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측, 배후로 이스라엘 지목..보복 다짐
이란 보복 나설경우 바이든 당선자 이란핵합의 복원 어려워질수도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이란의 핵 개발을 주도해온 핵 과학자가 이란 수도인 테헤란 외곽에서 암살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중동 외교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란 핵 합의를 복원하려는 바이든 당선자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배후로 이스라엘 주목
주요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이란 핵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는 지난 27일 테헤란 부근의 소도시인 압사르드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파크리자데는 지난 1999년부터 이란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아마드 프로젝트는 서구의 반발로 인해 2003년 공식적으로 폐기됐지만, 서구 정보기관들은 그가 꾸준히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파크리자데가 암살된 이후 이란 측은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8일 "다시 한번 시오니스트정권(이스라엘)의 사악한 손에 이 나라 아들의 피가 묻었다"고 비난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전쟁 도발을 뜻한다"고 언급했다.
모하메드 바게리 참모총장은 "엄중한 복수"를 다짐했다.
이스라엘은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엘리 코헨 이스라엘 정보부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핵 과학자를 제거한 것이 중동과 전세계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현재 대부분의 해외 언론은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바이든 당선자의 정책과도 적지 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 핵합의를 복원시키겠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親)이스라엘·반(反)이란 정책을 펴왔지만, 바이든 당선자가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고 이란에 가해진 각종 제재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하자, 이스라엘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전에 서둘러 공격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바이든 당선자는 이란 핵과 관련한 중동 정책을 다시 원점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란이 보복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란 내 강경파들의 반발로 인해 혼란스러운 정국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보복에 나서든, 나서지 않든 혼란스러운 정국은 불가피한 것이다.
미 언론 "바이든 당선자 중동 정책 궁지에 몰렸다"
이같은 점에서 파크리자데의 암살 사건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바이든 당선자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당선자의 외교적 선택지가 제한됐다며,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려는 바이든 당선자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이자 비영리 싱크탱크인 민주주의방위재단(FDD)의 선임 연구원인 루엘 마크 게레흐트는 WSJ 기고를 통해 "이란의 저명한 핵과학자 암살 사건은 이스라엘이 바이든 행정부의 희망적인 핵 외교 정책에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만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표적인 핵 과학자를 암살했고, 이란이 이에 대해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대중들의 분노는 이란 정권을 위험한 상황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핵 외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CNN 역시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위험한 이 갈등에 정면으로 뛰어들기로 결정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혼란의 세계를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진정한 목적은 바이든 당선자가 이란과 외교를 재개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해법은 이란이 향후 몇 주안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만일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보복에 나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반격을 가할 구실을 줄 수 있다"며 "바이든 당선자는 취임과 동시에 더 큰 문제를 물려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란 지도자들이 미국의 핵 합의 복원 및 제재 완화에 기대를 걸고, 일종의 자제력을 보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란 강경파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도 내놨다.
NYT는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1월 가장 존경받는 장군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에 이어 가장 존경받는 핵 과학자를 모두 잃었다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만일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이란 핵합의 복원은 거의 불가능할 수 있고, 외교적 협상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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