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임원 인사도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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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임원 인사도 혁신이 필요하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12.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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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대기업의 임원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언론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한 이들의 프로필을 공개하는가 하면 모 헤드헌팅사는 임원 인사의 특징을 7S(아래표 참조)라고 부르며 세대교체, 70년대생 대거 등장, 깜짝 인사 발탁 등으로 정리, 발표하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코로나19 등 경기침체로 인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임원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언론 분석에 의하면 이번에 나타난 임원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이른바 ‘스카이 캐슬’로 상징되는 SKY 대학 출신 임원이 다소 줄었다는 점이다.

학력보다 역량이 중시되는 측면 그리고 기업에서의 성과와 학력의 상관관계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 언론을 통해 부각됐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임원 인사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모두가 외면하고 있다. 

가을이 지나 찬 바람이 불면 임원들 마음은 냉가슴이 된다. 사실 언론에 발탁승진으로 요란하게 포장되는 인물은 극소수일 뿐이고 대부분의 임원은 임원 인사라는 소리만 들어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다. 대기업을 비롯해 모든 조직에서 인재 등용은 가장 중요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텐데 임원들은 왜 임원 인사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지 의문일 것이다. 

그래픽=연합뉴스

시스템이 아닌 사람 중심의 임원 인사의 한계 

문제는 조직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과 임원 승진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모 기업의 CEO는 해당 업계의 스타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보니 그룹 오너인 회장의 눈에 벗어나 좋은 성과를 유지했음에도 자리를 떠나야 했다. 반면, 모 임원은 오너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발탁 승진을 거듭하며 핵심 보직을 오랜 기간 유지하기도 했다.

물론 대다수의 기업은 체계적인 절차에 의해 임원 인사를 진행한다. 성과도 좋아야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을 통해 리더십 평가와 진단도 실시하고 다양한 경로로 해당 임원의 평판, 이른바 레퍼런스(reference)를 체크해서 기업의 별이 될 자격을 신중히 검토한다. 임원이 운으로만 되지 않는다는 점은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임원은 다 아는 사실이다.

아쉬운 점은 임원 인사의 내용이 손쉽게 그룹 오너(owner)에 의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서 27년만에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회장까지 오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역시 오너에 의한 임원 인사가 아닌 이사회의 검증을 통해 전문 경영인을 그룹의 오너에게 추천하는 인사 방식이 훨씬 공정하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강조했다.

그룹을 이끄는 오너라면 당연히 임원 인사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다만 권오현 전 회장의 조언처럼 전문 경영인에 대한 불신이 발생하면 오너가 퇴임 권한을 갖되, 이사회에서 이를 검토, 승인하는 구조를 갖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사로운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임원의 역량과 성과를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임원 인사가 체계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늘 임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매년 발표 시기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보니 평가를 받는 임원들에겐 불확실성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인사관리에서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핵심 인재가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보편적인 경영학 연구의 결론이다.

기업의 임원은 현재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 일러스트=연합뉴스

혁신적인 임원 인사가 되려면

임원 인사가 혁신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려면 크게 세 가지가 요구된다. 첫째, 앞서 언급했듯이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인 임원 평가 및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서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기 전에 역량 있는 글로벌 인재를 확보·육성하기 위해서라도 오너 개인이 아닌, 이사회에 의한 그리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임원 인사의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

국내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올해 실험적으로 외부 자문위원을 중심으로 주요 인사 평가와 승진 심사를 진행했다. 물론 심사 결과에 대해 조직 내부 경영진이 검토하고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되 거부 이유는 합리적인 사유를 갖추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이와 같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인사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결과의 공정성을 갖출 수 있다.

둘째, 임원 직급도 훨씬 더 유연하게 축소될 필요가 있다. 아직도 대다수 기업은 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 등 다단계 직급 형태를 갖추고 있다. 과거 제조업과 기계적 구조에 기반을 둔 직급체계인 데다가 현재와 같은 유연한 조직에선 직급과 직책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점까지 발생한다. 참고로, 글로벌 기업은 서로의 직급이나 임원 인사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 

셋째, 성과도 중요하지만 해당 임원이 미래에 적합한 인물인지 평가해야 한다. 대학의 경우 총장을 선출할 때 대학의 미래 방향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출하지만 기업은 여전히 ‘과거 성과’와 ‘현재 역량’에 초점을 두고 임원을 선발한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전 회장 역시 기업도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현재’가 아닌 ‘미래’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를 위주로 한 능력주의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임원을 선발할 때 성과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면 구성원들은 단기 성과 창출에만 노력을 기울일 뿐 미래 성장을 위한 통찰력과 품격은 함양하지 않게 된다.

해당 기업의 얼굴이자 별이 되어야 할 임원들이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뛰게 하려면 지금의 임원 인사는 반드시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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