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산책] 미술품 컬렉터, 의외로 평범한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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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산책] 미술품 컬렉터, 의외로 평범한 이들이 많다
  •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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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컬렉션은 목적 분명해야
돈보다 안목이 중요
초보 컬렉터라면 100만원대 작품수집 바람직
심정택 미술 칼럼니스트.
심정택 미술 칼럼니스트.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필자가 쓰는 글은 내부자 시선(from the native's point of view)에 근거를 두고 있다.

관람객이나 컬렉터(collector)가 아닌 화랑 사업으로 미술계를 경험했다. 작가 선정 및 섭외, 전시 및 판매의 전 과정을 수십차례 반복했다. 작품을 파는 입장이었기에 작품 사는 입장은 객관적이지 않을수 있으나 미술 사업을 하면 자연스레 컬렉터의 입장에 서게도 된다. 

작가와 전시 계약을 하면서 계약금을 줬던 경우가 몇 번 있다.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계약금을 돌려달라 할 수 없었다. 계약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작품으로 대신 받았다. 갤러리스트(화랑주)의 컬렉션은 작가 섭외 과정에서, 타 갤러리에서 작품을 사기도 한다. 상당히 많은 작품을 모았으나 결과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없다. 10여년전 작품 평가나 시장 전체 흐름을 보는 눈도 많이 부족했다. 

미술품 컬렉션은 목적이 분명해야한다. 대부분 처음에는 소박하다. 우선 집안 구조를 고려한다. 아파트인 경우에는 많은 작품을 걸 수 없다. 크기에도 제한을 받는다. 장르 또한 아이들의 성장 시기에 따라 상상력을 키울수 있는 화사한 작품으로 또는 부부 침실 분위기에 맞는 작품으로 시작한다.

최우. Exodus. mixed media on paper. 2016.
최우 作. Exodus. mixed media on paper. 2016.

10여점 이상 작품이 쌓이면 고민을 한다. 컬렉션을 계속할건지, 기존 컬렉션을 교체할건지 등. 방향은 컬렉터의 취향 장르,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본격적으로 컬렉션하기로 한 때부터는 공부를 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상업 갤러리 전시를 찾아 작품을 보는 안목을 높이고, 관심가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미술에 정통한 이들에게 자문도 받고, 작가와의 대화 등에도 참여하는 등 발품을 팔아 체득해야 한다. 미술사(美術史)는 작가, 평론가, 갤러리스트가 쓰는 게 아니다. 최종 작품을 소유한 컬렉터가 쓴다는 말이 있다.  

작가 스스로가 컬렉터가 되기도 한다. 원로 작가급이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연대기별로 체계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회고전을 열기도 버거운 경우가 있다. 피카소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이는 피카소 자신이었다. 피카소는 젊은 시절부터 성공한 작가였기에 자신이 과거에 그렸던 작품은 갖고있으면 있을수록 가격이 올랐다. 

김정권 作. Being. 194*97. charcoal on canvas. 2020 .
김정권 作. Being. 194*97. charcoal on canvas. 2020 .

말 그대로 ‘미술사를 쓴’ 서구의 슈퍼 컬렉터들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이들 상당수도 보통의 컬렉터들처럼 미술품이 좋아서 한두 점 사 모으다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특정 주제에 몰입한 경우이다.

이들이 슈퍼 컬렉터가 된 데는 탁월한 안목과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이 있어 가능했다. 이들은 컬렉터들의 일반적인 성향인 작품 소유 독점성, 즉 자기 만족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컬렉션을 타인과 공유하려는 공통점도 가진다. 자신의 미술관을 세우든가 유명 미술관에 기증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만이 독점적으로 누렸던 문화적 향수를 대중들과 나누어 갖는다.

김영미 作. 철학자. oil on canvas. 37*55. 2020.
김영미 作. 철학자. oil on canvas. 37*55. 2020.

현대 컬렉터의 전설은 레오(1872~1947)와 거트루드 스타인(1874~1936) 두 미국인 남매에서 시작된다. 20세기 초 파리는 1차 대전 이전 세계의 중심지이며 평화 시기를 누린 벨에포크(belle epoque, '아름다웠던 시절')의 중심 도시이다. 이들은 파리에 거주하면서 피카소, 마티스, 르누아르는 물론 당대 아방가르드 계열의 신인 작가들과 파티 등 교류 과정을 통해 작품들을 수집했다.

부자와 컬렉터는 구분된다. 돈이 많다고 해서 컬렉터가 되는건 아니다. 현대 미술 컬렉터 중에는 의외로 평범한 지위나 경제적 조건에서 출발한 이들이 있다. 

컬렉터의 자질중 요구되는 것 중의 하나가 과단성이다. 작가가 유명하지 않고 작품 가격이 쌀 때 전시장 ‘여기에서 저기까지’ 전체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대범성도 요구된다. 이는 작가가 평생 작업을 계속할지의 여부 판단, 작품 세계의 지향점 등을 예측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주식 모의 투자할 때, 일정 금액을 가지고 실투자를 할 때 많은 것을 배운다. 마찬가지로 미술품 구매 역시 100~200만원 정도의 작은 금액부터 시작해서 작품을 보는 안목과 시장을 이해하는 경험을 차츰 키워나가는 것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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