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왕국 사우디] '이슬람' 사우디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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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왕국 사우디] '이슬람' 사우디의 모든 것
  •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 승인 2020.12.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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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태어난 '메카', 돌아간 '메디나'...외국인들은 함부로 못가
이슬람 신앙 '다섯 기둥' 실천이 이슬람 신앙의 핵심
'무함마드 빈 살만' 등장과 팬데믹으로 사우디 사회 큰 변화 맞아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여러분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생각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광활한 사막? 오일머니로 이루어낸 경제부국?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발생지와 성지순례지로 수백년간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이슬람 창시자인 선지자 무함마드의 출생지인 사우디 서부도시 '메카'와 그가 생을 마감한 '메디나'는 이슬람 종교를 믿는 무슬림들에게는 평생동안 반드시 방문해야할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종교는 오늘날 약 19억명의 인구가 믿고 있고, 연간 1.83%씩 가장 많이 신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종교다. 

이슬람에 대해 자세히 이해할 필요도

외국인이 많이 오가는 한국에서도 이태원등을 제외한 곳에서는 이슬람 신자들을 쉽게 마주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그들의 복장이나 종교 관습 등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회는 흔치 않다. 때문에 사우디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지탱해주고 있는 이슬람이 무엇인가 들여다 보는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슬람( إسلام‎/islam)은 아랍어로 '순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슬람 신자를 일컫는 '무슬림(مسلمون muslim)'이라는 단어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선지자 무함마드는 이슬람의 창시자로 서기 570년 무렵 사우디 중서부 도시 메카(mecca)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의 이름은 압둘라로,  압둘라와 무함마드 이 두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가장 흔한 남자 무슬림 이름이다. 메카에서 세력을 키우고자 했던 무함마드는 사람들의 조롱과 핍박을 받아 450km정도 떨어진 야스립, 오늘날 메디나(medina)로 활동장소를 옮겼고 그곳에서 무슬림 공동체를 세우고 헤지라(Hijra) 원년을 선포했다. 

사우디의 수도 메카와 메디나의 지리적 위치. 사진= 구글맵 캡쳐
사우디의 수도 메카, 제다 공항과 메디나의 지리적 위치. 사진= 구글맵 캡쳐

사우디는 그레고리력과 헤지라력을 모두 사용하는데, 국가문서나 신분증에는 헤지라력으로만 표시가 되어 있기에 필자도 번번히 인터넷을 찾아가며 날짜를 환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2020년 12월3일'은 헤지라력으로 '18th Rabi Al-Akhar, 1442h' 이다.

메카로의 귀환을 꿈꾸던 무함마드는 서기 632년 메디나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그가 매장된 무덤은 순례지가 되었다. 메카와 메디나는 역사적인 장소이지만, 안타깝게도 비(非)무슬림들은 도시 방문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중요한 업무의 경우 복잡한 절차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필자도 사우디에 머무르는 동안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슬람 신앙을 지탱하는 행동강령 '다섯 기둥'이란

이슬람 신앙은 믿음과 실천으로 이루어지며 샤리아(이슬람법)에 따라 무슬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행동강령인 '이슬람의 다섯 기둥'이 존재한다.

제1기둥: 신앙고백(샤하다). 알라 이외에는 다른 신이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예언자이다.  사우디에 오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알라후 아쿠바르'인데 이는 '알라는 위대하다'는 그들의 고백이며 삶의 이유가 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제2기둥: 기도(살라). 동트기 전부터 일몰 때까지 하루 5번 일정한 시간에 맞추어 머리방향을 메카를 향해 하는 기도다. 기도 시간 즈음 주변 기도처나 건물안내 방송으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이 울려퍼진다.

약 30분간 모든 업무가 중단되며 상가는 문을 닫는다. 심지어 달리던 차를 잠시 세우고 고속도로 노변에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수 있다. 업무를 보려면 기도시간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바뀌는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어플을 가지고 다닐 정도다.

도로가에서 기도하는 사우디인. 사진= 구글
도로가에서 기도하는 사우디인. 사진= 구글

제3기둥: 자선(자카트). 무슬림들은 자산의 2.5%, 교역품의 2.5%, 농업생산품의 5~10%를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해야 한다. 돈 많은 왕자가 500리얄(한화 15만원)짜리를 수백장 박스채로 들고 나와 줄서있는 사람들에게 잡히는 대로 나눠주고 갔다는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도 사우디 이웃에게 들은 적이 있다.

제4기둥: 금식(라마단). 이슬람력 9월이 되면 한달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물을 포함해 아무것도 섭취할 수 없으며 성행위도 금지된다. 금식월은 매년 여름 기간에 시작되는데 금식을 해야 하는 낮시간 동안 모든 식당들이 문을 닫고, 공공 장소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금지된다. 비무슬림 직원들은 집에서 도시락을 싸와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 먹어야 하는 행위를 한달간 해야 하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금식을 하는 의미는 가난한 자를 돌아보라는 원뜻이 있지만, 실제 저녁이 되면 밤새도록 해뜨기 직전까지 먹고 마시며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러고선 3시간 정도 늦춰진 시간에 출근해서 앉아서 졸거나 지친 몸으로 처져 있는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효율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밤낮을 바꿔 굶었다가 폭식하는 생활이 한달간 이어지는 것은 건강상 매우 위험한 행위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이 라마단 기간에는 음식물 소비가 평소의 1.5배에 이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제5기둥: 성지순례(하지). 이슬람력 12월 성지순례기간에 경제적, 신체적 능력이 있는 무슬림들은 평생 한번 이상 메카와 메디나를 방문해야 한다. 매년 순례기간 동안 230만명의 순례객들이 인구 200만명인 메카를 방문한다. 이 기간에 사우디의 서부 제다에 있는 국제공항은 성지순례객들로 크게 붐비며 이로 인한 수화물 분실사태로 악명이 높다.

성지순례 복장을 입고 순례중인 순례객. 사진= 구글
성지순례 복장을 입고 순례중인 순례객. 사진= 구글

이 기간은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과 비슷하기에, 주변에서는 절대 순례기간에는 제다공항을 이용하지 말라는 조언할 정도다. 

코로나 펜데믹은 이 성지순례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올해는 안전을 이유로 한해 전체 순례객 숫자를 100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메카와 메디나는 코로나의 확산속도와 신규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도시로, 사우내에서 24시간 통제가 제일 먼저 시작됐고 가장 늦게 해지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상시로 순례를 하는 우무라(umrah)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순례가 전면 중단됐다.

순례객 가득찼던 메카의 중앙 모스코와 펜데믹으로 텅빈 모스코. 사진= 구글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순례객 가득찼던 메카의 중앙 모스코(왼쪽)와 팬데믹으로 텅빈 모스코. 사진= 구글

사우디 특유의 '와하비즘' 완화되는 움직임도

사우디 이슬람의 주요한 특징은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인 '와하비즘'이다. 예를 들어  주변 이슬람 국가와 달리 여성운전 금지, 7세이상 남녀동석 금지, 영화 및  음악 예술적 대중문화 금지등을 주장하며 그것을 단속하는 종교국 소속의 종교경찰이 있을 정도다. 

몇해 전 왕세자로 등극한 무함마드 빈 살만(MBS)는 이런 와하비즘의 틀을 벗고 온건한 이슬람의 노선을 선택했는데, 지난 3년 사이 여성운전이 허가됐다. 또 극장이 생기고, 외국가수가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고로 한국 아이돌 BTS의 공연은 사우디 역사 변환점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사우디의 젊은 세대들은 이슬람 전통계승과  현대문물의 개방이라는 쉽지 않은 숙제를 떠맡고 있다. 사우디가 지난 1500여년간 굳건하게 지켜온 이슬람이라는 보물을 오늘날에 맞게 어떻게 풀어나갈지 앞으로의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 필자인 신승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서 학위를 마치고 2017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Dharhan(다란)에 위치한 king Fahd University Of Petroleum & Minerals(국립 킹파하드 석유광물 대학교) 체육학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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