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자는 미국으로, 미국 투자자는 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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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자는 미국으로, 미국 투자자는 한국으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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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한국 투자자들 대거 몰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랑도 여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연일 '사자'
외국인 투자자 중 미국 투자자는 3분의 1 차지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중 한국인의 비중이 높아졌다. 사진은 뉴욕의 한 아파트 분양 광고. 사진=연합뉴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중 한국인의 비중이 높아졌다. 사진은 뉴욕의 한 아파트 분양 광고.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에 관심을 보이고, 반대로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투자에 흥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부동산 사들이는 한국 투자자들

1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사들이고 있다. 

WSJ이 인용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올 초 이후 지난 9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약15억6000만달러(약 1조7250억원) 규모의 미국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억4000만달러(약 1조3710억원) 규모를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25.8%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상업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 중 한국인 비중은 3.7%로 10위였지만,올해는 8.6%로 3위로 뛰어올랐다.

WSJ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에서의 투자를 크게 줄이는 것을 비롯해 다른 외국기업들은 코로나19의 우려 속에 거래를 줄이고 있는 반면 한국인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이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끄는 초저금리 기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때에는 금리에 기반한 환율 헤지 비용을 고려하게 되는데, 미국의 초저금리 때문에 환율 헤지 비용이 대폭 하락했다는 것.

이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더 큰 여력을 제공해 미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뉴마크의 알렉스 포세이 국제투자 대표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매년 부동산 가격의 2%를 환율 헤지 비용을 지출해야 해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자들과 부동산 경쟁을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환율 헤지 비용이 0.1%로 줄었다는 것. 그는 "이제 한국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에 대비할 필요가 없고 종종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지금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없는 기회의 창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WSJ에 따르면, 최근 시애틀에서 6억달러가 넘는 건물이 매물로 나왔는데 총 입찰 12건 중 4건이 한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나왔다. 당시 매각 업무를 맡았던 포세이 대표는 "한국 투자자들의 응찰가가 가장 높았고, 가격 흐름을 주도했다"고 언급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증시 사랑도 여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투자 열기도 여전히 뜨겁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이들은 테슬라를 비롯해 최근 코로나19 백신 호재가 있었던 미국 제약사 화이자까지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23억6326만달러)였다. 이어 애플(18억414만달러), 아마존(9억1704만달러), 엔비디아(6억5379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4355만달러) 등의 순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은 11월 이후에도 미국 주식 투자를 늘렸다. 11월 이후 지난 17일까지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역시 테슬라(1억4510만달러)였다. 테슬라는 고점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예방율이 90%가 넘는다는 발표를 내놓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 대한 매수세도 11월 이후 집중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11월 이후 화이자 주식을 5697만달러 어치를 사들였다. 

미국 주식에 대한 인기가 시들지 않으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잔액도 크게 늘었다. 17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잔액은 285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월말 264억달러에 비해 21억(약 2조원)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말(약 84억달러)에 비하면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중 한국인의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자료=WSJ, 리얼캐피탈애널리틱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 중 한국인의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자료=WSJ, 리얼캐피탈애널리틱스

미국은 한국 증시 투자 나서

한국인들이 미국 주식이나 미국 부동산에 열광하고 있는 반면 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이후 지난 17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5조1059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 기간 중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것은 지난 4일 단 하루에 불과하고, 나머지 11거래일은 모두 순매수에 나섰다.

코스피 지수는 11월 이후 10% 넘게 올랐는데, 이를 주도한 것이 외국인 투자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10월 말 발표한 9월 외국인투자자 증권매매동향에 따르면, 9월말까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들은 4만8912명이다. 이 중 미국인은 1만6121명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적별 매매 현황을 보면, 미국 투자자(15.3%)들은 영국(35.0%)에 이어 두번째로 거래 비중이 높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머징 마켓인 한국 주식시장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위험자산인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호재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줄고 있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를 기대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한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하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이며, 그 뒤를 LG화학, SK하이닉스 등이 잇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탈석탄, 탈중국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된다면 한국 제조업에게는 기회"라며 "기존 플레이어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새롭게 구축될 공급망 속에서 한국 제조업체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에서 세계 수위로, 소재·산업재 등 제조업 밸류체인 전반을 소유하고 있다"며 "매크로 사이클 회복기에 분명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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