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위기를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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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위기를 막으려면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12.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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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정쟁의 수단'으로 운영해선 안돼...다른 출구전략 찾아야
진영논리 대응 아닌 합리적인 진단과 처방으로 '레임덕 위기' 선제 대응해야
진지한 자성과 내부혁신해야...당정청 책임져야할 인사들 스스로 물러나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최근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개혁의 명분과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송사(訟事)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깊은 충격에 빠졌다.

법원은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 등을 내리고 징역 4년에 법정구속을 결정하였다. 이어서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까지 떨어진 윤석열 총장 징계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2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청천벽력 같은 12월 23일 선고 직후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단은 항소장을 제출했다”라며 “형량에 대해서는 물론, 정 교수와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가 모두 배척해버린 증거와 법리 의견에 대하여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은 법원 결정 직후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사법부 결정, 문재인 대통령에 깊은 내상 입혀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와 여권은 깊은 내상을 입고, 당혹감과 함께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윤석열 총장의 즉각적인 업무복귀는 문재인 정부와의 불편한 동거생활로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책임과 함께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석열 총장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의혹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수사’에 매진하고 속도를 낼 경우, 출범하는 공수처와의 갈등과 혼란으로 후반기 국정운영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의식한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것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문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여당과 달리 야당의 입장은 우호적이지 않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인사권자로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자, 검찰개혁 완수를 향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법원 판단으로 더 명백히 드러난 판사 사찰의 부적절성 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과, 지금이라도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아전인수식 사과에 국민은 더 혼란스럽다”고 논평했다.

국민의 힘 국회 법사위소속 유상범, 전주혜, 조수진 의원들은 “민주당도 대통령에 추 장관 즉각 교체라도 건의해야 레임덕의 속도라도 조절할 수 있다”며 “‘기승전 검찰개혁’을 내세워 국민들에게 본질을 호도하는 상투적 수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국민 앞에 직접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검찰 개혁이니 성찰이니 운운하며 대변인을 통해 전한 대통령의 반쪽짜리 사과”라며 “구멍 난 성탄 양말을 받은 기분”이라고 논평했다.

가뜩이나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늑장 논란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윤석열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일들은 검찰개혁의 성패는 물론 집권 마지막 시기의 국정운영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당정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여권에서는 출구전략으로 공수처를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공수처가 공식 출범하면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희망 섞인 시각이다.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윤 총장이 의욕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월성 원전 수사를 아예 가져오거나 윤 총장 일가나 측근의 비리 의혹을 다룰 것이란 관측이 크다.

그러나 공수처가 무리하게 윤 총장을 ‘조준 사격’한다면 검찰과 정권의 갈등은 끝내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검찰 견제와 고위공직자 수사라는 공수처 본래의 취지는 오간 데 없이 정쟁의 분화구로 변질되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로의 출구전략은 내년 보궐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진영간의 전쟁으로 비춰져 여권의 선거민심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이것은 좋은 처방이 아닐 것이다.

만약 공수처를 정쟁의 수단으로 운영할 경우 지지율하락과 민심이반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마지막 해에 레임덕의 위기에 더욱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공수처가 아닌 다른 출구전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진영논리적 대응이 아닌 합리적인 진단과 처방의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위기를 선제적으로 막는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 결정이 법원에 의해 무효화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적 쇄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 결정이 법원에 의해 무효화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적 쇄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도덕적 이상주의에 치우친 '급진주의' 피해야

여러 가지 검토사항이 있겠지만 핵심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두 가지를 검토하여 대안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첫째는 자코뱅식 개혁논리에 대한 성찰이다. 프랑스 혁명을 주도했지만 극단적인 개혁추진에 따른 역풍으로 몰락한 자코뱅당 로베스피에르 리더십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민주당의 미래가 결코 자코뱅당의 개혁실패처럼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핵심적으로 자코뱅당 로베스피에로가 추진한 ‘자코뱅식 개혁의 역설’을 깊이 인식하고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로베스피에로의 리더십은 어떻게 ‘도덕적 이상주의’가 ‘나쁜 결과의 정치’를 만드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로베스피에로는 분별없는 열정으로 ‘개인의 자유’보다는 ‘평등사회’의 급진적 실현을 위해 국민적 동의와 지지없는 ‘도덕적 이상주의’를 명분으로 내걸고 혁명적 독재와 공포정치를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는 혁명적 독재와 공포정치속에서 자기권력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동료들을 반혁명분자로 몰아서 처형했다. 결국 그 자신도 단두대에 죽으면서 독재권력을 의도하지 않게 또 다른 적들과 경쟁자들에게 건네주는 역설을 남겼다.

도덕적 이상주의자들이 분별없는 열정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전체적인 동의없이 선민의식과 증오심이라는 자코뱅식 진영논리를 사용하여 무리한 개혁노선을 전개시킬 경우에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역설이다. 자코뱅식 진영논리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적으로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반대세력을 키우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경쟁자들을 돕는 이적행위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지금까지의 통념적 국정운영에서 벗어나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바람직한 국정운영방식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당정청 일체의 내각제방식’의 국정운영에서 ‘삼권분립의 거버넌스적 대통령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정치가 그동안 자코뱅식 진영논리에 따른 국민분열로 갔던 배경에는 국정운영방식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통념도 있음을 봐야한다.

우리 정부형태는 제도적으로 보면, 대통령제에 더 가까운데도 그 운영은 여야영수회담, 대통령의 공천개입, 청와대 및 정부인사 공천, 국회의원의 장관 임명 등 내각제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해왔다는 점이다. 이것은 분명한 모순이다. 그래서 5년간의 국정운영은 대체적으로 국회 다수당의 오만과 독주로 시작하여 야당과의 극한갈등을 빚다가 레임덕으로 끝을 내는 제왕적 대통령의 최후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식 대통령제처럼 국회의원과 국회가 행정부와 대통령을 견제하지 않고, 통법부나 청와대 경호실 역할로 전락하는 것은 ‘당정청 일체의 내각제 관행’에 따른 결과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와 모순적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미국식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서 의회와 대통령은 서로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자연스럽다. 삼권분립의 대통령제를 ‘당정청 일체의 내각제방식’으로 운영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삼권분립의 균형이 무너진다. 균형이 무너진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정당화해주는 통법부나 청와대 경호실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와 삼권분립이 잘 지켜지는 미국은 입법부인 여야 의회가 대통령의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는 민주당과 대통령과 청와대가 ‘당정청 일체의 내각제’처럼, 제1야당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르다.

그리고 삼권분립의 연방정부인 미국은 지방정부들이 자치와 위임으로 연방정부를 견제하는데, 한국은 중앙집권정부가 지방정부의 주민자치를 보장하지 않고, 각종 보조금과 법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이제는 우리도 내각제적 국정운영방식의 부조화를 끝내고 견제와 균형의 대통령제 국정운영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 정부운영에서의 삼권분립과 주민자치의 미비 그리고 파행적인 내각제적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독립 그리고 국회와 국회의원의 자율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사태 책임있는 당청청 인사들 물러나야

이를 위해서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시도했던 ‘당정분리에 따른 당정청의 민주적 거버넌스 운영’과 ‘정당공천의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의원들의 자율성 제고 그리고 토론하는 정당과 국회를 위해 정당의 국민경선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권과 주민자치권을 획기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주민자치에 기초한 지방검사장 직선제와 주민배심원제 및 기소대배심제가 보장돼야 한다. 개헌을 고려한다면 미국처럼, 주민자치적 연방정부와 삼권분립의 ‘순수대통령제’로 가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의 레임덕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은 자코뱅당식 개혁논리를 멈추고 진지한 자성과 함께 내부혁신에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의 레임덕 위기를 불러들인 당정청의 책임있는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고 근신하는 게 마땅하다.

잘못된 개혁논리로 정쟁과 위기를 불러들인 추미애 장관, 청와대 소속의 비서실장, 민정수석, 인사수석 그리고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조국·윤미향을 비호한 586출신 의원 등의 책임이 무거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제의 내각제 운영모순’을 멈추고, ‘중도통합인사 중용’과 ‘민생경제살리기 여야 협치운영’ 등 과감한 인적쇄신과 국정쇄신으로 레임덕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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