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바이든 고민', 바이든의 '중국 고민'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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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바이든 고민', 바이든의 '중국 고민' 까닭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2.01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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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제이크 설리번...트럼프와 오바마 합친 대중정책 펼칠 듯
中, 바이든시대 대응 까다로울 듯...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
바이든 시대를 맞이하는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 역시 대중정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시대를 맞이하는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 역시 대중정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우면서도 강경한 대중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자의 대중정책은 오히려 더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 역시 대중 정책을 구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사실상 중국 비중이 상당한 아시아 국가들의 동맹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블링컨·설리번 조합은 '트럼프+오바마 대중정책' 

바이든 당선자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모두 오바마 행정부에서 바이든 당시 부통령을 보좌했던 인물들이다. 

주요 언론들은 블링컨과 설리번의 조합이 대중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NBC뉴스는 "바이든이 아니라 블링컨과 설리번이 미국의 외교 정책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시대에 대중정책은 트럼프 시대보다는 일관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BC뉴스는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인 정책 중 많은 부분을 끝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바이든 시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지명자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아시아 외교의 중심 축을 설계한 인물로 꼽힌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기후변화나, 북한, 이란 핵 문제 등에 있어서 중국을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고, 중국을 회유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인물들이 기용되면서 바이든의 대중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지만,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포용적인 대중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을 종종 해왔다.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7월 허드슨 연구소의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 중국을 상대로 미국을 더 약한 위치로 떨어뜨렸다"며 "대중 정책을 위해 동맹국들의 결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캠프에서 외교정책 조정관을 맡았던 설리번은 지난해 9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틀림이 없다"며 "(그러한 징후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블링컨과 설리번의 기용은 바이든 당선자가 오바마 시대의 포용적인 대중정책에서 벗어날 것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바이든 당선자는 본질적으로 트럼프 전략을 이어가면서 동맹국들과 관계를 다져가는 '리브랜딩'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바이든의 외교정책 인선을 보면 오바마 행정부의 온건한 대중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적절한 대중정책을 유지하면서 아시아 동맹국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칼럼을 통해 "블링컨의 논리는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논리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동맹이 중국을 상대로 강화될 수 있을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역의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더 큰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11월 초 블룸버그 포럼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정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의 제임스 크랩트리 교수는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를 바라지만,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중재를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진영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중국 "바이든 시대, 위기냐 기회냐"

바이든 시대를 맞이하는 중국의 고민도 깊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중국을 뒤흔들었으나, 다른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크게 약화된 바 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다시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대응이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세계적인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은 지난 28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당선자가 중국에는 더 큰 골칫거리일 수 있다"며 "바이든 당선자는 핵심 사안에 대해 더 강한 철학적 신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중국이 국제기준에 따라 행동하도록 다자채널을 활용해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동맹국들과 협공에 나설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대응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 내부에서는 바이든 시대를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엿보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전략적 기회의 시기임을 강조하는 것과 맞닿아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을 당시 중국은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지난 4년간 성장 일변도의 상승세를 이어오면서가 중국의 경제 성장도 움추려 들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트럼프 시대에서 바이든 시대로 넘어가는 현 시점이 중국 입장에서는 재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전 편집장 덩위원은 SCMP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필요로 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미국 새 행정부와 관계 개선을 하는 등 전략적 기회의 시기를 최대한 길게 유지하기 위해 분투해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 역시 지난 9월17일 후난(湖南)성에서 열린 기층 대표 좌담회에서 "중국의 발전은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에 처해있다"면서 "기회와 도전은 모두 새로운 발전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은 지난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과 중국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바이든에 너무 낙관적이어서는 안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중미 관계에 뭔가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 뭔가를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인권 운동가 "바이든 시대 걱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 지역의 인권운동가들 역시 바이든 시대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정책이 마무리되는 것에 대한 우려다.  

NYT는 "아시아의 저명한 인권 운동가들은 바이든이 오바마 시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협력을 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은 국제규범을 거의 지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포용적인 외교정책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승리 주장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으며, 베트남과 미얀마의 인권 운동가들은 바이든 당선자 승리 소식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 중 아시아의 인권 운동가들이 대거 포함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자와 맞서고 강하게 비난하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장 위구르족의 한 소수민족은 NYT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우리 문제를 제기한 다른 모든 나라들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일을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정상으로 되돌릴까봐 매우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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