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우리가 非메모리 반도체에 사활 걸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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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우리가 非메모리 반도체에 사활 걸어야하는 이유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0.12.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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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상 최고가 경신의 그림자 '비메모리 반도체'
메모리는 설계-생산 두단계...비메모리는 6단계로 1000배 파급효과
대만은 비메모리 산업 →국가산업으로 키워..고용 창출도 엄청나
한국, 팹리스·디자인하우스 거의 없어...인재 육성에 사활 걸어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연일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최고가를 경신, 시가 총액이 4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첫째,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실적둔화 우려는 주가에 모두 선반영되었고 둘째, 내년부터는 전세계 경기가 회복하면서 스마트폰, 메모리 수요가 회복될 것이며 셋째, 파운드리 실적이 개선되고 5G 통신장비의 본격 공급 등 호재가 부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 등을 얘기하고 있다.

필자는 이 중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확대(파운드리 진출)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다. ‘비(非)메모리 반도체’라는 단어는 지극히 한국적인 단어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기에, 메모리 반도체를 기준으로 메모리가 아닌 반도체를 통칭해 ‘비(非)메모리 반도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 기업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에 와있다.  먼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특징을 비교해보자.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어떻게 다를까

눈에 띄는 차이는 업황을 타는지 여부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대표적으로 업황을 많이 타는 시장이다. 반도체 수요가 폭증해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공급을 즉각 늘릴 수 없고, 반대로 수요가 줄어들어도 공급을 줄이기 힘든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공장 건설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공장을 멈추고 재가동하는데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공급을 조절할 수 없으니 업체들은 가격을 내리면서 출혈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그 유명한 ‘반도체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시장이 바로 그 시장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치킨게임의 승자로 남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이익률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덩달아 삼성전자의 주가가 등락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산업 생태계의 구조도 완전히 다르다.

메모리 반도체는 PC나 노트북에 들어가는 D RAM, 시스템 반도체는 CPU(중앙처리장치)로 대비될 수 있다. D RAM은 작은 사이즈에 많은 용량을 넣는 것이 기술이므로 반도체 미세공정이 매우 중요하고 대량생산돼 전자기기 여기저기에 들어간다. 반면 CPU는 연산을 담당하므로 연산목적에 따라 각양각색의 구조와 설계가 필요하고, 각 전자기기에 최적화되어 다품종으로 소량 생산된다.

크게 메모리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을 같이 하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생산’이 이원화되어 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회사는 대여섯 개 남짓 남아있는 반면, 시스템반도체 회사(설계 회사)는 세계적으로 1만 개가 넘는다. 이런 회사들이 라인 하나당 수조 원씩이나 하는 생산시설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생산은 전문업체(파운드리)에 아웃소싱을 하게 된다.

산업구조를 좀 더 세분화해서 보면 ▲설계(팹리스) ▲IP공급 ▲디자인하우스(칩리스) ▲파운드리 ▲테스트 ▲패키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런 구조가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므로 각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생태계 한눈에 보기. 출처=삼성전자
반도체 생태계 한눈에 보기. 출처=삼성전자

팹리스, IP공급사, 다지인하우스 등등은 뭘까

'팹리스(Fabless)'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설계를 제외한 웨이퍼 생산, 패키징, 테스트 등은 모두 외주로 진행하고, 외주를 통해 생산된 칩의 소유권이나 영업권은 팹리스 회사가 가져 팹리스의 브랜드로 판매한다.

'IP공급사'는 팹리스와 유사하게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데, 수익 모델이 조금 다르다. IP공급사는 ‘셀 라이브러리’라고 하는 특정 ‘설계 블록’을 팹리스나 파운드리 등에 제공하고 IP사용료(라이선스료, 로열티)를 받는다. 자체 브랜드 제품은 생산하지 않는다.

'디자인하우스 또는 칩리스(Chipless)'란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파운드리 생산 공정에 맞게 설계를 가다듬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팹리스 업체의 설계도면을 파운드리 공장에서 실제로 제조할 수 있는 제조용 설계도면으로 재 디자인하는 것이다.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의 생산공정을 잘 알아야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설계’ 전문 기업이 팹리스라면, ‘생산' 전문 기업은 파운드리다. 반도체 생산설비를 갖추고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회사이다. 수조원대 시설 투자와 고도의 생산기술을 갖추고, 주 고객인 시스템 반도체 설계 회사(팹리스)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 파운드리가 자체적으로 IP를 설계하기도 하고 여러 IP회사들과 제휴를 맺어 고객들이 필요로 할 경우 좋은 IP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수적인 것이다.

파운드리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를 패키징 및 테스트하는 것을 반도체 후공정이라고 한다. 후공정을 하는 기업을 OSAT(Outsourced Semicomductor Assembly And Test)라고 한다. 파운드리에서 만들어진 웨이퍼(와플처럼 생긴 둥근 판)에는 수백 개의 칩이 있는데, 이 칩을 낱개로 하나하나 떼어 포장하는 작업을 '패키징'이라 하고, '테스트'는 각각의 칩이 잘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고가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는 엄격한 신뢰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테스트 전문 기업에 검사 업무를 위탁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두 반도체 시장의 특징 비교해보니 ‘반도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는 전혀 다른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메모리 반도체는 설계 회사가 메모리칩 완제품을 찍어내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상당히 복잡한 생태계를 갖는다. 이 때문에 독점이나 과점을 이루기 어렵고,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파급효과가 메모리 반도체 보다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1000배 쯤 파급력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후방으로 파급효과가 큰 것이다. 이러한 파급효과로 인해 수많은 고용창출이 가능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삼성전자 등 특정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등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국가산업으로 키워야 할 이유가 자명하다. 사진= 연합뉴스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삼성전자 등 특정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등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국가산업으로 키워야 할 이유가 자명하다. 사진= 연합뉴스

반도체산업 어디로 갈까...미래에도 하드웨어?

시장 규모에서도 차이가 큰데, 현재 기준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5G, SoC(System on Chip),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oC(System on Chip)은 전체 시스템을 칩 하나에 담은 기술집약적 반도체를 말한다. 연산 소자(CPU), 메모리 소자(DRAM, FLASH 등), 디지털신호처리 소자(DSP) 등 주요 반도체 소자를 하나의 칩에 구현해 칩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하면 칩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 제품 소형화가 가능하고, 제조비용이 감소하는 등 장점들이 있다.

미래 기술중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를 더 깊이 살펴보자.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재료로 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다면 데이터라는 재료를 가공하고 학습하는 것은 누가 하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좋은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다 가능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좋은 오픈소스를 조금 수정해 인공지능 엔진을 만들고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라는 스킨을 입히는 정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부도 그런 생각인 듯 싶은데, 인공지능을 깊이 고민해보지 않으면 여기서 생각이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바탕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본이 되는 알고리즘, 컴퓨터 기초이론(수학)이다. 후자는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므로 이번에는 하드웨어에만 집중해보고자 한다.

컴퓨터 산업을 밑바닥부터 나열해보면 하드웨어 기술인 시스템반도체(설계) 기술, 미세공정 기술, 파운드리 기술이 있고 그 위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OS 기술, 그 위에 디바이스 드라이버 기술과 미들웨어 기술이 있고, 그 위에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가 동작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재료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보통 IoT장비가 하는데, 이 IoT장비에도 장비를 제어하는 반도체(시스템 반도체)가 들어간다. 즉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공지능에 맞는 하드웨어와 미들웨어(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가 있어야 그 위에서 소프트웨어가 빠르고 정확한 계산과 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했으면 이를 연산해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최적의 시스템 반도체가 다르다), 대량의 데이터를 병렬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가 꼭 필요하다.

당장 뜨는 시장은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

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미래의 시장이고 인공지능 하드웨어는 현재의 시장이다. 현재는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우선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이고, 미래에는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시장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고 그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왔다. 한국에는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가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계속해왔지만 애플이나 퀄컴 같은 글로벌 고객에 집중해 국내 팹리스의 제품을 생산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팹리스와 디자인 하우스는 발전을 할 수 없었다.

한국에는 IP공급사도 없다. 팹리스가 모든 설계를 할 수 없으므로 ‘설계 블록’을 사와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다. 설계와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니 테스트, 패키징도 덩달아 발전이 더뎠다.   

반면 대만은 국가적으로 TSMC라는 파운드리를 키웠다. 새로운 시스템 반도체 하나 개발하는데 최소 200억원이 드는데, 설계, 테스트, 시제품, 디버그, 재설계, 테스트, 시제품 순서로 5 사이클 정도를 거치면 양산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대만은 국가가 리스크와 비용을 떠안으면서 TSMC를 키웠다.

나아가 TSMC는 오래 전부터 디자인 하우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VCA(Value Chain Aggregator)라는 디자인 하우스를 전세계에 만들어 함께 IP를 개발해왔다. 디자인 하우스는 TSMC의 도움으로 성장했고, 규모와 자금력, 영업력을 키워 다시 TSMC의 매출 신장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었다. 이 구조 속에서 대만에 수많은 팹리스 기업이 생겨났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 TSMC(점유율 54%), 삼성전자(점유율 17%), 미국 글로벌파운드리(7%), 대만 UMC(7%), 중국 SMIC(5%)가 있는데,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 과점체제다.

글로벌 파운드리 톱 10 순위.
글로벌 파운드리 톱 10 순위.

글로벌 톱 10중 4개가 대만 업체인데, 대만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미국과 일본을 압도할 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선순환 생태계의 힘이다. ​삼성전자의 공정 기술력은 TSMC와 큰 차이가 없으나, 점유율에서 뒤쳐지는 이유 또한 이러한 생태계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한국도 대만처럼 할 수 있다.

한국과 삼성전자에게 남은 과제들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첨단 산업이 늘 그렇듯,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대만, 일본과의 싸움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대만이 했던 방식을 서서히 따라가고 있다. 2030년에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

한국에 거의 없다시피한 디자인하우스 생태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경쟁사라는 점 때문에 모바일 AP 시장에서 애플을 고객으로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 팹리스 사업까지 겸하고 있으니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삼성전자가 앞으로 극복해야할 큰 과제가 될 것이다.

※ 모바일 AP(Mobile Application Processor)는 일반적으로 PC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 등 기타 장비의 연결을 제어하는 칩셋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모바일AP는 CPU 기능과 다른 장치를 제어하는 칩셋의 기능을 모두 포함한다. SoC의 한 종류이다.

과거처럼 시스템 반도체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가가 나서서 삼성전자를 밀어주거나 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가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스템 반도체 산업(특히 파운드리) 또한 장치산업으로 공장과 고가의 장비가 필수적이고, 고급 인력의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대량생산 체제인 메모리 산업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더욱 많은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한국이 대만과 같은 시스템 반도체 강국이 되고 싶다면, 고급인력의 육성과 공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고급 일자리와도 직결된다. 또한 새로운 공장 건설과 최신 장비 개발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아가 중소 디자인하우스, 팹리스에 기업이 자생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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