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숫자"...뉴욕 다우지수 사상 첫 3만 돌파,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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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숫자"...뉴욕 다우지수 사상 첫 3만 돌파, 어디까지 갈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25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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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도 사상 최고치 이어가
코로나 백신개발에 평화적 정권이양 무드,
옐런 전 연준 의장의 재무장관 내정설 등도 호재
일각에선 코로나 급격한 확산세 우려
전문가 "장기적으론 낙관, 단기적으론 힘들다"
미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선을 넘어섰다. 시장 내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급증하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사진은 뉴욕의 황소상. 사진=연합뉴스
미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선을 넘어섰다. 시장 내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급증하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사진은 뉴욕의 황소상.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신성한 숫자(sacred numbe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다우지수가 3만을 찍었는데, 역사상 가장 높은 것"이라며 "신성한 숫자"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 예고 없이 브리핑을 열고 '신성한 숫자'라고 강조한 다우지수 3만선. 전문가들 역시 놀라운 숫자라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3만 고지를 넘어선 다우 지수가 추가적으로 오를 수 있을지 여부다. 일부 회의론자들마저 상승 추세에 무게를 실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가 여전히 극심한 상황이고, 현재 개발중인 백신이 일반인
들에게 유포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현재 상승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상 처음으로 3만선 넘어선 다우지수

지난 24일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선을 돌파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454.97포인트(1.54%) 급등한 3만46.24를 기록했다. S&P(스탠더드앤푸어스)500 지수도 57.82포인트(1.62%) 오른 3635.41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나스닥 지수 역시 1.3% 오른 1만2036.79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을 상승세로 이끈 호재는 다양했다.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높은 임상 효능이 증명되면서 지루한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권 이양에 협력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평화적 정권 이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재무장관으로 내정됐다는 미 언론 보도 역시 시장 심리를 긍정적으로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호재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모두 같다고 말한다. '경기회복'이 바로 그것이다. 

백신개발 소식은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 인수인계에 속도를 내면 경기회복에 필수적인 경기부양책 협상도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옐런 전 의장 역시 연준과 재무부의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투자자들을 더욱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EPFR글로벌을 인용해 지난 11월 5~11일 기준 미국 주식펀드에 325억달러가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8년 초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며, EPFR글로벌이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두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찰스슈왑, 로빈후드, TD에머리트레이드 등 수수료가 없는 온라인 증권앱을 통해 수백만개의 새로운 계좌를 개설, 주식투자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개인투자자협회(AAII) 조사에 따르면, 11월 개인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3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이들의 거래 규모는 전년대비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주식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고, 이들이 시장을 더 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 기회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개인 투자자 이끌어"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대두하는 이유로 'FOMO(Fear of missing out)'를 꼽는다. FOMO란 놓치는 것 혹은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인데, 주식시장에서는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해석된다.

밸리포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데브 칸테사리아는 "지난 10년간 얻은 교훈은 시장의 약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2009년 3월 금융위기와 2011년, 2015~2016년, 2018년 등 시장이 공포를 겪을 때 지분을 늘린 투자자들이 상당한 성과를 거둬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학습 경험은 시장이 빠질 때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고, 막상 주가가 회복하기 시작하면, 기회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투자자들도 시장에 뛰어들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다우지수가 3만선을 돌파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FOMO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그동안 덜 오른 금융을 비롯한 업종에 베팅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시장 주도권이 넓어지고,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 호건 내셔널증권 수석 시장 전략가는 "다우지수가 3만선을 돌파한 것은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만 실린 것이 아니라 뉴욕타임즈(NYT)에도 똑같이 실렸다"며 "이는 월스트리트에서 메인스트리트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투자자들에게는 더 큰 빛을 비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저금리 기조는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에 더욱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WSJ은 "저금리 기조는 크고 작은 투자자들이 채권과 같은 덜 위험한 자산에 투자해서는 돈을 벌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그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은 계속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바스찬 페이지 티로웨프라이스 글로벌 자산 부문장은 "6%대의 기대수익률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많은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며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는 60%의 주식과 40%의 채권이라는 통설은 이제 '저금리'라는 도전을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증시 전망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S&P500 지수가 4300선대로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3600선대인 S&P500 지수가 내년 말까지 20% 가까이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다. 

JP모건체이스는 내년 초에는 4000선대, 내년 말에는 4500선대로 예상했다.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주식시장이 수년동안 가장 좋은 환경에 놓여있다"고 판단했다. 

"경기회복주와 함께 기술주가 상승세 이끌 듯"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다면 어떤 종목이 유리할까. 

최근 주식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존에 시장을 이끌던 기술주 대신 에너지 및 금융 등 경기회복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 개발 소식이 주요한 호재로 작용했던 만큼,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에너지와 금융 등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된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번 주 주식시장에서 기술주는 1.2%가 오른 반면 금융주는 5.2%, 산업주는 3.6%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이후 상승률을 보면 에너지 섹터는 37% 이상 올랐으며 금융은 19.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술주는 9.4%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회복 추세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와 산업, 금융 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주 역시 투자자들의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나단 골럽크레디트스위스 미국 주식 전략가는 "백신 개발 소식이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이면서 당분간 에너지와 산업, 소재 등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다"며 "기술주의 선호도는 여전해 2021년에는 기술주와 가치주가 같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선을 넘어섰다.
미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선을 넘어섰다.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현재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봉쇄조치에 준하는 규제들을 내놓고 있어 경기회복 추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행정부는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두고 이동금지령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2일 기준 1만40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 추세가 뚜렷한 지역이다. 

바버라 페러 LA카운티 보건과장은 "24일 카운티 책임자들이 다시 논의한 후 실제 행동에 들어가겠지만, 이동금지령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WSJ은 "많은 주가 캘리포니아처럼 봉쇄 조치를 내놓을 경우 경제 전망은 바뀔 수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실업률은 지난 10월 기준 9.3%로 50개주 중 5번째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규제가 경제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최근의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경기 전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어피니티 솔루션스와 오퍼튜니티 인사이트가 수집한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사용 통계에 따르면, 11월 1~8일 일주일간 사용 금액은 1월에 비해 4.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우스다코타와 미네소타, 위스콘신 등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카드 사용량은 평균보다도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가 소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솔리타 마르첼리 UBS 글로벌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하는 것이 2021년 시장 방향성에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낙관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많은 가정과 기업들이 힘든 환경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이 순식간에 급락한 후 지나치게 빠르게 회복하는 등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라이언 데트릭 LPL파이낸셜의 수석 전략가는 "S&P500이 1년 동안 30% 이상 하락한 후 그 해에 더 높은 수준으로 마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장은 지금 상당히 들떠있지만, 시장이 대중에게 보답을 하지 않는 우스운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수준에서 시장이 후퇴하는 것은 완전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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