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로 급부상하는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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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차이나로 급부상하는 스페인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6.01.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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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블루오션...유럽의 새로운 틈새시장

(한용주 컬럼니스트기 지난 12월 25일 이노비즈 겨울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이노비즈는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가 발간하는 계간지입니다.)

중국의 역할이 감소되는 경제 환경에서는 ‘포스트 차이나’로 유럽연합(EU)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13억 인구를 가진 큰 시장이지만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인구 5억인 유럽연합이 더 큰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그리스발유럽재정위기 이후 남유럽국가들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재정긴축과 함께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제는 체질 개선과 함께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독일이 제조업 강국이다. 독일은 수출지향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고 다수의 강소기업이 활약하고 있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진출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 파트너다. 하지만 스페인 역시 독일 못지않는 제조업 유망 파트너다. 스페인은 관광산업과 농업의 비중이 크고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태양광산업과 자동차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유럽연합의 미래의 제조업 기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 기술혁신 방향을 보면 친환경 에너지산업인 태양광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10월 각국의 가정용 전기요금과 태양광발전 비용을 분석한 결과 독일과 일본·덴마크·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이미 그리드 패리티 달성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모듈과 셀의 효율이 급속히 높아지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태양광이 가장 값싼 전력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태양광발전 시대를 뒷받침할 또 다른 요소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잉여전력 저장설비의 발전이다.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ESS를 태양광 발전설비에 연결할 경우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발전설비를 만들 수 있다. 해가 뜨는 낮에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스페인은 기후적으로 일조량이 풍부한 지중해 지역에 속해있고 넓은 국토를 갖고 있어 태양광발전에 적합한 나라다. 태양광발전으로 저렴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면 제조업 기지의 입지로 유리하다. 스페인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 규모로 유럽연합의 제조업 기지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페인은 노동 개혁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성이 강화됐고 비용 대비 우수한 기술력도 장점이다.

스페인은 독일과 프랑스에 이은 유럽 내 3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2009년 기준 유럽 내 총생산 중 14.2%를 차지하고 있고 스페인 내에 총 11개사(Mercedezs-Benz, Renault, Peugeot, GM 등)가 진출해 있으며, 18개의 자동차 공장을 가동 중이다. 자동차산업은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약 4~5%를 차지하며, 전체 수출 중 20%의 비중을 차지한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2010년 4월 ‘전기자동차 소비촉진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와 같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스페인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전기충전 관련 인프라 시설 확충을 진행했으며 2014년 9월에는 2020년까지 GDP 중 제조업 비중을 현 13%에서 20%로 확대하는 제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를 겪었던 스페인 자동차산업이 2011년 이후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투자도 늘고 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2015~2019년 중 스페인 자동차 제조공장에 총 42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스페인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임을 밝혔다. 비록 폴크스바겐 그룹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독일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 스페인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장 분석을 내놓은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다.

 

IMF 구제금융을 거쳐 빠르게 회복 중인 스페인 경제

최근 주요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스페인 내 전기자동차 생산을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전기자동차용 부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기대되며, 특히 우리나라가 전기자동차의 핵심부품인 인버터 및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등 관련 부품을 공급하기 유망해 보인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가 내세운 정책 중 ‘Made in Spain’ 산업부품 우선 구매운동을 고려하면 제조공장의 현지화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던 스페인은 최근 내수 중심으로 경제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 경제는 최근 수출과 관광산업이 살아나면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 GDP 증가율은 1.4%로 2008년 재정위기 이후 첫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스페인 정부는 GDP 증가율은 3.3%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회복세에 따라 스페인 은행권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 대신 성장전략으로 전환하고 제조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 세계에는 관세장벽은 허물면서도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바람이 불고 있다. FTA와 TPP 같은 무역협정만으로 경제영토를 넓히는 전략은 빛이 바래가고 있다. 중국의 성장둔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단순히 포스트 차이나 수출시장을 찾는 것보다 유망 소비시장에 공장 현지화로 돌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기후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향후 친환경 에너지산업이 급성장하고 화석에너지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15년 상반기에 미국에 등록된 친환경에너지 특허는 대부분 태양광에너지와 관련된 기술이 586개로 가장 많고 연료전지, 전기자동차, 풍력에너지와 관련된 기술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앞으로도 태양광에너지 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나고 기술혁신이 계속 이뤄지면서 태양광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관련 대한민국 기술혁신기업들도 스페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면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태양의 나라 스페인은 태양광산업을 기반으로 제조업 부흥을 노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미국에 판매할 물량은 미국에서, 유럽 시장을 공략할 물량은 유럽에서, 중국에 내놓을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가장 큰 시장을 선택하는 쪽이 유리하다.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삼성생명 종합금융컨설턴트, 투데이미디어그룹 경제기자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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