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도전과 응전]③뇌 모방한 '뉴로모픽'...한국, 자신감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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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도전과 응전]③뇌 모방한 '뉴로모픽'...한국, 자신감 충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24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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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AI 반도체의 핵심 뉴로모픽 칩 개발 경쟁...구글, IBM, 인텔 등
아직 D램, CPU처럼 '범용 AI 반도체'는 없어
삼성전자, 뉴모로픽칩 개발 중...SK하이닉스, 스탠포드대와 공동연구
한국정부 'AI반도체' 개발에 10년간 1조원 투자...PIM 반도체에 집중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모로픽 반도체 개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인공지능(AI)에 최적화된 반도체가 국내기업에게 ‘제2의 D램’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산업계와 학계에선 AI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지 명확하게 합의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AI 기능에 최적화된 반도체 개발 역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그 중 현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의 개발이다. 현재 반도체의 정보처리 방식은 1945년 천재 수학자 폰 노이만이 고안했다. 사용자가 데이터를 입력하면 순차적으로 처리하기에 수치 계산이나 정밀한 프로그램 실행에는 적합하지만 인식, 추론과 판단 등을 반복해야 하는 AI 구동에 있어서는 효율이 떨어진다. 

이세돌과 대결에서 사용된 알파고에 TPU가 장착된 모습. 사진=구글 블로그
이세돌과 대결에서 사용된 알파고에 TPU가 장착된 모습. 사진=구글 블로그

CPU와 메모리 간에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해 전력 소모도도 높다. 단적인 예로 2016년 알파고가 중국계 프랑스인 바둑기사 판후이와 대결할 땐 AI 기능을 위해 CPU 1202개와 GPU 176개를 병렬 연산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1만개가 넘는 D램을 탑재한 기업용 서버 300대가 동원됐다. 이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170kW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인간 두뇌에 필요한 에너지 20W의 8500배에 달한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반도체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의 뇌에서 해답을 찾았다. 병렬로 작동하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 기억과 대규모 연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뉴로모픽 기술의 골자다. 인간의 뇌 신경구조를 현재의 반도체 소자 직접회로 기술에 적용한 것이다. 

현재 NPU(뉴럴 프로세싱 유닛, Neural Processing Unit)라 불리는 제품군은 대부분 이런 뉴로모픽 기술이 적용했다. NPU는 기존 CPU나 GPU보다 전력 소모는 적은 대신 AI연산 능력이 대폭 강화된다. 

구글의 만든 TPU. 사진=구글 클라우드
구글의 만든 TPU. 사진=구글 클라우드

구글이 2016년 만든 TPU(Tensor Processing Unit)역시 대표적인 NPU 중 하나다. 딥러닝에 필요한 연산인 벡터와 매트릭스의 곱을 병렬처리하는 데 특화된 주문제작형 반도체(ASIC)다. 초기 버전에서 176개의 GPU를 사용하던 알파고는 알파고 제로 버전에서는 단 4개의 TPU만 사용하고도 초기 버전의 알파고를 상대로 현격한 실력차를 보였다. 

TPU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D램처럼 고객사에 파는 제품이 아니다. 구글은 TPU를 자사 데이터센터 서버에 탑재해 활용 중이다. 번역, 포토, 어시스턴트 등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AI는 TPU기반으로 작동한다. 또한 관련 개발자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상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뉴로모픽 기반의 NPU 제품군은 각사의 필요에 따라 주문제작(ASIC)형 반도체로 만들어진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테슬라, 인텔 등도 각 사가 요구하는 AI 기능에 특화된 반도체를 제작,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한 학습과 연산을 활용하는 AI의 특성상 개별 기업이 요구하는 기능이 달라 아직은 D램이나 CPU처럼 범용 AI 반도체는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인텔이 만든 뉴모로픽칩 로이히. 사진=인텔
인텔이 만든 뉴로모픽칩 로이히. 사진=인텔

한발 앞서 2014년에 미국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뉴로모픽 반도체 트루노스(Truenorth)를 개발한 IBM도 반도체의 활용처와 응용기술을 찾기 못해 현재 연구를 중단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성은 충분하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andmarkets)에 따르면 2020년 23억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추정되는 뉴로모르픽 칩의 시장규모는 2027년 104억 달러(약 12조 2000억원)로 연평균 24.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후 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기업은 어디까지 왔나

한국 기업 역시 뉴로모픽과 AI반도체 기술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는 고객사와의 관계, 기술 노출 등의 이유로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다. 특히 최신 기술에 해당하는 뉴로모픽 칩의 경우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이 외부로 공개된다. 구글의 경우 TPU관련 특허조차 출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삼성도 기술유출을 우려해 정부 지원조차 받지 않고 자체 예산을 써 삼성종합기술원 산하 두뇌 컴퓨팅 연구실을 중심으로 뉴로모픽칩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선두 수준의 AI 연구기관인 캐나다 몬트리올대, 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 Neural Processing Research Center)등과 협력해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뉴로모픽칩 개발과 함께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으로 NPU 사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00명 수준이었던 자사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인력을 10년 내 2000명까지 늘려 독자 NPU 사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비전발표 당시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은 “딥러닝 알고리즘의 핵심인 NPU 사업 강화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며 “향후 차별화된 기술과 글로벌 기관들과의 협력, 핵심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한 차원 더 진화된 혁신적인 프로세서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공개한 엑시노스 1080. 사진=삼성전자 중국법인
삼성이 공개한 엑시노스 1080. 사진=삼성전자 중국법인

성과도 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중국 상하이에서 5나노(nm) EUV(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해 제작한 모바일 AP ‘엑시노스1080’을 공개했다. 현재 5나노 AP를 설계한 곳은 삼성과 애플 뿐이다. 삼성의 엑시노스 1080에는 고성능 NPU가 탑재됐다. 

SK하이닉스도 뉴로모픽칩 소재를 개발 중이다. 지난 2016년부터 미국 스탠포드 대학과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폰 노이만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연구 목표다. 궁긍적으로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의 기능을 결합해 인간의 뇌처럼 기억과 정보처리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 중에 있다.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우리 정부도 AI 반도체 육성에 나섰다. 지난달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AI 반도체 선도국가 도약으로 AI·종합반도체 강국 실현'을 비전으로 2030년까지 AI 반도체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20%, 혁신기업 20개, 고급인재 3000명 양성을 위한 2대 추진 전략과 6대 실행과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향후 10년간 약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

정부는 AI 반도체 육성을 위해 서버, 모바일, NPU, 미래 신소자, 미세공정·장비 개발을 목표로 내걸었다. 내년에는 완전자율주행(레벨4) 자동차에 탑재될 수 있는 고성능 NPU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PIM(Processing-In-Memory)으로 알려진 기술에 집중한다. 이 기술은 PC, 서버, 모바일 기기 등의 두뇌역할인 CPU를 메모리 반도체가 일부 대신하는 기술로 D램에 AI특화 연산 기능을 적용한 반도체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활용해 저장과 연산을 결합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황철성 서울대 교수는 "AMD가 자일링스를 인수하고,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한 것은 모두 향후 반도체의 AI 기능 향상을 위한 전략"이라며 "반도체 설계 역량이 부족한 한국이 이들을 따라가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잘하는 메모리를 활용해 PIM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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