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출 연장 불허' 므누신, 파월과 정면충돌..美 경제 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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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출 연장 불허' 므누신, 파월과 정면충돌..美 경제 타격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2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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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누신 재무장관 "연말 종료되는 긴급대출 프로그램 연장 불허"
미사용 자금도 재무부 반환 요청
파월 의장 "취약한 경제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 이어가야 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 불협화음은 미 경제 타격 줄 듯
바이든 행정부 힘 빼려는 정치적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일 주장해온 '긴급대출 프로그램 연장'에 대해 '불허'할 것임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0월 워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미국 금융감독안전위원회(FSOC) 회의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일 주장해온 '긴급대출 프로그램 연장'에 대해 '불허'할 것임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0월 워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미국 금융감독안전위원회(FSOC) 회의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미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 구원투수 역할을 해 온 연방준비제도(Fed)와 미 재무부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오는 12월31일 만료를 앞둔 긴급대출프로그램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일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와중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연장을 거부할 것임을 밝혔다.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의 힘 빼기' 전략에 나서고 있다며, 경제를 위한 절실한 도구가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므누신 장관 "대출 프로그램 연장 불허"

1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므누신 재무장관은 회사채를 사주는 기업 크레딧 프로그램과, 기업을 지원하는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 지방정부 대출 프로그램 등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프로그램은 지난 3월 코로나19가 미국 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경기가 얼어붙자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들이다.

파월 의장과 므누신 장관은 시장 지원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발빠른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것들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한 때 18만명을 넘어서는 등 미 전역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를 책임지는 두 수장이 지금까지는 본 적 없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데이비드 워셀 브루킹스연구소 재정통화정책센터 소장은 "파월 의장과 므누신 장관은 과거에도 이견을 보인 적이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 원만하게 합의해 일 처리를 해왔다"며 "지금의 불일치는 정말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의 '연장 불허' 결정에 연준은 즉각 반발했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만들어진 긴급 기구들 '전부'가 여전히 어려움에 처한 취약한 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7일에도 연준의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연장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그는 "연준은 모든 수단을 이용해 경제를 지탱하는데 강하게 전념할 것"이라며 "현재 대출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우리는 그 수단을 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므누신 장관은 이미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민간) 은행들은 기업, 지방정부, 비영리 고객의 차입 니즈를 충족할 대출 역량을 갖췄다"며 "이같은 대출 기구 이용도 제한적이었다"고 실효성을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와 함께 연준에게 흘러갔던 미사용된 자금 4550억달러에 대해서도 재무부로 반환할 것을 요청했다. 

다만 기업어음(CP)을 제공하는 CP매입기구(CPFF)와, 머니마켓 유동화기구(MMLF), 중소기업 급여프로그램(PPP) 유동성 기구 등과 의회자금이 포함되지 않은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연준이 90일 연장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美 언론 일제히 우려 목소리 높여 

므누신 장관의 결정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해 경제학자, 미 언론 등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3명의 의원들은 재무부와 연준에 보낸 서한에서 "주와 지방정부의 단기 부채를 매입하는 제도와 중소기업 대상 대출은 조속히 연장해야 한다"며 "프로그램을 만료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특히 겨울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향후 수개월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실직자가 급증할 수 있고, 그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난방비 등을 납부하지 못해 또 다른 위기에 처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W. 부시 대통령의 수석 고문을 지낸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대출 프로그램이 여전히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운용하고, 재무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각종 재정 부양책은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시장을 진정시키는 중요한 제동장치를 제공해왔다"며 "이것을 없앨 경우 금융시장의 중요한 곳들은 폭증하는 변동성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이 '이용이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한 실효성 부분과 관련해서도 "대출자들은 상황이 나쁠 때에만 그것들을 사용한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경제가 다시 시들해질 수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필수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포함한 몇몇 프로그램들은 연준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로 이어졌지만, 지금 그 수단들을 없앤다면 신뢰가 크게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연준과 재무부가 대출 프로그램 기구 신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식시장은 며칠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이후 몇 달 안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연준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기대감이 사라진다면 시장 역시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경기회복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힘 빼기 전략?

일각에서는 므누신 장관의 이같은 결정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힘 빼기' 전략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재무부와 연준이 운용할 수 있는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상원 장악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의회의 승인 없이 재무부와 연준의 권한으로 용도를 바꾸거나 기한을 늘리는 것이 가능해 이를 활용할 의도였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이 미사용 자금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이같은 의도는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NYT는 "연준이 미사용 자금을 재무부에 반환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다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P 역시 "민주당은 므누신 장관의 결정이 바이든 당선인이 물려받을 경제에 흠집을 내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해 추가 경기부양책 규모를 축소할 것을 우려해왔다.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의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므누신 장관은 연준의 희망에 맞서며 취약한 경제의 지원책을 없애고 있다"며 "이것은 경제적인 파괴 행위이자, 바이든에게 정치적 고통을 가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경제를 뒷받침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종료시키는 것은 민주당을 위축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정치매체인 폴리티코 역시 "바이든 당선인이 임명하는 재무부 장관이 즉시 이 프로그램을 재허가할 수 있겠지만, 빨라도 1월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인해 의회가 경제를 위해 더 많은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지 여부도 불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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