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코로나] ③ 백신, 게임체인저인가 양극화 출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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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코로나] ③ 백신, 게임체인저인가 양극화 출발선인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2.28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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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
백신 배포 위해 조 바이든 당선자 등 공개 접종 나서
부유국, 백신 싹쓸이하면서 양극화 우려 확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세계에서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세계에서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올 한 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면 코로나19 백신은 절망에 빠진 세계를 다시 희망의 영역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경제를 선반영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11월부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며, 마치 코로나19의 지루한 터널이 모두 끝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반영한 것은 사실이지만, 백신은 조만간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의 삶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인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승인·접종까지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국가들

지난 11월초부터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할 코로나19 백신을 시작으로 모더나 등의 임상 3상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화이자 백신은 4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한 결과 95% 수준의 효능을 입증했고, 모더나 역시 3만명이 참여한 임상 3상에서 94.5% 수준의 효능을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3상 결과 1차 접종에서 절반 용량을 접종한 이들은 90%, 1개 용량을 접종한 이들은 62%의 효능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빨리 움직인 것은 영국이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의 승인 기관인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승인했으며, 8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의료진을 비롯해 80세 이상의 고령자, 요양원 근무자들이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며, 병원과 지역 보건소, 약국 등에서도 백신 접종이 가능토록 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종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방침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며칠 내 승인하고, 내달 4일부터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향후 2주 안에 약 200만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혹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은 시공간을 뒤틀어 빛보다 빨리 움직인다는 뜻의 '워프스피드 작전'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워프스피드 작전에 나선 미국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접종 개시는 영국에 비해 한 발 늦었지만, 지난 18일 세계 최초로 모더나 백신을 승인하면서 두 가지 종류의 백신을 가장 먼저 접종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에 대해서는 절반 용량과 1개 용량을 접종했을 때의 효능 차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임상 3상을 다시 할 것으로 요구한 상태다. 

유럽연합(EU) 27개국도 27일부터 일제히 백신 접종에 나선 가운데 독일과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이미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멕시코와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 중동 국가들도 접종을 시작했다. 싱가포르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연내 화이자 백신을 들여오며 연내 백신 무료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거부감 없애려 공개접종..효과 있어

백신 접종을 개시한 각 나라들의 다음 과제는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고위직 정부 관리들은 일제히 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 일반인들의 거부감 줄이기에 나섰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는 바이든 당선자와의 1주일 시차를 두고 접종하라는 의료진들의 권고에 따라 조만간 공개 접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당선자를 비롯해 정치인들의 백신 공개 접종은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미국인 63%가 FDA가 승인한 백신을 기꺼이 맞겠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9월 50%, 10월의 58%에 비해 더 오른 수치다. 

NYT는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효과와, 실제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시작하면서 만연해있던 백신 회의론이 누그러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백신 접종이 전염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역시 내년 4~6월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않겠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백신, 양극화 초래한다는 지적도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인구의 90% 가까이가 백신을 맞아야 코로나19 집단 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집단면역은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을 가진 이들이 집단 내에 다수가 존재할 경우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집단면역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국은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백신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선진국에 비해 저소득 국가들은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NYT에 따르면, 캐나다는 이미 전체 인구 수의 6배에 이르는 백신을 확보했으며 미국과 영국은 전체 인구대비 각각 4배의 물량을 확보했다. EU 또한 전체 인구의 2배에 달하는 백신을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위소득 국가와 하위소득 국가의 경우 백신 물량 확보량은 인구 대비 극히 낮은 비율에 그쳤다. 

이미 코로나19가 전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세계의 양극화가 극심해진 상태다.

저소득 국가들의 경우 일용직 근로자가 전체 인구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데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국가들은 이렇다할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부유 국가들과의 경제적 격차를 키운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신 확보전에서도 저소득층은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브루스 에일워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선임고문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른 국가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도 전에 특정 국가의 전체 인구에게 백신이 제공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26일 NYT는 "백신의 혜택은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의 불균등한 배포는 양극화된 경제 현실을 악화시킬 것이 확실해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제외한 부유국들은 확보한 백신 물량을 저소득 국가에게 기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와 영국, 캐나다, EU 등은 국제 프로젝트(코백스 퍼실리티)에 제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2개의 비영리 단체와 세계보건기구도 92개 저소득 국가들을 위해 10억회분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인구를 위한 충분한 백신이 공급되는 시기를 오는 2024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면역력을 획득함에 따라 백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어 2022년 말에는 백신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저소득 국가들의 회복이 빠르게 이뤄져야 세계의 경제가 정상으로 원만히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랜드코퍼레이션은 최근 연구에서 "최빈국들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는 연간 153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런던경제학교의 클레어웬햄 교수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취약계층이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친다면 전세계는 훨씬 더 정상적인 무역체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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