 배민과 요기요가 합병하면 시장 점유율은 직전연도 거래 금액 기준으로 무려 99%를 넘는다. 사실상 배달앱 시장이라는 점이 무의미해지는 대목이다. 두 앱이 통합될 경우 완벽한 독점이 형성되어 소비자 혜택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정말 두 배달앱의 통합은 소비자 혜택을 급감시킬까? 그 동안 공정위가 면밀히 조사한 바에 의하면 두 앱의 경쟁이 사라지면서 소비자 혜택 감소와 음식점 수수료의 인상이 실제로 나타났다. 더욱이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선 주문 건당 쿠폰 할인을 덜 제공했다는 점까지 공정위 분석 결과 나타났다. 이른바 독점 기업의 폐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은 배달 대행업체의 경쟁력 하락, 공유 주방에서의 경쟁사업자 배제 등 시장에서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모두 감소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했다. 외국 자본에 의해 인수된다는 우려에서 더 나아가 현장에서는 그간 예상 가능했던 독점 기업의 폐해와 부정적 효과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병에 제동을 건 주된 이유는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를 위한 기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배민을 인수하기 위해 독일 DH가 제시한 금액은 무려 4조 7000억원. 국내 최대 인수합병 대상 중 하나로 꼽힌 아시아나항공보다 2배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많은 소비자가 애용해왔던 배민이 내세운 마케팅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였다. 애국 마케팅과 함께 1인 가구 급증으로 거품이 많이 껴 있다는 전문가 지적에도 아랑곳 않고 배민의 가치는 급등해왔다. 

당시 애국 마케팅을 강조한 배민이 국내 기업의 인수제안은 거절하고 해외 자본과 손을 잡았다는 점은 꽤 많은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들 상당수가 외국 자본과 손을 잡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이는 올바른 비판, 비난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말한 인수합병을 토대로 가치 창출과 소비자 혜택 극대화가 이뤄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아쉽게도 지난 1년간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은 거대 자본과 해당 기업의 고위 경영진에겐 이득이 될지 몰라도 수많은 음식점주와 배달을 위해 헌신하는 라이더, 소비자에게는 뚜렷한 혜택을 남기지 못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DH는 곧바로 자사의 배달앱인 요기요를 매각하고 배민 인수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요기요를 매각해야 배민 인수를 허용하겠다는 공정위의 조건에 반발하던 DH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건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배민을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정략적 판단 때문이다.

합병되면 주문 밀도가 올라가 배달 시간 단축과 주문이 증가되는 효과가 있다는 그들의 주장이 부정적 여론을 키운 것도 요기요를 포기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요기요를 포기하겠다는 DH의 결정에 대해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번에도 “소비자와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선언을 되풀이했다.

지난해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고객과 소비자에게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해당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모두가 예의주시해서 살펴보고 있다. 

수익 창출에 골몰하기 보다 소비자를 위한 기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이라는 기업 이름에 걸맞게 우아한 행보를 보여주길 소비자는 바라고 있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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