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호황 온다는데] ② 2018년 반도체 초격차로 또 호황...그런 후에
상태바
[내년 반도체호황 온다는데] ② 2018년 반도체 초격차로 또 호황...그런 후에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2.24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은 세계 1위, SK하이닉스는 영업익 791% 증가
수출 호조, 기업 체감경기 개선, 증시는 6년만에 박스권 탈출하기도
반도체 착시효과, 환율 급락하면서 차, 석화등 여타산업 경쟁력 약화돼
2018년 두번째 반도체 '초호황'의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코로나 팬데믹 2년차인 2021년에 한국 경제에 반도체 호황이 예고되어 있다. 비대면(언텍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ICT 분야에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비대면 교육 컨텐츠 사업에서부터 콘솔 게임 확대까지 '집콕' 현상이 보편화할수록 삼성전자, SK하이닉스등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호황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은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지난 1995년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던 첫 '반도체 호황'은 착시 경제를 불러왔고, 2년뒤 IMF외환위기까지 휘몰아치게 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반도체 호황을 되돌아보고, 내년 도래할 반도체 호황의 모습을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2016년 두번째 반도체 호황이 시작되기 전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수준과 양산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 상황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AI) 등 데이터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IT 기업이 서버를 늘리고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2016년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두번째 반도체 초호황이 찾아왔다. 수출이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증시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기업 실적 개선과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K반도체, ‘초격차’ 만들다...이어진 호황

반도체 수요가 다시 증가하자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한 이후 기술을 선도하고 있던 삼성전자는 더욱 기술 격차를 벌려갔다. 2012년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사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3파전이 진행됐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면 나머지 경쟁사가 6개월 정도 후에 따라오는 형국이었다. 

2017년 11월 삼성전자는 10나노급 2세대 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선 그동안 6개월이었던 삼성전자와 경쟁사간 기술격차가 2년 이상 벌어지는 상황이 전개된 것으로 분석했다. 10나노는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 미세공정의 한계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공정을 미세화할수록 반도체 원료인 하나의 웨이퍼 원판 위에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2세대 10나노급 D램을 개발한 것은 그보다 1년뒤엔 2018년 11월이었다.  

삼성전자가 먼저 10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고 가격 경쟁력에서 격차를 벌려갔다.  전력효율, 작동속도가 향상되면서 ‘싸고 좋은 물건’이라는 인식이 반도체 수요업체들 사이에 확산됐다. 더욱이 스마트폰 등 제품 개발에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경쟁사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전 세계 제조사들은 삼성 제품을 사용해 성능, 가격 등을 최적화시켰다. 새 제품이 나와도 부품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격차는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세계 1위...SK하이닉스, 영업익 791% 증가

2016년 4분기부터 시작된 D램 가격 상승은 2018년 3분기까지 이어졌다. 2016년 3분기 4조4000억원이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호황의 절정인 2018년 3분기 13조6500억원으로 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726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6조4724억원으로 9배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3분기에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은 17% 수준에 그쳤지만 호황의 정점인 2018년 3분기일 때 영업이익률은 56.7%에 이르렀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017년 삼성전자는 24년간 인텔이 가지고 있었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마저 빼앗았다.  

수출호조→ 체감경기 상승...증시 고공 행진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연일 상승하며 반도체 호황이 1년 내내 호황이 이어지자 2017년 한국의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5739억달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체 수출액이 전년대비 15% 성장한 가운데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했고 단일 품목으로 연간 수출액 9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같은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57.4%급증한 것이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제 심리도 낙관적으로 흘렀다. 2017년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제조업황 지수는 83으로 4년 11개월만에 최고치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실물경제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심리가 기대감으로 넘쳐났다. 

체감 경기 상승은 주식시장에도 전해져 2017년 연초만 해도 2020대에 머물려 6년 이상 박스권에 갇혀있던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의 반도체주 집중 매수에 같은해 5월 4일에는 2241.24로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 다음해인 2018년 1월 29일에는 2607.1을 기록, 새롭게 고점을 찍었다. 2017년말 시중 부동자금이 1천조원(1072조원)이나 쌓였다.  

반도체 호황이 계속되자 2017년 4월에는 주요 경제기관들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연초에 3%를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과 2.4%를 전망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 포인트, 0.2% 포인트 올렸다. 그해 한국은행이 최종 집계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1%였다. 2014년 3.3%를 기록한 이후 2015년과 2016년 2.8%에 그치다 2017년에 다시 3%대로 올라선 것이다.

한국은행은 민간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2017년 8월까지 전체 설비투자의 77.2%를 반도체 산업이 차지한 만큼 반도체 호황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며 경제 전반의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 셈이다. 

반도체 호황, 타 수출기업에는 '악재' 되기도  

반도체 호황이 본격적이던 2017년 7월 한국은행은 ‘최근 반도체산업 주도 경기회복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표한다. 기타 산업과 반도체 호황의 명암을 분석한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액 증가율은 13%로 그쳤고, 상반기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의 32.4%가 반도체 산업에서 나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1.9%였던 게 2017년엔 17.1%로 증가하더니 호황의 정점인 2018년엔 21.2%로 늘어나 심한 '쏠림현상'이 펼쳐졌다. 

타 산업에는 원고 압력(달러원 환율 하락)이 고통스러웠다. 수출대금이 속속 유입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원화 가치가 계속 상승했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총 수출은 0.51%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별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계(0.76%), 정보통신(IT, 0.57%), 자동차(0.4%)의 수출 감소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당시 환율 하락은 반도체 호황이 가장 큰 원인인데, 결국 환율은 펀더멘탈을 따라가고 한국은 수출이 펀더멘탈을 전적으로 대변한다”며 “2017~2018년 사이 반도체 수출 전망에 따라 외국인들이 한국 반도체 관련주를 샀고, 수출기업이 대금으로 받은 달러도 한국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외환시장의 달러원 환율 변화 추이. 그래프=연합뉴스

달러원 환율은 2016년 2월 25일 종가 기준 1238.8원이었다. 이후 하락을 거듭하며 2018년 4월 3일에는 3년 5개월만에 최저치인 1054.2원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1년새 환율이 184.6원(14.9%) 폭락한 것이다. 2017년 말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언제 시장에서 내놓을 것인지가 외환시장의 관심사였다. 한꺼번에 달러가 풀리면 환율은 더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수출 기업들은 울상이었다. 수출단가나 물량을 쉽게 늘릴 수 없는 자동차 등의 산업들은환율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집중매수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급등했다. 사진=연합뉴스

예를 들면 현대차의 경우 2018년 매출액은 97조2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4222억원 47.1% 급감했다. 회사는 원화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도 이미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상태였다. 

2017년 한해 35.24% 폭등했던 반도체주는 2018년 9월 호황이 정점을 찍자 그해 37.17% 하락, 전년도 상승분을 반납했다. 2017년 -0.14%로 역성장 했던 자동차주는 2018년 환율의 여파로 22.7% 떨어지기도 했다. 

반도체호황이 향후 3~5년간 이어질거라는 전망이 나오던 2017년 연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전망에서 “경기 개선이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에 편중되면서 고용도 가시적인 개선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경제 회복이 ICT 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됨에 따라 우리 경제도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의존하는 모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반도체 가격 하락 같은 위험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었다. 

호황이 끝난 2019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52.9%, 87% 줄어들었다. 내년에 예상되는 반도체 호황은 몇년을 이어갈 수 있을까. 반도체 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가 관심일수 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