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 1080원대...대기업 평온', 중기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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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 1080원대...대기업 평온', 중기 '안절부절'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2.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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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달러원 환율, 14.9원 떨어진 1082.1원
현대차 관계자 “이제 10년전과 달리 환율 변동에 민감하지 않다”
LG전자 30여개 통화로 결제 수단 다양화
수출 중소 62%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
"손익분기 환율은 1118원"
내년 최저치 달러당 1040원 전망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달러원 환율이 30개월만에 1100원대가 무너지는 등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14.9원(1.35%) 급락한 1082.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8년 6월 14일에 1083.1원을 기록한 이후 30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날 2년 6개월만에 1100원 밑으로 내려선 환율은 이날 두자릿수 하락을 이어갔다.

환율 하락은 지난 9월부터 본격화됐다. 달러원 평균 환율은 지난 9월 1178.8원에서 10월 1144.68원으로 30원 넘게 급락했다.

11월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재정부양책과 교역확대 등에 대한 기대로 하락폭을 키웠다.

이후 내림폭을 키운 환율은 전날 1090원대에 접어든 후 이날 하루에만 14.9원이 하락하며 수출 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달러원환율 변동 추이. 자료= 네이버 금융 캡처
지난 3개월간 달러원환율 변동 추이. 자료= 네이버 금융 캡처

글로벌 투자은행업계에서는 달러화약세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 예측한다. 

골드만삭스는 달러 가치가 향후 1년간 약 6%, ING는 약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은행은 2021년 중 달러화 가치가 20% 급락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대기업 “환율 변동 대응 가능” 

국내 수출 기업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수출 대기업 대부분은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환율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했다. 결제 통화를 다변화 하고, 환보험 등에 가입한 것이다. 

해외 생산법인과 판매 법인 등을 따로 두고 있어 환율 변동 자체에서 영향을 덜 받는 경영 구조도 갖췄다. 

과거 환율 하락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는 완성차 업체였다. 해외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폭 또한 큰 업종이었다. 

지난해 한국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차·쌍용차·한국GM·르노삼성)의 글로벌 판매 792만대 중 해외 판매는 639만대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은 연간 4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대차의 사정은 다르다. 전날 현대차 주가는 7.76% 급등했다. 이날도 19만9500원으로 마감하며 6년만에 20만원대 회복 가능성을 높였다. 현대차 주가에는 최근 환율 하락으로 인한 악재 보다 현대차가 지난 2일 발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등의 호재가 더 많이 반영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제 10년전과 달리 환율 변동에 민감하지 않다”며 “현지 통화 등 결제 통화를 다양화 하고 현지 판매법인, 해외 생산법인 등을 운영해 다각적인 방식으로 환율 변동에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내년에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연간 매출 89조2563억원, 영업이익 7조55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한국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 제품를 생산하는 대기업 대부분은 더 이상 환율 변동이 민감한 변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내에 환헤지를 담당 하는 전문 부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법인을 운영하며 환율변동 대응력을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후 다시 해외에 판매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져도 수입과정에서 어느 정도 이익이 생겨 전반적으로 상쇄된다”며 “중간재라서 기본적으로 환헤지가 가능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만드는 품목이고 또한 회사 내부에 환헤지를 전담으로 하는 팀이 대응하고 있다”며 “최근 환율 하락을 크게 신경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LG전자는 환헤지에 적극적이다. 이미 30여개 통화로 결제 수단을 다양화했다. 서로 다른 통화간의 교환 비율인 환율의 특성상 한 통화의 가치가 상승할 땐 다른 통화 가치는 하락한다. 통화 수단을 다양화 하는 것 만으로도 일정 부분 환헤지가 가능한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물건을 사고 팔 때 현지 통화 또는 달러나 원화가 아닌 제 3의 통화를 활용하고 부채 관리에도 다양한 통화 자산을 활용한다”며 “달러 환율이 내린다고 해서 사업에 차질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이나 판매를 담당하는 해외 법인도 많기 때문에 달러 변동에 따른 차질은 크지 않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특별한 방법 없는 곳도 많아”

문제는 환율 변동 대응 능력이 부족한 수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1월 수출 중소기업 30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 하락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채산성(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62.3%였다. “영향 없다”는 35.1%, “긍정적이다”는 2.6%였다. 

지난 10월 29일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수출시 손익분기점이 되는 달러원 환율은 평균 1118원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중소기업이 연초에 세운 영업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달러원 환율이 1181원 수준을 회복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1082.1원을 기록한 달러원 환율이 내년 상반기 1000~1040원 대로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이들 기업이 환 리스크 관리를 위해 활용하는 방안으로는 수출단가 조정이 46.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원가 절감(26.6%)과 대금결제일 조정(13.0%), 결제통화 다변화(8.1%), 환변동보험 가입(6.2%), 선물환거래 가입(4.5%)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환율 변동을 전담할 조직을 따로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환선물, 무역보험공사 환율 변동 보험 등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첨단 기술력을 동원한 상품이 아니라 화장품, 산업기계 등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상품이 많아 환율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세개입'...환율 하락은 지속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중소기업은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환율하락에 대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할 대응책에 대해 질문한 결과, '안정적 환율 운용'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70.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환율 관리 의지를 나타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 "환율 하락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도한 환율의 변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비상한 경계심을 가지고 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시장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2일에도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측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종가 관리차원에서 마감 직전 정부가 달러 매수에 나서 60~80전 가량 환율을 높인 것으로 본다”며 "최근 이런식으로 정부가 미세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몇 차례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개입의사에도 몰려드는 외국인 자금...환율 하락 지속될 듯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시장의 흐름을 막을 순 없다. 정부 개입 이후에도 시장에선 환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구두 개입에 그치지 않고 당국이 환율에 실개입할 경우 미국과 외교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더욱이 현재는 단순히 외국인이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만 있는게 아니라 외국인이 상당한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 개입 명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T, 바이오, 2차전지, 자동차 등 대기업 수출 품목은 경기 회복에 따라 물량이 늘어나면 환율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수출품목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최근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이 관측되는 것 또한 이같은 수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경기 개선 기대의 중심에 신흥국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의 1차 목표치는 20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며 "11월 미국 대선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7조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추가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신한은행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와 함께 백신 보급, 미국의 재정부양책에 대한 기대 등이 더해져 내년 상반기 달러원 환율이 104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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