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고소한 북한이야기] 북한의 TOEFL 점수가 이렇게 높아?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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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고소한 북한이야기] 북한의 TOEFL 점수가 이렇게 높아? 그 이유는
  •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
  • 승인 2020.12.28 11: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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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학생 TOEFL점수, 동아시아국중 '최고' 수준
각 도에 '북한판 외고' 설치하는등 외국어교육 열올려
영어교육 강화, 김정은시대의 세계화·과학화 정책을 반영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 TOEFL(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이하 토플)을 주관하는 미국의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점수 데이터에서, 북한의 평균점수를 살펴보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 발견된다. 최근 수년간 북한의 점수는 남한과 함께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계속 상승하고 있는 북한의 토플점수

동아시아 국가들의 평균점수 추이를 비교해 보면, 북한의 평균점수는 일본의 점수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높게 형성되어 왔고, 2010년부터는 중국의 점수를 앞지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남한의 평균점수와 거의 같은 수준에 근접해 있다.

국가별로 응시자들의 구성이 다르고 영어교육에 쏟아붓는 관심과 교육 투자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시점만을 놓고 국가별 토플 평균점수로 국가 간 영어실력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ETS의 데이터를 필자가 재구성함. 그래픽= 박기찬
ETS의 데이터를 필자가 재구성함. 그래픽= 박기찬

하지만, 국가별 상대적 비교는 그렇다 치더라도, 북한 토플점수의 드라마틱한 상승 추세 그 자체는 분명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북한의 평균점수 추이는 북한에서 영어 교육의 중요성이 얼마나 커졌는지, 그리고 북한에서 얼마나 영어에 대한 교육열이 높아지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거세지는 북한의 영어교육 열기

먼저, 공교육에 나타난 영어교육 현황을 살펴보자. 2007년부터 소학교(남한의 초등학교)에 영어 수업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2년부터 시작된 ‘12년제 의무교육’ 체계에 의해 개편된 교과내용에 따라 소학교 4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어수업은 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수업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초급중학교(남한의 중학교)와 고급중학교(남한의 고등학교)에서는 러시아어와 함께 나뉘어 진행되던 ‘외국어’수업이 ‘영어’수업으로 집중되었고, 고급중학교의 경우 국어 보다 더 많은 수업이 영어 학습에 배정되었다.

영어 사교육의 열풍도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다. 최고 명문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 또는 평양외국어대학에 입학하는 지름길은 각 도에 있는 외국어학원(남한의 특목고인 외국어고등학교에 해당)에 진학하는 것이다.

외국어학원은 초급중학교 과정이 포함된 6년제이므로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소학교 때부터 영어실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조기’ 사교육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조선중앙TV가 지난 2017년 1월 29일 내보낸 새해 특집방송에는 4살짜리 어린이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는데, 이 장면에서도 북한의 조기 영어교육 열기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조선중앙TV의 영상을 인용한 MBC 통일전망대에서 캡쳐.
조선중앙TV의 영상을 인용한 MBC 통일전망대에서 캡쳐.

영어교육 열기의 배경은 과학화와 세계화

북한의 영어교육 열기가 이렇게 높아진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변화된 영어교육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보자. 교육정책의 변화는 그 사회가 중장기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교육위원회(남한의 교육부)가 2013년에 발간한 ‘제1차 12년제 의무교육강령’에 의하면, “세계선진기술을 널리 받아들이고 과학문화 분야에서 국제적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켜 나가자면, 중등 일반교육단계에서 외국어교육도 강화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영어교육의 목표가 과학화와 세계화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영어교육과 과학화 정책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개정된 헌법에도 명시한 대표적 교육 슬로건은 ‘전민 과학인재화’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교육계는 물론이고 과학기술 및 산업분야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 ‘세계적 추세’, ‘세계적 수준’ 그리고 ‘경쟁력’이다. 영어를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을 따라가기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개정된 교과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이 수학, 정보기술(컴퓨터) 및 과학 과목의 대폭적인 강화이다. 수학, 정보기술 및 과학 과목의 비중은 초급중학교에서는 전과목 시간수 대비 40%, 고급중학교에서는 무려 50.4%에 달한다. 

영어교육도 이러한 과학화 교육정책과 결합되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이러한 융합적 영어교육의 방식이 잘 드러난 사례는 영어 수업에 수학 및 과학의 내용을 담아낸 교과서이다. 아래 사진의 초급중학교 1학년 교과서는, 수학 문제를 풀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과정을 영어로 익히고 표현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영어와 수학 및 과학을 결합하여 실용성을 대폭 높인 교과내용은 남한의 초등 및 중등 교과서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정은 시대 북한 유·초·중등 교육 연구”(2019) 119p.
한국교육개발원, “김정은 시대 북한 유·초·중등 교육 연구”(2019) 119p.

영어교육과 세계화 정책

영어교육의 강화는 결국 세계화 정책의 반영이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대외무역과 해외인력 송출이 크게 증가되었으며, 외국투자를 유치할 경제개발구 22개가 추가로 세워졌고, 원산 갈마, 마식령, 양덕에 세계적 관광 리조트들이 개발되고 있다. 북한의 세계화 정책이 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도 영어 실력을 성공으로 가는 중요한 지름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이나 국가기관의 대외경제 부문은 물론이고 기업체의 대외무역 분야를, 개인적인 성취와 경제적 수입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촉망받는 직업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특히 그 인기가  왕성했던 1970~80년대 한국의 해외진출 내지 세계화 열기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학교수업을 받고 있는 평양외국어학원 학생들. 출처= 통일부 ‘통일미래길잡이’
학교수업을 받고 있는 평양외국어학원 학생들. 출처= 통일부 ‘통일미래길잡이’

“세계를 보라”가 “세계를 앞서가라”로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에 친필로 전달한 문구는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이었다. 김정은 시대에는 “세계와 경쟁하라. 세계에 도전하라. 세계를 앞서나가라”라는 세계화 구호가 더 자주 쓰이고 있다. 이 슬로건은 교육계는 물론, 경제 및 사회문화 전반에서 세계적 경쟁력과 자기 혁신의 목표로 제시되고 강조된다.

과학화와 세계화 정책과 함께 갈수록 뜨거운 영어교육의 열기는 과연 언제 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까? 외부의 날씨는 경제제재와 코로나의 위기국면이 계속되는 엄혹한 겨울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약조건만 보면서, 북한의 영어교육 열기와 과학화 세계화 정책의 노력을 과소평가하거나 폄하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혹한기와 춘궁기를 슬기롭고 부지런히 넘긴 자들이 결국엔 가을의 번영과 결실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 필자인 박기찬은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MBA를 마친 금융인으로,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한반도 이슈에 접근하는 북한연구자이다.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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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2020-12-28 13:58:20
영어교육은 함의가 많을것 같은데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설송아 2020-12-28 12:45:38
오~박사님 북한실상을 잘 쓰셨네요. 다음글 또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