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한 칼럼] 어쩌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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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한 칼럼] 어쩌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게 되었나?
  • 김장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교수
  • 승인 2020.11.27 14: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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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세계에서 마스크쓰기' 현실이 된 사회
마스크 쓰기는 고령층, 고위험군을 향한 '이타적 행위'
"마스크 쓰느라 고생...타인을 위한 배려"라는 지혜 배우는 기간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

[김장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교수] 지브리 스튜디오 설립의 계기가 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배경은 고도의 과학 문명하에서 발발한 전쟁이 끝난 뒤 천년이 지난 세계이다. 첫 장면은 부해의 숲에서 내뿜는 유독한 포자로 인하여 마스크를 쓴 채 살아가는 세상에서 거대 곤충 오무를 피해 달아나는 검객 유파를 도와주는 나우시카 공주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바람 계곡의 대기를 덮은 흐릿한 색감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언젠가 우리 후손도 저렇게 오염된 공기로 인하여 일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공기 정화기를 부착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올해가 마스크 일상의 원년이 될 것으로는 상상조차 못하였다. 

코로나와 마스크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정체 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 전세계 유행병이 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우리는 마스크를 쓰면서 생활하게 됐다. 간단한 것 같지만, 우리가 이러한 행동을 취한 배경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방역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이다.

사람과 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 현상들이 의학의 맥락에서 정의되면서, 의료 대상으로 재설정하는 과정을 '의료화(medicalization)'이라고 한다. 의료화에 대한 사회학자의 논의는 이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다. 예컨대 피터 콘래드가 쓴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라는 책에서는 기존에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던 인간의 현상들이 질병으로 정의되고 의료의 대상이 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탈모, 비만, 노화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세상사에서 의학이 관할하는 영역이 늘어나게 된 것을 주제로 하여 과다한 의료화에 대한 경계를 하는 내용이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가 나와서 위기감이 걷어지게 되면 마스크도 점점 벗고 옛날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가 나와서 위기감이 걷어지게 되면 마스크도 점점 벗고 옛날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와 마스크는 이러한 의료화의 과정을 거쳐서 우리 생활에 들어 온 것이다. 개인의 자유 침해에 대한 비판의 여지가 있을 지라도, 상당 기간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COVID-19에 대한 백신이 나오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면, 이를 기초로 하여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마스크 착용이 우리처럼 확실하지 못하였고, 진단이 부족하여 환자 격리가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초기부터 감염이 확대되어 미국과 유럽은 이번 겨울 재확산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보면, 우리가 이번에 택한 전략은 성공적이며, 이번 마스크 착용은 바람직한 의료화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것이 어떠한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작년 겨울 중국 우한시에서 환자들이 발생한 때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자와 사망자의 통계를 자세하게 발표하고 있다.

물론 통계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2.4%이고, 우리나라는 1.7%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령별로 80세 이상이 50%, 70세 이상 32%, 60세 이상 12%, 50세 이상 5%, 40세 이상 0.8%, 30세 이상 0.4%이고 20세 이하로는 사망자가 없다. 60세 이상이 94%이고, 고위험군으로는 심혈관계 질환 및 당뇨 등이 알려져 있다.

이 통계를 놓고 보면, 젊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은 60세 이상의 연령층과 고위험군을 위한 이타적 행위가 된다. 물론 본인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전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 백신, 어떻게 접종할 것인가?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에 뛰어 들었다. WHO의 11월 발표에 의하면 48개 후보 백신이 현재 임상 시험을 하고 있는데, 8개 백신이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이들 백신에는 항원 유도체로 mRNA, 비활성화된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하거나 바이러스 단백질를 정제하여 투여하고 있다. 일부 백신은 큰 부작용 없이 95%의 유효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치료제로는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존, 파비라비르 등이 응급 사용을 허가 받은 상황이지만 아직은 유효성이 떨어지고, 항체 치료제를 포함한 다수의 약물이 임상 2, 3상에 들어간 상태이다.

미국에서는 12월 중에 백신 사용이 시작될 것이고, 내년 5월경에는 코로나 집단 면역이 달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당국자의 발언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가까운 시기에 백신을 접종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실시하면 우선 고령층, 고위험군부터 우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강제 접종해야하는지가 또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실시하면 우선 고령층, 고위험군부터 우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강제 접종해야하는지가 또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이에 대한 기준도 예측할 수있다. 우선은 앞서 언급한 고연령, 고위험군에 대한 우선 접종이 이뤄질 것이고, 다음은 고위험군을 밀접하게 접촉하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접종이다. 그 다음은 30세 이하의 젊은 연령군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활동이 재개될 것이고, 적당한 시기에 집단 면역이 형성될 것이다.

강제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젊은 사람들이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에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개인의 신체의 자유와 강제 접종은 오래된 의학의 논쟁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감염병에 성립된 원칙은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환자나 보균자는 위험성이 사라질 때까지 격리 조치를 하여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환자가 치료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강제 치료를 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에 채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염병 환자는 격리와 치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한편 결핵과 같은 난치병 환자가 치료 거부를 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 경우는 자연 치유를 기대할 수가 없어서 격리 기간이 무한정 길어져야 한다. 이것은 사실상 해결하기 어려운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접종을 강제하는 상황 등의 사회적 압력이 형성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체에 대한 개인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강제 접종은 채택될 수 없다.

의료화는 과학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학화와는 다른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거부하는 자들에 대한 설득이 우선되어야 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칭찬하여야 한다. 그동안 마스크를 쓰느라고 고생했고, 그것은 타인을 위한 배려였으며 그러한 배려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상대방을 인내하고 배려하는 것,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코로나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이것이 아닐까.

● 김장한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서울아산병원 교수(박사)는 서울 의대와 법대 및 동 의대, 법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법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부 전공은 법의학과 사회의학이다. 대한법의학회 부회장, 대한의료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의학과 관련한 역사, 예술, 윤리, 법, 제도, 정책 주변 이야기를 두루 다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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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큰손 2020-11-27 18:32:59
리처드도킨스는 저서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이타적행위를 하는 호모사피엔스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그 이유를 설파하고 있습니다. 50대 이상 시니어들은 지금부터라도 이타적 행위를 하는 주니어들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야 그들이 마스크를 쓰고 백신접종을 적극적으로 받지 않을까요? 공익광고도 대대적으로 해야겠네요.ㅎㅎ

이기자 2020-11-27 16:36:53
교수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어 다행인데 강제 치료 문제까지 불거지면 참 난감하겠습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격리밖에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