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남은 블루오션은]②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한미약품·LG화학·유한양행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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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남은 블루오션은]②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한미약품·LG화학·유한양행 '3파전'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0.11.19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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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당뇨→지방간염으로 진행될 확률 높아...전세계 시장규모 60조원
한미약품, 美 패스트트랙 지정된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 임상2상 진행중
LG화학 NASH 치료제 협력개발, 자체개발 병행중
NASH 1조원 '잭팟' 유한양행, 연구 모두 순항중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놓고 전세계 제약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치료제 개발 과정은 쉽지 않다. 임상3상을 포함하면 평균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시간적 측면, 비용적 측면에서 신약 개발은 쉽지 않지만 일단 성공만 하면 일명 '대박'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반해 확실한 치료제가 거의 없다시피 한 블루오션 분야라면 미래는 더욱 장미빛이다.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질환이나 병의 치료제는 여전히 많이 있다. 새로운 질병이 계속 등장하는 지금 제약업계의 남아 있는 블루오션을 조명해본다.

[오피니언뉴스=양소희 기자] 경제 성장이 이뤄짐에 따라 물질적으로 풍족한 생활이 가능해지면서 제약업계의 관심을 끄는 것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고지방 식사와 운동 부족 등으로 비만 인구가 늘어나자 유병률도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는 없다.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비만·복부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을 분석해 2035년까지의 추이를 예측한 결과 성인 남성 비만 인구 비율은 65%, 지방간염 유병률은 4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소아청소년, 비알코올성 지방간·비만 유병률률. 그래프=해운대백병원

소아청소년 비만도 증가에 따른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도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SCI 국제학술지 '국제소아건강학회지' 최근호에 따르면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박승하 교수팀의 연구 결과  비알코올성지방간 유병률은 지난 15년 사이 44% 증가했고, 비만도 역시 45.2% 늘어났다. 복부 비만도도 2.8% 증가했다.

특히 비만율이 높은 미국의 경우 NASH 환자만 8000만명으로 추정되며 전 세계 치료 시장 규모는 6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간 염증·섬유화의 원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간 내 지방 축적으로 시작되며 염증으로 발전해 간섬유증이나 간경변으로 이어지며 최악의 경우 간암으로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간 섬유증 환자는 최대 간암 발병 확률이 6배까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간 섬유증은 간의 만성 손상으로 섬유 조직이 증식하는 증상을 의미하며, 간경변은 간세포가 파괴되고 딱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간(좌)과 한미약품 후보물질 투약 후 정상화된 간(우) 사진제공=한미약품

지방간은 보통 간의 지방 조직 무게가 5%를 넘어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알코올성과 달리 비알코올성은 음주 등의 습관과 관계 없이도 발병하지만, 명확한 발병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생활 습관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단은 비만 환자와 당뇨병 환자에게서 발병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치료 후보물질 역시 이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되고 있다.

NASH 치료제 선두주자, 美 패스트트랙 지정된 한미약품

한미약품, LG화학, 유한양행 등은 NASH 치료제 후보 물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치료제 개발에 한발 앞서 있다. 

한미약품은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라는 신약 후보를 개발중이다. 이 후보 물질은 지난 7월 미국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임상2상에서는 NASH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효성 검사를 확인한다. 최근에는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 연구 결과 3건을 지난 8월 유럽간학회(EASL)에 이어 미국 간학회(AASLD)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AASLD는 간질환 분야의 세계 최대 학회다.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FDA로부터 '원발 경화성 담관염' 치료를 위한 희소 의약품으로도 지정받은 상태다. 원발 경화성 담관염은 간 안쪽과 바깥쪽에 있는 담도에 원인 미상의 염증과 섬유화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환자 수가 극히 적어 희소 질환으로 분류된다. 

앞서 한미약품은 랩스트리플 아고니스스트에 대해 "간 내 지방, 간염증, 간섬유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NASH에 대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글루카곤과 GLP-1 등으로 구성된 3중 바이오신약 후보 물질이다. 글루카곤은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고 GLP-1이 인슐린 분비를 돕고 식욕을 억제해 비만도 자체를 낮춘다. 여기에 인슐린 분비와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 수용체들이 활성화시킨다.

앞서 한미약품 관계자는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의 식욕 억제 등 다이어트 관련 효과는 기존의 다이어트 제품보다도 훨씬 우수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주된 발병 원인 중 하나가 비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유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MSD와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화학, 중국과 협업한 NASH 치료제 개발

LG화학 역시 바이오 분야에서 NASH 치료 신약 파이프라인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3일 LG화학은 파트너사인 중국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와 FDA에 신약 후보물질 임상 1상 계획을 제출했다.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가 연구개발 중인 후보물질 TT-01025는 간 염증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VAP-1 단백질의 발편을 억제하는 데 중심을 뒀다. LG화학은 "기존 VAP-1 저해 약물의 임상 중단 원인이었던 '약물 간 상호작용' 없이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직원들이 신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은 앞서 지난해 3월 스웨덴의 '스프린트 바이오사이언스'와도 계약을 맺고 후보물질 개발에 힘쓰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트렌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와의 계약건은 이미 중국에서 전임상 단계까지 마쳐 임상 진행이 비교적 빠른편"이라며 "반면 스웨덴 계약건은 아직 전임상 전 초기연구단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두 연구 모두 "순항 중"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NASH 치료물질 연구개발에 대해 관계자는 "LG화학 자체적으로도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작용기전이 워낙 복잡하긴 하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 중이며 NASH 관련해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진출을 목표로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NASH 치료물질 베링거 기술수출 '잭팟' 터뜨린 유한양행

유한양행 역시 NASH 치료물질 연구개발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후보물질 관련해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53억원 규모의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월에는 코로나 치료제 렘데시비르로 알려졌던 길리어드사이언스에 NASH 치료제 후보물질 2개를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유한양행이 베링거와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한 후보물질 YH24724는 이중작용제로 지방간염에 항섬유화 효과를 발생시켜 간세포 손상과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이는 유한양행이 자체개발한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NASH 치료를 위한 국내 최초 바이오 의약품 기술 수출 사례로도 꼽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난 3분기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금을 수령 받았다"며 "현재 전임상 단계가 끝나고 임상 단계에 진입을 준비중"이라고 답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와의 연구는 아직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기존의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만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시장이 각광받고 있지만, 그만큼 연구개발의 어려움이나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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