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도전과 응전] ④추격 중인 AI반도체 기술..."AI반도체에도 박세리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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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도전과 응전] ④추격 중인 AI반도체 기술..."AI반도체에도 박세리 나와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29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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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세계 AI반도체 시장 135조원 규모 성장 예상
차세대지능형반도제사업단 중심에 서
"한국이 새로운 분야 개척도 충분히 가능"
퓨리오사AI 대표 "박세리 같은 존재 될 것"
가온칩스, 넥스트칩은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 중
SKT가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사진제공=SKT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한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도전자다.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중국의 도전에 응전하는 한편,시스템 반도체인 AI반도체 분야에선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는 중이다.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AI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이을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을 쫓아가야하는 한국

2030년이면 AI반도체 글로벌시장 규모는 1179억달러(135조4천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약 3769억달러(432조8천억원)규모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AI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이 국가주도로 AI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냉전시대 핵개발 경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국 정부도 AI 반도체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2026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0%, 고급인재 4450명 양성을 목표로 한다. 2029년까지 10년간 총 사업비 1조96억원을 투입해 AI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103개 기업과 32개 대학, 12개 연구소가 참여한다. 

지능형 반도체 사업은 KF-X사업과 같아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이 사업을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사업에 비유한다.

경기도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이 사업단 비전과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피니언뉴스 ​
경기도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이 사업단 비전과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피니언뉴스 ​

“우리가 개발한 전투기가 보잉이나 록히드마틴의 최신형 전투기 성능을 뛰어넘긴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언제까지 미국 회사에 종속돼 있을 순 없습니다. F-22는 못만들어도 공격기나 훈련기는 만들어서 수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적으로 엔비디아, 퀄컴, AMD와의 격차는 큽니다.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업체도 한국보다 수십배는 많습니다. 그런데 산업의 발전 방향은 AI가 분명한 상황입니다. 우리도 이 분야에 진출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장인 AI 반도체 시장 특성상 한국에서도 새로운 AI반도체 강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AI반도체는 특성상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범용성 반도체가 아니다. 기업들은 저마다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는 AI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다품종 소량 생산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검색, 음성인식, 이미지 식별 등 자사의 서비스에 필요한 AI기능을 뒷받침할 반도체를 만들고, 테슬라는 전기차 자율주행과 관련된 AI 기능을 지원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식이다. 

산업 환경의 수요에 따라 시장성은 무궁무진하고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의 개척도 가능한 셈이다. 이를 위해 사업단에서도 기술 수요기업과 개발 기업을 연결하고 관련 과제를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한국이 새 시장 개척할 수 있어"

김 단장은 “어느 순간 더 창의적인 기술이 나오면 우리가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낸다. 

특히 시장성이 큰 서버용 AI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가 기대된다. SK텔레콤은 2017년부터 자체 개발한 데이터 센터용 AI반도체 ‘사피온(SAPEON X220)’을 지난 25일 공개한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피온의 후속 모델이 차세대지능형 반도체사업단이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인 서버용 AI 반도체 개발 과제를 통해 연계기관과 개발을 진행 중이며 2022년부터 출시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SKT가 개발한 데이터 서버용 AI 반도체 사피온X220. 자료제공=SKT
SKT가 개발한 데이터 서버용 AI 반도체 사피온X220. 자료제공=SKT

SK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지능형반도체사업단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데이터 센터용 AI 반도체 개발’의 주관기관을 맡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8년간 708억원이 투입되는 이 과제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업체인 퓨리오사 AI, 서울대, 전자부품연구원(KET)등이 참여해 데이터 센터 서버에서 쓰일 AI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한다. GPU 대비 전력 소모는 낮은데 연산능력은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IT 기업의 검색추천, 음성인식, 이미지 분류, 번역 등 각종 AI를 기반으로한 서비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AI연산을 담당해줄 사피온의 후속 제품이 출시된다면 데이터 서버의 정보 처리 속도가 월등히 빨라져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력효율은 높아져 데이터센터 운영비용도 줄어든다. 데이터 센터 운영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성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AI 연산은 대부분 GPU가 담당한다. 인텔은 CPU를, 엔비디아는 GPU를 통해 데이터 센터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서버용 AI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이 GPU나 GPU 기술력 없이도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칩은 고성능을 요구하고 글로벌 IT 기업들인 고객사의 수요 규모도 커 모바일이나 PC용 반도체 보다 마진률(이윤)이 높은 분야로 알려졌다. 

사업단은 올해 82개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김 단장은 “내년엔 스타 프로젝트를 더 발굴할 계획”이라며 “가능성 있는 과제들에 대해선 성과를 더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퓨리오사AI...“박세리 같은 존재가 될 것”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기술력을 제공할 유망기업이 필요하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인 AI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인 만큼 풍부한 팹리스 생태계를 구성해야 한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에도 치열하게 연구를 진행하며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인 팹리스 업체들이 있다. 

퓨리오사AI는 AI반도체를 전문으로 설계하는 스타트업 팹리스다. 삼성전자와 AMD에서 반도체 설계를 했던 백준호 대표가 동료 두명과 함께 2017년 설립한 회사다. 현재 인원은 20여명 규모. 자체개발한 AI반도체가 지난해 AI칩 성능 테스트인 엠엘펄프(MLPerf)에서 아시아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기준치를 충족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SK텔레콤과 데이터 센터용 AI반도체 개발 과제에 참여 중인 퓨리오사AI는 향후 이 칩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운영사를 상대로 시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데이터센터란 최소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고 2만2500㎡ 이상의 규모를 갖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의미한다. 현재 한국에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센터는 한 곳도 없으며 대다수 국내 기업이 서버 200~800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오사 AI가 개발 중인 칩은 AI의 추론을 담당한다. 현재 AI 기능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 알고리즘이 특정 상황에서 인지와 분석을 통해 추론(Inference)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사업단의 데이터 서버용 AI 반도체 과제에서 SK텔레콤은 학습용 반도체를 담당하고, 퓨리오사AI는 추론용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내년 중순 쯤에는 데이터 서버용 AI반도체 개발이 완성될 것”이라며 “이 분야에서 경쟁사인 미국 엔비디아의 GPU나 영국 그래프코어의 IPU와 비교해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IPU(colossus Intelligence Processing Unit)는 그래프코어사가 만든 AI 반도체다. AI연산에 있어 엔비디아 GPU대비 16배 빠른 연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백 대표는 퓨리오사AI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서 박세리 같은 존재가 되길 꿈꾼다. 백 대표는 “저희 같은 민간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시스템 반도체를 내놓으면 이 분야에서 다른 스타트업들도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며 “박세리 이후 박세리 키즈들이 줄줄이 등장했듯 시스템반도체에서 없었던 성공사례가 등장하면 분명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개발 중인 가온칩스, 넥스트칩

사업단 과제중 차량용 AP 개발과 보안기술이 강화된 스마트 차량용 시스템반도체에 참여 중인 가온칩스도 자율주행관련 기술을 축적하며 자동차 반도체 분야 선두주자인 네덜란드의 NXP나 미국의 퀄컴을 추격하고 있다.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는 신뢰성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량의 고장은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보니 반도체 개발이 끝나고 안전성 인증에만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 중인 가온칩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협업해 반도체 신뢰성을 높였다.

가온칩스는 단순 설계뿐만 아니라 차량에 필요한 반도체의 기획, 설계, 디자인, 생산, 테스트, 최종 공급까지 담당한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에서는 현대모비스 등과 협력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가온칩스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사진=가온칩스 홈페이지
가온칩스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사진=가온칩스 홈페이지

가온칩스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인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한 번 적용되면 라이프사이클이 7~10년 정도로 길다”며 “여러 차량에 동시에 탑재될 수 있어, 해당 차량이 인기를 끌면 매출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트칩은 영상 관련 기술을 20년 이상 축적해온 차랑용 반도체 회사다. 1997년 설립된 넥스트칩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들어가는 영상신호처리장치(ISP)를 설계하는 회사였다. ISP 반도체는 카메라가 받아들인 영상정보를 선명하게 가공해 안정적인 화질을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자율주행차량이 등장하면서 ISP는 자율주행차의 운전자보조시스템에 필수적인 반도체가 됐다. 

넥스트칩은 ISP관련 기술에 특화된 반도체 기업이다. 사진=넥스트칩 홈페이지 캡처
넥스트칩은 ISP관련 기술에 특화된 반도체 기업이다. 사진=넥스트칩 홈페이지 캡처

넥스트칩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단에서 자율주행차량 자동주차를 돕는 반도체, 자율주행차량용 신경망처리장치(NPU), 자율주행차량용 중앙처리장치(AP)의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자율주행 차량이 터널 등 저조도 환경에 진입하면 영상으로 장애물을 구분할 수 없다”며 “넥스트칩은 영상을 튜닝해 선명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바탕으로 AI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넥스트칩은 이 기술을 활용해 현재 엔비디아 사의 GPU와 경쟁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량 추론용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초기를 생각해보라

세계적 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 팹리스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재확보'다. 

김 단장은 사업단 과제에 참여중인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인력부족'을 호소한다고 말한다. 팹리스에는 반도체 회로설계를 전공한 인재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한 대학졸업자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취업하는 상황. 세계적 대기업과 비교해 국내 스타트업을 선택할 인재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김 단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취업이나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들에게 네이버나 넷마블 같은 국내 IT 기업의 초기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권유한다.

"네이버도 초기에 누가 가려고 했습니까, 그런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초기에 입사해서 낮은 연봉에도 주식 등을 나눠 받은 사원들은 이후에 기업공개가 되면서 큰 보상을 받았습니다. AI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성장할 분야인데 지금 사람이 없습니다."

사업단은 10년간 반도체 석박사급 전문인력 445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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