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서버용CPU 만든다는데...SKT는 왜 웃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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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가 서버용CPU 만든다는데...SKT는 왜 웃는거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2.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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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자본으로 반도체 설계 인력 흡수, 생산위탁은 삼성전자 등에게
MS, 아마존 자체 CPU 제작 트렌드 확산되면, SKT 등 팹리스에 기회
데이터센터향 AI칩 만드는 SKT·퓨리오사 AI 등 '틈새시장' 파고들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서 김윤 SK텔레콤 부사장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서 김윤 SK텔레콤 부사장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개발한 서버용 CPU를 사용함에 따라 SKT, 퓨리오사AI 등 데이터 센터용 AI 반도체를 개발 중인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에게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24일 반도체 관련업계에 따르면 MS가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서버용 CPU를 자체 개발한다는 보도가 있은 후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방향성에 대한 전망과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 대만 TSMC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업체) 업체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됐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인 반면, 아마존이나 MS는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 기업에 맡기 때문에 이들 업체가 위탁생산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MS에 앞서 아마존은 지난 2018년 자체 개발한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버용 CPU 그래비톤을 출시했다. 올해 그래비톤 2를 출시하면서 CPU 역량을 강화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45%로 1위, MS가 17.9%로 2위다. 클라우드 시장의 62.9%를 차지한 양사가 자체 CPU를 생산하는데, 이 물량을 모두 파운드리 업체가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전에는 인텔이 자체 생산하던 물량이다. 

'탈(脫)인텔' 트렌드 되나 

최근 아마존, MS 등 거대 IT 기업은 자본을 바탕으로 반도체 설계 인력을 흡수하면서 설계 역량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몇년 전부터 파운드리 업체의 공정기술이 인텔을 앞지른 만큼, 이들 기업은 설계만 하면 좋은 품질의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업계에서 자사 맞춤형 CPU를 개발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지난 2013년 인텔 CEO로 부임했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2016년에 전체 인력의 11%인 1만2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당시 크르자니크 CEO의 구조조정으로 인텔의 연구개발 인력이 자본력이 있는 구글, 페이스북, 퀄컴, 아마존 등으로 대거 이동했다”며 “MS 역시 인텔 인력을 흡수해 자체 CPU 개발에 투입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사지=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인텔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사지=연합뉴스

인텔은 현재 데스크톱과 모바일, 노트북은 물론 서버 등 많은 CPU 제품군에서 여전히 14나노(nm)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TSMC와 삼성전자는 2022년에는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인텔에서 인재를 영입한 IT기업들이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인텔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파운드리 기업을 통해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SKT·퓨리오사AI 등 국내 '팹리스'에겐 기회

이런 IT기업들의 자체 CPU 생산 움직임에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파운드리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팹리스에게도 기회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 11월에는 AI 연산을 위한 반도체 사피온 X220을 공개했다. 대다수 데이터센터에서 AI연산을 위해 엔비디아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고 있다. 사피온은 가격이 GPU의 절반수준임에도 딥러닝 연산속도가 1.5배 빠르고, 전력사용은 80%에 불과하다. 현재 SKT는 국책과제로 사피온의 다음 버전 개발을 진행 중이다. 

SKT 관계자는 "우리가 만든 반도체는 니치마켓(niche market,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며 "데이터 센터에서 인텔의 CPU만 쓸 때보다 MS나 AWS처럼 다양한 CPU가 생기면 여러 제품이 경쟁하는 환경이 생길 수 있어 우리에게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 인텔이 만든 CPU 생태계에서는 D램,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등이 모두 CPU와 호환성을 유지해야 했다. 데이터센터에서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의 경우 대부분 회사가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어느 데이터 센터에서도 호환이 쉬워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만 높이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이제 MS와 AWS 등이 자사의 CPU를 만드는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CPU로 인해 SKT 등에게도 틈새시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의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에서 SKT와 함께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개발 중인 퓨리오사AI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퓨리오사AI는 AI반도체를 전문으로 설계하는 스타트업 팹리스다. 자체개발한 AI반도체가 지난해 AI칩 성능 테스트인 엠엘펄프(MLPerf)에서 아시아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기준치를 충족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대표 역시 “하이퍼스케일 대형 고객사와 협력해서 맞춤형 AI 칩을 제공하는 우리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란 통상 최소 10만대 서버를 운영하고 2만2500㎡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의미한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데이터센터에서 AI 기능이 필수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사의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며 “소프트웨어 기능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도 인텔에 의존하기 보단 자체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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