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포르메] 코로나 ‘집콕’으로 배달 음식·온라인 쇼핑에 눈뜬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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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포르메] 코로나 ‘집콕’으로 배달 음식·온라인 쇼핑에 눈뜬 스페인
  • 최지윤 스페인 마드리드 통신원
  • 승인 2020.12.15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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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레스토랑과 오프라인 쇼핑 천국 '스페인'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닫는 식당·옷가게 속출
배달앱 다운받아 레스토랑 음식·식자재 구입하고
온라인 매장에서 의류·생활용품 구매하는 인구 늘어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유럽 내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로 오명을 썼던 스페인은 최근 몇 주 동안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조금은 희망섞인 분위기가 맴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예외적이거나 필수적인 상황이 아니면 여행이 불가한 상황이다. 

화려한 스페인 레스토랑 대신 집에서 배달음식으로

자치주에 따라 다른 부분이 있지만, 보통 밤 10시~12시 이후에는 모든 식당, 카페가 문을 닫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각 지자체는 고심 끝에 연중 가장 큰 기념일인 크리스마스와 동방박사의 날(1월 6일)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통행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식사 시간이 늦기로 유명한 스페인은 이르면 밤 9시 이후부터 식당 테이블이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한다. 음식도 코스별로 나올 뿐만 아니라, 와인과 디저트까지 즐기다 보면 식사 시간 두 시간을 넘기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 사태에 예년처럼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보면 또 얼마나 나눌 이야기가 많겠는가. 여러 자치주는 이런 국민들의 생활 패턴과 문화를 고려해 크리스마스 이브 날의 '통금 시간(Toque de queda)'을 새벽 1시 반으로 미뤘다.

연말의 행복하고 화려한 분위기 속에 코로나의 위험을 잠시 잊고, 식당에 가서 즐기는 사람도 많겠지만 워낙 많은 인파가 움직이는 연휴 시즌인 만큼 더욱 조심하며 가정에서 보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집에서 식사할 기회가 많아지니 직접 요리하는 인구가 증가한 것은 물론, 배달 음식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스페인에 새로운 ‘배달 문화’마저 생겼다. 이전에는 피자나 햄버거와 같은 간단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만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게다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식당에 직접 방문해 먹는 것을 훨씬 선호하기에 배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스페인 배달 애플리케이션 '델리베루'에서 주문한 음식과 식재료. 배송 시간이 비교적 빨라서 이용하기 편리하다. 사진= 최지윤 통신원
스페인 배달 애플리케이션 '델리베루'에서 주문한 음식과 식재료. 배송 시간이 비교적 빨라서 이용하기 편리하다. 사진= 최지윤 통신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지난 3월 재택근무를 하며 24시간 집에 머물러야 했던 당시, 스페인에 살면서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장을 보게 되었다. 온라인 장보기가 보편적이지 않았지만, 조금씩 그 편리함을 알게 되다 보니 인터넷과 모바일로 손쉽게 장을 보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그러나 하루 세끼를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현지인들은 배달앱인 글로보(Glovo), 델리베루(Deliveroo), 저스트잇(Just Eat)을 모두 핸드폰에 설치하고, 지역 내 여러 식당을 손가락 하나로 섭렵했다. 여름 전만 해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나 카페의 수가 적어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 식당은 배달을 위한 음식을 포장해 본 경험이 없던 터라, 배달된 음식은 용기 밖으로 흘러넘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식당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식당은 포장 용기도 새로 마련한 곳이 대부분이다.

식당과 카페를 강제로 폐쇄해야 했던 때에 대면으로 손님을 받을 수 없던 사업체는 '배달'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발견한 셈이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델리버루(Deliveroo)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점포의 40%는 "배달 서비스가 없었다면 코로나 사태를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50%의 사업자는 "2021년에도 음식 배달 서비스가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델리베루 배달원이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infohoreca.com
델리베루 배달원이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infohoreca.com

컨설팅 업체 Capital Economic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델리베루(Deliveroo)는 3200개의 간접적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으며, 2019년에는 스페인 GDP에 6700만 유로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배달 플랫폼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만1000개의 일자리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됐다. 저스트잇(Just Eat)과 컨설팅 회사 NPD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스페인의 온라인 음식 주문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7억 4천만 유로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9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년보다 21.6%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 구매층도 급속 증가...스페인 라이프 스타일 달라져

배달 플랫폼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스페인에서의 이런 흐름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요즘은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 작은 소도시에서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연말을 맞아 레스토랑의 음식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며 홍보하는 곳도 많이 보인다.

코로나는 배달뿐만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의 구매 패턴까지 바꿔놓았다.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아마존(Amazon)과 같이 익숙했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물론, 의류 및 생활용품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LESIDE에 따르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는 온라인 구매가 작년 같은 기간(11월 2일~29일)보다 29% 증가했다. 현지 일간지(europapress)는 BBVA은행 고객들의 온라인 구매 건수가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1인당 평균 지출한 금액은 60유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자 제품을 파격적으로 판매하는 ‘사이버 먼데이’ 기간의 쇼핑 건수는 작년과 비교해 22% 증가하기도 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쇼핑하는 시민들의 모습.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최지윤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쇼핑하는 시민들의 모습.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최지윤

'자라'가 포함된 세계 최대 패션그룹인 스페인 '인디텍스'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44% 감소한 매출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3월과 4월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못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었지만, 1분기 온라인 매출은 50% 증가했다. 4월에는 온라인 매출이 95% 증가해 손실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물건 구매 후 한달 동안 환불하거나 교환할 수 있도록 해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내놓았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스페인 국민들도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라이프 스타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2020년은 많은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것이 원래 모습대로 회복되기까지 얼마 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힘이 필요한 시기다.

● 최지윤 통신원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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