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고소한 북한 이야기] 문재인, 바이든, 교황 그리고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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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고소한 북한 이야기] 문재인, 바이든, 교황 그리고 김정은
  •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
  • 승인 2020.11.20 11: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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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지도자 모두 카톨릭 공통점 있어...북한과 관계맺게 될 인물들
교황의 북한 방문, 전세계에 '북한에 대한 신뢰보강'될 수도
교황 방북, 직접적 해결 아니지만 북미 협상에 결정적 촉매제될 수 있어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 너무나 쉬운 퀴즈일 것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문재인 대통령, 바이든 당선자, 프란치스코 교황. 세 지도자 모두 천주교 신자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명의 한국 대통령 중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공식적으로 천주교를 믿는 두 번째 지도자이다.

바이든, 46명중 두 번째 카톨릭 대통령

바이든 당선자가 카톨릭인 것은 미국 역사에서 대단히 희귀한 경우이다. 미국은 이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WASP(백인, 앵글로색슨, 프로테스탄트(개신교도))가 주도하는 나라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대통령들은 모두 개신교 기독교인이었는데, 딱 한 명의 카톨릭 대통령이 존 F. 케네디이었다.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한다면 1789년 이후 46명의 미국 대통령들 중 두 번째의 카톨릭 대통령이 될 것이다. 대선의 승기를 잡은 후 바이든의 첫 일정은 천주교 성당의 미사 참석이었으며, 며칠 후 교황과도 직접 통화하였다. 그는 5년 전에 암으로 죽은 아들 보 바이든이 남긴 천주교 묵주 팔찌를 차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이든. 사진=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바이든. 사진= 연합뉴스

북한을 방문하고 싶은 교황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다.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을 직접 만나 북한 방문을 요청해 이를 수락한 지 2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이를 확인한 것이다.

세계적 분쟁지역과 가난하고 고통받는 자들을 직접 방문하고 위로하였던 교황이,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 지역이자 군사적 충돌 위험지역인 북한을, 그리고 경제제재, 코로나, 자연재해에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지도자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본인 스스로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사회 정의의 실현을 강조할 뿐 아니라, 폭력을 반대하고 평화를 중요시하면서 타 종교와도 적극적인 대화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것이 그가 어떤 교황 보다도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이러한 개혁적 성향과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넓은 영향력은, 즉위 1년 뒤인 2014년 미국의 포츈(Fortune)誌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선정된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53년간 외교관계가 단절되어 오랜 세월 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과 쿠바의 국교가 정상화되는 데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교황의 미국 및 쿠바 방문 전에, 교황청은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를 항상 반대해 왔다면서 제재의 최대 피해자는 쿠바의 일반인들이라고 호소하기도 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양 정상인 버락 오바마와 라울 카스트로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고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임으로써 양국의 화해와 평화적 외교관계 수립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적극적이다. 교황청과 중국은 2018년 9월 중국 당국이 임명한 주교를 교황이 승인하는 절충안을 내용으로 하는 주교임명 합의를 맺었다. 중국은 공산당이 종교도 영도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지 않는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얻게 되었고, 교황청은 교회 일치(一致)의 원칙을 지키며 중국 내 카톨릭 활동을 지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합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대외 협상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게 교황의 방북은?

2021년 북한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어떤 의미일까? 교황과 북한의 양자 간의 관계만을 전제로 하면 어떤 실익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에게 교황의 방문 자체는 비용편익(cost-benefit analysis)분석에서 비용 측면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다자 간의 관계, 바이든, 문재인, 나아가 전세계적 시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교황의 방북은 그 가치가 더할 수 없이 커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정부와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그 효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첫째, 교황과 항상 껄끄러웠던 트럼프와 달리 카톨릭 신자인 바이든은 교황과 정서적으로 잘 소통할 수 있다. 둘째, '원샷 딜'을 추구하였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단계적 접근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북한과 미국의 일대일 관계를 중시하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동맹을 포함한 다자 간 합의에 중점을 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 협상 상대이자 중장기 간의 약속 이행자인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단계적, 다자간 해법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더 긴 시간과 더 많은 당사자 간의 합의와 이행을 요구하기 때문에, 교황의 방북을 통한 대외적 신뢰구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고 확보된다면, 단계적 해법을 통하여 단계적 비핵화와 순차적 경제제재의 해제가 교환되는 협상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교황 방북은 다자 간 중장기 협상에 중요한 실마리

금융권에서 '다자' 간의 '중장기'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을 연상하게 된다. 돈을 빌리는 주체의 신용도가 낮을 경우, 이해관계자나 후원자의 “신용보강(Credit Enhancement)”이 종종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곤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이 직접적인 해결방안은 아니지만, 그의 방북과 북한의 대외 신뢰도 향상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협상에 결정적인 실마리 또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2018년에는 평창올림픽이 새로운 대화 시작의 실마리가 되었고,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나의 중요한 협상 동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문재인, 바이든, 프란치스코 세 지도자의 보이지 않는 정서적 유대가, 한반도 평화기반 구축의 긴 여정에서 새로운 신뢰의 주춧돌을 놓는 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 필자인 박기찬은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MBA를 마친 금융인으로,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한반도 이슈에 접근하는 북한연구자이다.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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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태 2020-11-22 10:48:51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트럼프의 재선실패로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는 시점에서, 카톨릭을 매개로한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신선한 발상이 현실로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규영 2020-11-21 18:35:16
공식적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사주가 계해년 ,을축월,신축일인데 신축년을 맞아 주체적으로 본인과 북한동포에게 좋은 결정을 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