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23) 보스턴 티 파티와 미국 차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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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23) 보스턴 티 파티와 미국 차 전통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0.11.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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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에 역사적 배경이 됐던 '보스턴 차 사건'
미국, 세계적으로 차 다소비국가...'아이스티'를 즐기는 특이함
최근 '스페셜 티' 성장세 눈부셔...젊은이들 '고급차' 즐기는 모습도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서양 차 역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보스턴 티 파티)이다. 티 파티라는 단어가 주는 멋진 의미와 달리 이것은 미국독립전쟁의 발화요인이 된 역사적 사건을 말한다.

식민지 '미국'에 차별된 차 수입세

영국이 네덜란드로부터 신대륙을 빼앗아 뉴 암스테르담(New Amsterdam)을 뉴욕(New York)으로 바꿔 부른 해가 1674년이다. 이 무렵 이미 신대륙 상류층은 앞 지배자 네덜란드 영향으로 영국 못지않게 홍차를 많이 마시고 있었다. 조지 워싱턴이 영국에 홍차를 주문했다는 기록이 있는 1757년 무렵에는 대 도시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차를 마시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 즉 신대륙(미국)은 영국동인도회사(동인도회사는 1834년까지 차 수입 독점권을 갖고 있었다)의 중요한 차 시장 이었다.

프랑스와 전쟁 등으로 재원이 부족했던 영국은 1767년 신대륙으로 수입되는 일부 제품과 차에 일종의 식민지세를 부과했다. 신대륙 주민들이 분노한 것은 세금이 높다는 것 보다는 본국과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것이었다(흔히들 보스턴 티 파티 원인이 차에 부과된 높은 세금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식민지에만 부과된 차별화된 세금 때문이다. 이 무렵은 영국에서조차도 차 세금은 엄청나게 높았다). 이런 반감은 일련의 사건들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되었다.

'보스턴 티 파티'를 묘사한 그림. 차 342박스는 이렇게 바다에 던져졌다.
'보스턴 티 파티'를 묘사한 그림. 차 342박스는 이렇게 바다에 던져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1773년 보스턴 항에 도착한 영국동인도회사 소속 배에 실린 차 342박스를 바다에 던져 버린 것이 소위 “보스턴 티 파티”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어떤 연구자 표현에 의하면 당시 “보스턴 항은 아주 큰 티팟(Tea Pot- 찻주전자)이 되었다”라고 묘사한데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사건으로 야기된 영국과의 충돌이 신대륙 주민들을 단결시켰고 1775년 독립전쟁이 발발하고 1776년 신대륙은 영국으로 부터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미국 측의 일방적 선언이고 영국과 조약에 의한 진짜 독립은 1783년이다).

미국, 세계 3대 차 수입국가

이후 미국은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애국적 행위로 여겨졌으며 서서히 커피로 옮겨 갔다. 물론 차를 완전히 마시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독립 후 중국에서 직접 차를 수입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또 하나의 미국 차 관련 역사는 일본과의 관계다.

1858년 미국은 일본과 미일수호통상조약을 맺는다. 일본이 서구 세계에 문호를 개방한 후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 생사(生絲)와 녹차였다. 초기부터 일본 녹차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이 미국이었고 19세기 후반 일본 녹차는 미국에서 큰 유행이었다. 이 흐름은 20세기 초반까지도 계속되어 태평양 전쟁으로 중단될 때 까지 미국 차 수입양의 40%가 일본녹차였다.

이런 역사가 있어서인지 커피만 마시는 나라로 여기기에는 여전히 미국은 차를 많이 마시는 국가다. 세계에서 차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세 나라가 미국, 러시아, 파키스탄이다. 미국 차음용 방식에 있어서 가장 특이한 것은 아이스티를 주로 마신다는 것이다. 차는 원래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맞고 차를 마시는 나라들 대부분 따뜻한 음료로 마신다. 영국은 99%가 핫티(Hot Tea)로 마시고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도 97%가 핫티로 마신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기계 채엽 위주인 아르헨티나 홍차의 품질은 높지 않다. 설탕 넣은 아이스 티용으로 적합하다.
기계 채엽 위주인 아르헨티나 홍차의 품질은 높지 않다. 설탕 넣은 아이스 티용으로 적합하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85%가 아이스티로 소비된다. 그것도 설탕을 넣어 아주 달게(주로 홍차다). 따라서 미국인들이 마시는 홍차 품질은 높지 않다. 다소 뜻밖이겠지만 아르헨티나가 홍차를 많이 생산한다. 생산량 기준 세계 10권이다. 아르헨티나는 찻잎을 대부분 기계로 채엽하며 주로 CTC 가공법으로 생산한다. 기계 채엽한 CTC홍차는 결코 좋은 품질일 수 없다. 이런 아르헨티나 홍차 70%를 미국이 수입한다. 미국입장에서 보면 수입하는 차 40%가 아르헨티나로부터 오는 것이다. 설탕을 넣는 아이스티용 홍차는 품질보다는 낮은 가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취향에 맞춘 스페셜티등 고급차 인기

이런 미국에서 최근 들어 스페셜티 티(Specialty Tea) 성장세가 가파르다. 스페셜티 티는 커피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엄격한 정의는 없다. 티백과 비교해 정통가공법으로 생산한 잎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쉽게 눈에 띠는 것이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 자체 차 브랜드인 티바나(Teavana)를 매우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미국은 의외로 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다. 다만 대부분 아이스 티로 소비된다.
미국은 의외로 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다. 다만 대부분 아이스 티로 소비된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차를 그것도 고급차를 점점 더 많이 마신다고 한다. 차 시장 성장을 위한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이런 고급차 시장성장의 주 요인은 차를 건강음료로 여긴다는 것과 차 마시는 행위를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리추얼(Ritual)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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