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왕국 사우디] 사우디 경제활동의 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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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왕국 사우디] 사우디 경제활동의 두 모습
  •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 승인 2020.11.21 08: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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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만 있는 독특한 '사우디인 의무고용제와 스폰서십'
사우디인 고용위해 외국기업들에 사우디인 의무 고용시켜
스폰서 없으면 외국인은 입출국, 직장 옮기지도 못해...최근 변화추세
빈 살만 황태자의 비전 2030개혁 성공으로 외국인도 좋은 대우 받기를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압둘라(가명)씨의 하루 한주가 시작하는 일요일 가족들과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최신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며 두어시간을 보낸다. 일본산 중형 자동차를 몰고나가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물담배(시샤)바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는 제일 관심이 있는 축구와 자동차다. 

이렇게 서너 시간정도 티타임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와 피자를 먹으며 넷플렉스를 늦은 밤까지 시청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올해 25살인 압둘라씨는 얼핏보면 직장이 없어 하루를 그냥 보내는 청년백수의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외국기업 사우디 지사에서 소속되어있는 엄연한  3년차 직장인이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는 날은 급여를 받는 날 뿐이다.  한달내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본인이 해고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3년간 매일 같이 이런 생활을 즐기고 있다.

시샤바(물담배) 바에 있는 사우디 젊은이들. 사진= 구글
시샤바(물담배) 바에서 시샤바를 피우는 사우디 젊은이들. 사진= 구글

'사우디인 의무고용' 제도

“Saudization” 번역하면 '사우디인 의무고용' 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산업 분야에 의무적으로 사우디인을 고용해야 하는 법률이다. 1985년도 즈음 시작한 이 법은 2011년 대다수의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업종에 따라 사우디인 의무고용 비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반드시 사우디인만을 일정비율 고용해야 하며 외국 법인의 경우 사우디 직원이 없을시에는 법인업무를 진행할수 없기에 반드시 필요한 사우디인원을 확보해야 한다.

사우디에서 7년 정도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한국법인에는 100명의 근로자중 40명의 사우디인이 직원으로 등록 되어 있다. 40%의 Saudization을 해야하는 업종에 해당되는 기업인데 담당자에 따르면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한다. 국가에서 제정한 최저급여는 3000리얄로 한화 93만원 정도로, 이 한국법인은 서류로 등록된 사우디 사원에게 매달 4000만원, 연간 5억원 규모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법인들이 비슷한 상황으로 서류에만 존재하는 사우디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돈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는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다. 사우디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사우디 실업률은 15.4%로 남성 8.1% , 여성 31.4%, 외국인 3.1%로 조사되었다. 2019년 같은 분기의 경우 사우디 12.0%, 외국인 0.4%였는데 불과 1년 사이 실업률이 크게 높아졌는데, 사우디인 20%, 외국인의 경우 무려 9배 늘었다.

사우디의 실업률 현황. 자료=사우디 통계청
사우디의 실업률 현황. 자료=사우디 통계청

2020년 세계적인 펜데믹상황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이 문을 닫은 것도 큰 이유가 될수 있지만, Saudization 확대 정책으로 상당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우디 현지인으로 교체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정 직업과 직종은 오직 사우디인에게만 허용하는데 지난해부터 여성치과의사의 경우 외국인에게 더이상 새로운 취업비자를 발급하지 않으며, 휴대폰 및 전자제품매장도 100% 사우디인만 고용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던 사우디 여성들은 Saudization을 통해 일자리를 갖게 되는 긍정적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사우디 정부는 곧 최저급여를 3000리얄에서 4000리얄로 30% 인상할 예정이다. 사우디인들에게는 매우 좋은 소식이겠지만 매년 확대되는 Saudization으로 더 많은 사우디인을 고용해야하는 외국회사 입장에서는 이번 최저급여인상까지 겹쳐 큰 고충이 예상된다. 

외국 근로자들 괴롭히는 스폰서십 제도

 “Sponsorship” 

파키스탄에서 온 라이얀(가명)씨는 20년째 사우디에서 생활하고 있다. 단순노무자를 거쳐 5년전부터는 택시를 몰고 있다. 외국인의 사우디 취업을 위해서는 신원을 보장해줄 사우디인 스폰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우디 입출국도 스포서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며, 스포서의 허가없이는 직업을 바꾸는것도 불가능하다. 외국인은 본인명의로 개인사업이 불가하기에 스폰서 명의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개인택시를 하고 있는 라이얀씨도 사우디인 스폰서 명의로 개인택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는 쉬는날 없이 하루 16시간 이상씩 일을 하면 월 9000리얄(한화 270만원)정도의  수입을 올리는데 이중 절반이상인 4800리얄을 스폰서에게 지급한다고 한다. 나머지 돈으로  택시 할부금과 집세를 내면 본인에게 돌아오는 돈은 지극히 적다. 라이얀씨는 "스폰서에게는 10명 이상의 택시드라이버가 소속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우디인 스폰서는 스폰서십을 통해 매달 한화로 2700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 된다.

일반 회사의 경우 스폰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주를 막기위해 여권을 받아 놓는다.  서남아시아 개도국 출신의 노동자들은 스폰서에게 잘 보여야 사우디 직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기에 열약한 근무환경과 처우에도 개선을 요구하며 불평할 수 없다.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하루 8시간 건물 청소를 하고 받아가는 월급은 500리얄(한화 15만원)이다. 

열악한 생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서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 사진= 구글
열악한 생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 사진= 구글

가정부나 보모의 경우 본인의 고용주이며 스폰서인 사우디인 집에서 함께 생활을 하는데 종종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하는 등 스폰서 제도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 사우디 정부도 머리를 싸맸다. 사우디 정부는 오는 2021년 3월부로 출입국시 스폰서의 동의가 필요없고 , 스폰서의 동의 없이 직업이나 직장을 바꿀 수 있는 등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일단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여져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가 하락, 실업률 증가, 세계적 경제불황, 펜데믹으로 인한 내수 경기침체 등 복잡한 요소가 얽혀있는 게 오늘의 사우디 상황이다 석유 부국의 이미지는 이미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고, 일자리 쟁탈전이 사우디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사우디 최고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왕세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다.  왕세자로 등극한 후 사회전반에 거쳐 획기적인 개혁과 개편을 이미 단행했고 사우디가 더 이상은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그의 약속은 VISION 2030을 통해 힘차게 진행중이다. 내외국인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 더 나아지는 사우디를 기대해 본다.
 

● 필자인 신승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서 학위를 마치고 2017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Dharhan(다란)에 위치한 king Fahd University Of Petroleum & Minerals(국립 킹파하드 석유광물 대학교) 체육학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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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2020-11-22 13:46:03
와..너무 놀고먹는 이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