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한진의 아시아나 인수,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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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한진의 아시아나 인수,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1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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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대한민국 국민에게 한진그룹은 참 복잡한 감정을 안겨주는 기업이다. 최근 몇 년간 경제지면보다 사회지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기업이기도 하고 항공 분야의 혁신보다 땅콩회항, 물컵 갑질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명분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체계적인 항공산업 발전이라고 한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이번 연말 한진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에서 모두 물러난다는 후속 기사가 뒤이어 등장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조현민 전무의 사임을 요청한 지 하루만이다. 산업은행은 두 항공사의 통합 후 창출된 경영성과에 따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물러날 수 있음을 밝혔다. 

특혜 논란으로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인수 

산업은행이 경영권 견제 장치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밝힌 이유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인수에 관한 특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투입한 국민 혈세가 경영권 분쟁 상황에 휘말린 조원태 회장의 우호적 지분으로 작용될 가능성을 언론은 수차례 보도했다.

참고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해 초부터 산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당초, SK그룹, CJ그룹, 한화그룹 등이 인수 기업으로 거론되었고 이중 모 기업은 항공 분야 임원을 영입하여 구체적인 인수 시나리오까지 마련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나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이슈로 아시아나항공은 수차례 회항 끝에 결국 대한항공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목적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대형 항공사로의 전환을 통한 체계적인 항공산업 선진화에 있다.

그러나 적어도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인수를 통해 경영권 방어 가능과 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국적항공사를 단번에 보유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번 인수합병(M&A)에 대해 일반 국민의 여론은 그 어느 때와 달리 싸늘한 반응 일색이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한진의 손에 넘긴 건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일단 경영권 분쟁, 갑질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한 기업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넘긴다고 해서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다만, 항공업계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선뜻 그 어떤 기업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터라 산업은행의 고민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노조에서는 고용 불안과 밀실 협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현재 인수에 거부감을 드러낸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진그룹에게 절대 특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과 노조의 부정적인 입장이 한진그룹의 총수 일가를 향하는 만큼 산업은행이 아닌 조원태 회장의 지혜로운 해결이 요구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국민이 준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에 필요한 8000억원의 자금을 한진칼에 투입하기로 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 혈세가 대한항공 총수 일가와 아시아나의 대주주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거래”라며 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항공업계에서 거대 독점기업의 탄생이 반드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인지도 의문이다. 

산업은행은 항공업계의 흐름상 체계적인 산업 발전과 경쟁력 보강을 위해 글로벌 대형 항공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항공사에 근무하는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을 증폭시키면서, 그리고 국민 세금이 투입되면서까지 경영자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한진그룹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회를 준 건 성급한 의사결정이 아닐 수 없다. 

조원태 회장은 책임있는 경영을 통해 고용 불안 이슈를 해소하고 노선 확대 등 확장성을 감안해 장기적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많은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거절하면서 결국 정부 입장에서 최후의 카드로 대한항공에게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맡긴 만큼 조원태 회장은 선대회장보다 더 확고한 기업가정신 및 혁신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두 항공사가 통합하면 세계 10위권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번 인수는 특히 국민들의 세금까지 동원됐다. 만약 규모를 키운 초대형 항공사가 부실 경영에 빠지면 그 피해는 사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국가경제까지 그 손실 범위가 확대된다. 통합 이후 조직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관해 명확한 방향성과 구체적인 대책을 한진그룹은 수립해야 한다. 

기업은 어떤 경영자가 이끄느냐에 따라 초일류 기업이 되기도 하고 단숨에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두 기업의 노조 및 국민들은 총수 일가의 경영자적 역량에 대해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국내 경영자 중에서 가장 무거운 시대적 과제를 이제 떠맡게 됐다. 이번 기회는 국민이 한진그룹에게 준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을 토대로 공멸이 아닌 공생을 실현하기 바란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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