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대법원 "코로나보단 종교"...트럼프 뜻대로 보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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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대법원 "코로나보단 종교"...트럼프 뜻대로 보수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27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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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 코로나19보다 종교활동 자유가 우선 판결
트럼프가 지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영향력 커져
미 언론 "연방대법원의 변화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미 연방대법원이 보수 성향으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미 연방대법원이 보수 성향으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영향력이 드러났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코로나19 방역보다 종교활동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 낸 보수 우위의 구도가 여실히 드러난 첫 사례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 "코로나보다는 종교가 우선"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행사 참석자 수를 제한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행정 명령이 부당하다며 가톨릭과 정통파 유대교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감염병 사태에서도 헌법이 뒤로 밀리거나 잊혀져서는 안된다"며 "예배 참석 규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임명을 강행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자신을 제외한 8명의 대법관 의견이 똑같이 나뉜 상황에서 종교의 자유에 힘을 싣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배럿 대법관은 지난 9월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측의 거센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다. 

올해 초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의 코로나19로 인한 종교활동 제한 관련 소송에서 당시 긴즈버그 대법관은 코로나19 방역이 더 중요하다고 판결, 4대 5로 소송이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이후 보수 성향의 배럿 대법관이 지명되면서 5대 4이던 보수 대 진보 대법관의 구성 비율은 6대 3으로 보수 절대 우위 구도로 변화했고, 이날 있었던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미 언론 "연방대법원 변화 시작...로버츠 대법원장 영향력 약화"

미 언론들은 배럿 대법관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연방대법원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배럿 대법관 지명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송에 있어서 매우 보수적인 효과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배럿 대법관이 긴즈버그 대법관의 자리를 메운 후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제한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2005년 공화당 소속 조지 W. 행정부 시절 임명된 보수성향의 법관으로, 사안에 따라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왔다.

배럿 대법관이 임명되기 이전에는 보수 4, 진보 4로 균형잡힌 구도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이 사안에 따라 때로는 보수 성향, 때로는 진보 성향과 입장을 같이 하며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 

이날 판결에서도 로버츠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 법관들과 의견을 같이 했으나, 절대 보수로 구도가 기울어진 탓에 로버츠 대법원장이 소수 의견을 내게 된 것이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치명적인 코로나19 전염병 상황에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공공의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로버츠 대법원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균형있게 나뉘어진 구도에서 자신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NYT는 "긴즈버그 대법관 자리에 배럿 대법관이 앉으면서 이제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받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판결 직후 종교 단체측은 "대법원이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결정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반면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 "이번에 문제가 된 지역은 이미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판결의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경계수위가 내려가면서 인원 제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 역시 실질적인 효력을 내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법원이 자신의 철학과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기회에 불과하다"며 판결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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