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경이로운 소문, 한국형 영웅의 탄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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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경이로운 소문, 한국형 영웅의 탄생일까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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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한국형 히어로물, 초반부터 인기몰이 성공
정의로우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들...약한 모습에서 영웅으로 재탄생 기대
드라마에서만큼은 '선함이 악함을 통쾌하게 이겨주길'...시청자들 기대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표현입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려합니다. 제작자나 당사자의 뜻과 다른 '오진' 같은 비평일 수도 있어 양해를 구하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영웅’ 하면 ‘마블’이나 ‘DC’의 히어로 물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두 매체를 통해 데뷔한 영웅들이 워낙 많아서 그렇다. 숫자도 많지만 그들의 태생만 분류해도 세상의 모든 신화와 세계관을 싹 가져온 것 같다. 그래서일까 마블이나 DC 아닌 곳에서 히어로 물을 만들면 그들을 모방했다는 오해를 받거나 비슷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와 비교될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말 첫 회와 두 번째 회가 방영된 OCN의 ‘경이로운 소문’은 초반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여러 매체로부터 마블이나 DC 못지않은 영웅 캐릭터가 탄생할 듯하며 차별화에도 성공할 듯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미 웹툰으로 성공한 원작을 장르물 제작의 명가인 OCN에서 제작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초반에 좋은 반응까지 얻은 것이다.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를 사냥하는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이승에서 떠도는 악귀들을 물리치는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다. 여기서 ‘소문’은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며 세상에 떠도는 소식’이 아닌 주인공 이름을 뜻한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의 제목은 ‘주인공 ’소문‘의 놀라운 활약’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의 활약을 본 어떤 등장인물이 “경이롭다! 소문!”이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그렇다면 이제 막 두 회차가 끝난 드라마가 어떻게 호평 일색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사진=OCN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사진=OCN

한국적 영웅이 보여주는 연대의 이야기

‘경이로운 소문’에 등장하는 빨간 운동복의 영웅들, 즉 악귀 사냥꾼인 카운터들은 인간적인데 정의롭기까지 하다. 정의로움은 어쩌면 영웅들의 필수 조건이지만 인간적인 모습은 다른 히어로 물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좀 달라 보인다. 말 그대로 인간적이다.

이들은 악귀를 잡겠다는 목표의식이 매우 강하다. 이 드라마에서 악귀는 사람을 학대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끝내는 죽이고 마는 그런 행위를 악귀의 소행으로 묘사한다. 그런 악행을 일삼는 사람 속에 들어간 악귀는 악행을 반복해가며 점점 강해진다. 악한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진짜 악귀로 변해가는 것이다. 빨간 옷의 카운터들은 이들 악귀보다 강한 영웅들이다. 하지만 악귀와의 싸움 과정에서 희생자들인 약자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연민의 마음이 크게 드러나 보인다.

이들은 악귀를 물리치는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조금은 부족한 존재이기도 하다. 국숫집의 주인이며 카운터들의 리더인 추매옥(염혜란 분)은 치유의 능력이 있다.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 중년의 여인은 나이를 속일 순 없어서 빨리 지친다. 가모탁(유준상 분)은 카운터 최강의 괴력을 소유했지만 단순 무식하며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도하나(김세정 분)는 천 리 밖 악귀를 감지해 내는 레이더와 같은 존재이지만 동료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이들 카운터들이 가진 힘은 보통 인간의 몇 배나 된다. 수련하기에 따라서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이들이라도 힘을 합쳐야 한다. 혼자서는 점점 강해지는 악귀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진 능력이 서로 다른 이들은 팀플레이에 능하다.

누군가는 치유 능력을 가졌고, 엄청난 힘을 가졌고, 상대를 읽는 힘을 가졌다. 이런 영웅들이 연대하니 천하무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을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도 있다. 여기에 경이로운 능력을 가진 주인공 소문(조병규 분)도 합류했다.

한국적 영웅들이 펼치는 성장과 승리의 이야기

‘경이로운 소문’에는 여러 서사가 담길 가능성이 있다. 서로의 힘을 합치는 연대의 이야기도 있을 테지만 아마도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지난주 두 번의 에피소드에서 이들 빨간 운동복을 입은 영웅들은 자기가 가진 능력으로, 때로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악귀들을 하나씩 처치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사연도 함께 펼쳐졌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아픈 기억과 장애가 있는 주인공 ‘소문’은 카운터, 즉 악귀 사냥꾼이 되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소문’이 지금까지 약한 모습으로 숨어있던 껍질을 벗고 영웅으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서사를 우리나라의 대중이 좋아하기도 하고.

아픔 혹은 결핍을 지닌 주인공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드라마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뭔가 부족한 캐릭터의 성장에서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러한 모습에서 자기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부족한 나도 성장할 수 있겠지 하는.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아마도 선한 인간에 의해 악한 세상이 심판받는 것을 보여줄 것 같다. 선함이 악함을 이길 거라는. 이는 옳은 것이 옳지 않은 것을 몰아내는 데 힘이 부치는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에 던지는 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한 얼굴로 세상을 속이는 악한 세력의 만만치 않음도 경고하고.

대중이 한국형 영웅이 나오는 드라마에 원하는 바는 분명할 것이다. 드라마에서만큼은 선함이 악함을 통쾌하게 이겼으면 하는 그런 마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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