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수재, 바람둥이 그리고 정치인' 이었던 지스카르 데스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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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수재, 바람둥이 그리고 정치인' 이었던 지스카르 데스탱
  • 한동수 기자
  • 승인 2020.12.03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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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전 대통령 2일 서거
40대 대통령 당선...퇴임후엔 하원의원으로 활동
향년 94세, 서거직전까지 성추문으로 경찰 수사받기도

[오피니언뉴스=한동수 기자] “내가 장관이었을 때는 일부 여성들이 나를 거절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는 단 한 명도 거절하지 않았다”.  

2일(현지시간)서거한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전 대통령이 1970년대 후반 재임시절 남긴 말이다. 당시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였거나, 요즘 세상이라면 프랑스에서조차 탄핵감이겠지만 그땐  그저 한 정치인의 취향으로 받아들여졌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의 여성편력은 대단했다. 재임시절 경호원이나 비서관없이 홀로 포르쉐를 몰고, 프랑스 대통령의 집무실인 엘리제궁을 빠져나가 인기 여배우였던 마를렌 조베르 집을 방문했었다. 이런 비밀스런 일이 세상에 알려진 건 이튿날 역시 홀로 귀가하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에서 접촉사고를 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프랑스인들은 대통령 이전에 한 사람의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눈감아 줬다.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전 대통령(1974~1981년)이 2일 (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자택에서 서거했다. 폐 관련 기저질환에 코로나 감염이 사인 인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94세.  사진=연합뉴스.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전 대통령(1974~1981년)이 2일 (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자택에서 서거했다. 폐 관련 기저질환에 코로나 감염이 사인 인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94세. 사진=연합뉴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수재였다. 프랑스의 최고 명문이자 영재들이 진학하는 국립행정학교(으엔아·ENA)와 국립공과대학(에꼴폴리테크닉·EP)를 졸업했다. 29세 젊은나이에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프랑스 하원의원에 당선된 지스카르 데스탱은 36세 때 샤를 드골 정부와 조르쥬 퐁피두 정부시절 두차례나 재무장관에 올랐고, 48세때 대통령에 당선됐다. 

첫 재무장관 재임시절에는 드골 대통령의 영향으로 반미주의에 휩싸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과다한 관세를 부과하고 신자유주의적 노동자 탄압 정책을 폈다는 이유로 국가경제를 흑자로 이끌었지만 경질됐다. 이후 퐁피두 대통령 시절에 두 번째 재무장관에 발탁돼선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연합(EU) 창설에 앞장서기도 했다. 

퐁피두 대통령이 1974년 지병으로 서거한 후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인 사회당 당수였던 프랑수와 미테랑 후보와 대결에서 2차선거 끝에 가까스로 승리해 프랑스 5공화국 제3대 대통령에 오른다. 

대통령 재임 기간은 대내외적으로 순탄치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오일쇼크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됐고, 경기악화로 인해 여려 개혁 성과에도 국내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 재임시 재무장관 시절부터 추진했던 EEC와 EU 창립을 이끌었다. 또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G7’ 정상회담 개최를 주도했다. 국내적으로는 낙태 합법화, 이혼 자유화와 18세로 투표 연령 인하 등과 같은 개혁 성과를 이뤄냈다.

프랑스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랑스 고속철(TGV) 개통도 그의 재임 시기에 이뤄졌다. 파리 오르세역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그의 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프랑스인들에게 우유부단하다는 이미지를 남긴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은 1981년 치러진 대선에서 미테랑 후보에게 패배한다. 

50대에 정계 은퇴 기로에 선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파격적인 결단(?)을 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스카르 데스탱은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3년 후 치러진 총선에 출마 해 당선됐고 이후에도 재선됐다. 프랑스 전직 대통령으로는 유일한 기록이다.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EU 자문회의 의장으로서 EU 헌법의 기초 작업에 관여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3일(현지시간)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이 전날(2일) 폐 질환 및 코로나 합병증으로 프랑스 중부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향년 94세.

그는 프랑스에 생존해 있는 최고령 전 대통령이었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폐질환으로 지난 9월 입원해 11월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26년에 태어난 지스카르 데스탱은 2차 대전 당시 군인이었던 샤를 드골이 세운 대독일 항전조직(레지스탕스)인 '자유 프랑스'에 복무한 뒤 1962년 드골에 의해 재무장관에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재무장관 발탁 이전에는 프랑스 인문학의 상징인 아카데미 프랑세즈(학원원)에서 근무했다. 

바람둥이 이미지는 생전 마지막까지 그에게 꼬리표로 붙어다녔다. 최근까지 지난 2018년 독일 언론인을 인터뷰하는 중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 5월부터 독일 공영방송 WDR 소속 안 카트린 슈트라케 기자를 2018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슈트라케 기자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추행했다며 프랑스 경찰에 지난 3월 고소장을 제출한바 있다. 

지스카르 데스탱은 지스카르와 에스텡 두개의 성(姓)이 합쳐진 것이다. 두개의 성 사이에는 프랑스어에서 조사 성격의 '의'에 해당하는 드(De)가 붙었고 어법에 따라 연음되다보니 데스탱(d'Estaing)으로 발음된다.

그의 성을 한국어로 직역한다면 에스탱가의 지스탱이 그의 성이다. 여담으로 프랑스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에스탱은 옛 귀족의 성이었고 외가 쪽이 에스탱가의 성을 쓰고 있어 지스카르 데스탱으로 정했다고 한다. 귀족이 없어진 프랑스에선 아직도 선대 때 혼인했던 가문에 귀족 성이 있으면 이런식으로 성을 이어서 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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