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도전과 응전] ②AI반도체는 '제2의 D램'...새로운 경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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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도전과 응전] ②AI반도체는 '제2의 D램'...새로운 경쟁의 시작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2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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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글로벌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 4% 불과
AI 시대에 비메모리 반도체 중요성 고조
메모리 강국이라고 안주할 수 없는 이유도 AI때문
팹리스 약점이 비메모리 발전에 걸림돌
향후 GPU 대체할 AI 반도체 개발 경쟁중
AI용 반도체 개발 경쟁이 진행중이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AI용 반도체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차세대 반도체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는 미국 마이크론이 국내 업체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반도체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메모리는 강하지만 팹리스는 약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처럼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의 반도체다. 비메모리 반도체라 불리는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를 연산하고 판단하는 처리를 담당한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그 종류가 8000여종이 넘는다. 

시장조사업체 가드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4183억 달러(한화 약 516조5586억원)다. 이중 메모리 반도체가 26.7%(1116억 달러), 비메모리 반도체가 73.3%(3067억 달러)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강자지만 비메모리 분야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제조 과정이 분업화돼 있다. 크게 반도체 회로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업계와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위탁생산업체인 파운드리(Foundry)로 양분된다. 설계기술과 생산라인을 모두 갖춘 회사는 종합반도체 업체(IDM)로 불린다.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IDM이다. 

팹리스는 반도체 회로 설계 전문 업체다. 사진=픽사베이
팹리스는 반도체 회로 설계 전문 업체를 말한다. 사진=픽사베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엔비디아, 스마트폰 AP로 유명한 퀄컴 등은 생산라인은 갖추지 않고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다. 대만 TSMC는 위탁제조를 전담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메모리 사업부, AP나 이미지 센서 등 개발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를 모두 갖춘 IDM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030년까지 10년간 130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포하며 ‘반도체 비전2030’을 발표했다.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TSMC는 53%를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19%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는 이런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기업이 팹리스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1980년대 국내 업계가 일본의 반도체 산업과 경쟁하기 위해 일본이 강점을 가졌던 메모리 분야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기술난이도가 높고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시스템 반도체 대신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애플이나 퀄컴은 물론이고 중국의 하이실리콘 같은 팹리스 업체는 우리 기업에 비해 월등히 앞서 나가있다”며 “한국은 관련 시장 규모가 작아 팹리스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교육환경도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창의성이 중요한 설계 위주의 팹리스 영향력 강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제 반도체도 AI를 위한 반도체

국내 팹리스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지점은 향후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MD가 인수한 자일링스와 엔비디아가 인수한 ARM은 모두 팹리스업체다.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팹리스 업체 인수가 향후 AI관련 반도체 개발을 염두해 둔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아직까지 ‘AI 반도체’라 불리는 제품은 없다. 현재 AI 기능의 핵심은 연산과 추론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이나 스마트폰의 문자인식 같은 AI 기능은 주로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연산기능을 담당한다. AI 구현의 핵심은 메모리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인 것이다. 

따라서 GPU와 별개로 한국이 메모리 분야 강자라고 해서 안주할 수 없다. 향후 AI기술이 고도화 되면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하나로 통합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은 모두 데이터를 연산하는 시스템 반도체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메모리 강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비전2030’에 GPU 등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에 7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GPU를 대체할 반도체는

GPU는 본래 그래픽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다. 우리가 데스트톱 모니터나 스마트폰 액정을 통해 보는 화려한 3D 그래픽을 예로 들면, 이는 수학적으로 XZY좌표를 가진 수많은 삼각형이 위치를 이동하고 크기를 조절하는 과정을 거쳐서 표현된다. 이 과정에서 XZY좌표의 행렬에 매트릭스를 곱하는 연산이 요구되는데 다량의 데이터 처리를 위해 GPU는 이 과정을 병렬로 수행한다. 

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했던 구글의 알파고는 AI 연산을 위해 CPU 1202개와 GPU 176개를 연결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I 연산을 처리하는 대부분의 슈퍼컴퓨터도 CPU와 GPU의 조합으로 딥러닝 과정을 수행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사진=픽사베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이 과정에 전력 소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황철성 서울대 교수는 “현재 AI를 위해선 D램의 데이터를 GPU에서 연산하고 다시 D램에 저장해야 한다” 며”이 과정은 복잡하고 전력소모가 너무 커서 테슬라의 경우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면 주행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의 발전 방향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인간처럼 판별하는 칩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유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에도 AI기능이 도입될수록 반도체 크기는 작아져야 하고 적은 전력으로도 연산이 가능해야 한다. GPU가 본래 AI연산을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가 아니기에 구글, 인텔 등 IT 기업들이 이를 전담하는 새로운 반도체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NPU(뉴럴 프로세싱 유닛, Neural Processing Unit)라 불리는 제품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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